그러나 지금처럼 일본의 도시락 문화가 꽃피우기 시작한 것은 1976년경부터 도시락 전문점이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지금과 같은 도시락 문화가 시작되었다.

일본여행을 할 때 가장 설레는 것 중의 하나가 일본의 음식문화이다. 어쩌면 우리들이 어렸을 때 가끔씩 먹어보았으나 지금은 그 시절의 맛을 못 보는데, 그 맛이 그대로 유지 되어 있는 곳이 일본이지 않은가 한다.

한국에서 어렸을 때 먹어봤던 것과 현재의 맛이 가장 다른 것이 우리말로는 찹쌀떡이라고 부르고 있는 모찌(もち)이지 않은가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내가 어렸을 때는 집에서 할머니가 만들어 준 것을 먹었던 것 같은데, 종종 그 맛을 못 잊어서 떡집에 말하면 만들지 않는다 하고, 비슷한 맛을 제과점에서 맛 볼 수는 있으나 어렸을 때의 그 모찌가 아니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모찌는 팥알이 씹히게 만들어야 하는데, 제과점의 팥(あんこ)은 가늘게 갈아서 식감이 없을 뿐 아니라 너무 달아서 영 그 맛이 아니다. 그런데 일본에 가면 아직도 옛날 모찌를 먹을 수 있다. 언젠가 일본의 돗토리 현의 요나고(米子市)라는 지방의 마트에 들어가서 4개들이 모찌를 두 개나 먹고 배가 불러서 부담스러워했던 기억이 있다. 정말 맘껏 먹었는데, 그 다음부터는 모찌는 별로 찾지 않는다.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불러서 다른음식을 먹기가 곤란하다.

다음으로 붕어빵(たいやき)이다. 붕어빵에 대한 기억은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추억어린 군것질이었을 것이다. 붕어빵의 유래는 19세기 말 일본에서 만들어졌는데, 원래의 어원은 도미 모양이라고 해서 도미구이('899焼き)에서 유래된 것이다.

일본의 붕어빵은 앙꼬가 마치 호두과자에 들어 있는 팥처럼 밀집되어 있고 밀가루 피가 얇고 대신 앙꼬가 머리부터 꼬리까지 빽빽이 채워져 있어서 두 개 정도 먹으면 한 끼 식사 정도의 양이 될 것 같다. 가격은 그 작년까지만 해도 한 마리에 100엔이었는데, 작년 여름쯤에 가니 120엔으로 일본 엔화 가치 하락에 의한 물가상승으로 가격이 올랐다.

그리고 유부초밥(稻荷ずし)이다. 우리나라의 유부초밥은 식초가 가미되어 약간 시큼한 냄새와 맛이 있으나, 일본의 맛은 달콤하면서 유부 속의 밥이 형형색색으로 여러 맛을 낸다. 주로 5개가 하나의 포장으로 되어있는데 각각 맛과 색이 다르다. 주로 어떤 것은 나물 같은 채소류가 얹혀있는 것, 밤이 얹혀있는 것, 큰 강낭콩이 얹혀있는 것 등 밥의 간도 틀리거니와 쌀의 종류도 찹쌀 등으로 서로 달라서 하나를 먹을 때마다, 이번에는 어떤 맛일까 하는 호기심을 갖게 만든다.

주먹밥(むすび), 아마도 주먹밥이 일본음 식이냐고 열 내실 분도 있을 듯하다. 6·25 때 먹던 밥이 주먹밥인데 무슨 소리냐고 생각하실 분이 많을 것 같은데, 일본에서는 일본 음식으로 한국에서는 한국 음식으로 생각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만드는 방법이 간단하여 어느 곳에서나 그 유래를 추측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의 주먹밥은 일본의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의 도시락 코너에 가면 지금도 팔고 있으니 일본에서는 현재 진행하는 일본 음식이다. 단순히 밥을 주먹만한 크기로 파는 것이 아니라, 그 밥맛이 기가 막히다. 흔히들 쌀알이 혀에서 굴러다닌다고 하는데, 바로 그 맛이다. 아마도 찹쌀로 된 고슬고슬한 밥에 , 일본식 깨소금 양념인 후리가케(ふりかけ)를 작은 봉지로 주는데, 그것을 뿌려서 먹으면 짭짤한 깨소금 맛의 찹쌀밥이 일품인데, 후리가케가 없이 맨밥만 먹어도 밥알을 씹는 식감이 대단하다.

오징어 덴뿌라는 우리나라의 오징어 튀김은 마른 오징어가 아닌, 살아있는 오징어를 튀긴 것으로 우리처럼 바삭바삭하지 않고 부드러운 맛으로 다리만 튀겨서 나오는데, 한 끼 식사를 대신할 정도로 계속 손이 간다. 일본의 오징어 튀김은 뜨겁지 않고 부드럽고 살이 통통하다.

튀김덮밥 텐동(天丼)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고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싸고 누구나 입맛에 맞게 먹을 수 있는 튀김을 얹은 덮밥이다. 오징어 튀김에서도 말했듯이 일본의 튀김은 바삭바삭하게 튀기는 튀김이 아니고 연하고 부드럽게 튀겨낸 몇 종류의 튀김을 얹힌 덮밥이다. 연근튀김, 야채튀김 등이 섞여 있는데 그 중에 압권은 역시 부드러운 새우튀김을 씹을 때이다.

위에서 말한 음식들은 대부분이 500-600엔 정도의 저렴한 도시락인데, 이런 음식들이 우리들이 흔히 어렸을 때 한 번쯤 맛보았던 음식으로 생각된다. 좀더 비싼 도시락으로는 여러 생선의 알과 게살 새우등으로 어우러진 알 덮밥이다.

얇게 깐 밥 위에 성게알, 대구알, 참치 알 등과 함께 얇게 살만 발라낸 게살 등을 먹을 때 입안에서 알이 짭짤하게 터지는 것을 느끼면서 먹는 알 밥은 1000엔 정도로, 그 신선함에 맛의 다양함에 하나만으로 만족하기에는 어렵다.

이처럼 풍부한 도시락을 체험해 보고 싶으면 중앙역, 백화점의 지하식당, 마트, 편의점 등 어디서나 만날 수 있다. 점심이든 저녁이든 식사시간이 되면 어디서 그렇게 많은 종류의 도시락이 공급되어오는지. 그 많은 도시락을 다 소비시킬 수 있을까 할 정도로 많은 도시락이 쌓이는데 시간이 지나면 거의 대부분 소비되고 남는 것이 별로 없다.

또 식사시간이 한참 지나는 오후 두시나 저녁 8시쯤 되면 대부분 할인을 시작한다. 한 시간쯤 지나면 30%, 두 시간쯤 지나면 50%등으로 잘 버티면 맛있는 도시락을 70%정도로 싸게 구입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시간까지 자기가 원하는 메뉴가 남아있어야겠지만.

그날 만든 도시락은 그날 다 소비해야 하는 이유로 시간이 갈수록 가격이 내려간다. 그리고 혹시나 상할까봐 도시락을 넣은 비닐봉지 사이에 얼음을 몇 개씩 넣어주는 위생적 센스도 있다. 도시락의 품질은 역시 백화점의 도시락이 으뜸을 차지하고, 다음으로 역에서 파는 일명 에끼벤(えきべん), 마트, 편의점 등의 순이다.

일반적으로 일본의 음식은 짠 편에 속한다. 아마도 요즘 매스컴에서 보면 우리나라가 가장 짜게 먹는다고들 하는데, 그렇게 말한 정확한 출처가 어딘지 나는 항상 궁금하다.

요즘의 우리나라 음식과 비교하면 일본의 음식은 상당히 짠 편이다. 가장 흔히 먹는 우동도 상당히 짠 장국이다. 라면은 말할 것도 없다. 평소 짠 것을 좋아하는 나도 라면 전문점의 라면은 짜서 못 먹을 정도이다. 오뎅국물도 그렇고…….

그리고 일본은 미국에서처럼 외식 중에 남은 음식을 싸가는 문화는 없는 듯하다. 먹다 남은 음식을 싸 달라고 하면 종업원이 당황하는 수가 많다. 그리고 우리처럼 카드 사용자는 매우 적다. 대부분이 현금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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