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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의 A 보좌관은 최근 지인으로부터 "이메일을 잘 받았다"는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A 보좌관은 이 지인에게 이메일을 보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잘못 간 메일은 A 보좌관이 해외 주재 국방 당국 관련자로부터 수신한 메일이어서 자칫 보안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메일 내용 자체가 비밀에 해당하는 건 아니었지만, A 보좌관은 해킹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이 사실을 국회보안망 담당 부서에 신고하고 경찰에도 수사를 의뢰했다.
A 보좌관처럼 국가 안보 관련 자료를 다루는 국회 국방위 관계자들이 이메일 해킹 의심 사례를 잇달아 제기하는 등 국회에 '이메일 해킹 주의보'가 돌고 있다.
국방위 소속 의원의 B 보좌관은 얼마 전 국회 전산보안망을 관리하는 보안관제센터로부터 이메일 계정 비밀번호를 바꾸라는 권유를 받았다고 한다. 관제센터는 서울 강남 지역에서 B 보좌관의 국회 이메일 계정에 집중 접속하는 것을 감지하고 이같이 조치했다. B 보좌관은 "내가 국회에 있을 시각에 강남 지역에서 접속 시도가 이뤄진 만큼 누군가 해킹을 시도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국회 사무실에서 쓰는 컴퓨터 하드디스크의 저장 파일이 유포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위의 또 다른 보좌관은 "이메일 계정은 물론 컴퓨터 하드에 저장된 자료 파일까지 인터넷상에 돌아다닌 사례를 경험한 동료들이 있다"며 "안보 관련 모 연구소 명의로 온 이메일을 열어보면 해킹 프로그램에 노출된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국방위 이메일이 해커들의 집중 타깃이 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면서 아예 국회 이메일 계정을 사용하지 않는 국방위 관계자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런 사례들이 국회 전산보안망이 뚫린 데 따른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국회 보안관제센터는 "아직까지 국회 보안망이 해킹으로 뚫린 사례는 없다"며 "국회가 아닌 곳에서 이메일 계정에 접속했다가 해킹 프로그램에 비밀번호 등이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국회 보안망이 100% 안전하다고 장담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작년 초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 직원의 이메일이 해킹돼 자료가 제3국으로 유출되는 등 정부 관계자에 대한 해킹 시도가 끊이질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보안관제센터 관계자는 "실제 국회 전산망에 대한 해킹으로 의심되는 접속 시도가 많아 국정원과 협조해 보안감시를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한 보안 전문가는 "최근 청와대가 외부에서는 접속 자체가 불가능하게 업무망 분리 작업을 한 것처럼 국회도 보안망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출처: 조선일보 최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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