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야당 간사인 새정치연합 심재권 의원과 김성곤 의원은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나진-하산 프로젝트’ 현지시찰을 위해 북한과 접경한 중국, 러시아 현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동행한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에게 이런 내용을 공식 제의했다.

김영우 의원은 이에 대해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는 하루아침에 정부 입장을 바꾸긴 어렵다”면서 “다만 남북교류 활성화 등 남북접촉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당위적 측면에서 어떤 식으로든 5·24조치의 변화에 대한 국회 및 당정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비교적 신중하게 접근했다.

그런데 새누리당 내에서도 해제를 요구하는 의견이 없지 않다. 새누리당 이인제, 김태호 최고위원과 유기준 외교통일위원장 등 일부 중진들을 중심으로 5·24조치의 완화 혹은 해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8월22일 열린 새누리당 연찬회에서는 “드레스덴 구상 등 현 정부의 통일정책을 본격적으로 펴려면 5·24 조치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지난 4일 남북관계 “물꼬를 트지 못하는 가장 큰 걸림돌은 5·24 조치”라고 했다. 같은 날 이인제 최고위원도 5·24 조치는 “시효가 지난 정책”이라고 타박했으며 유기준 의원은 “5·24 조치는 지금 효력을 상실했다”고 단정했다.

그리고 유 위원장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5·24조치를 유지하면서 본격적인 남북교류를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면서 “정부가 명시적으로 5·24조치를 철회하는 것은 어려울지 모르지만 국회가 선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정치연합 안을 검토해 보고, 필요한 경우 새누리당 안을 제출하는 방법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우리가 5·24조치를 해제해도 되는가?

일방적으로 해제할 경우 큰 문제가 발생한다. 5·24조치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爆沈)에 대한 후속 조치이다. 북한은 우리 대통령의 ‘천안함 폭침 도발에 대한 인정·사과·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 약속’을 거부하면서 ‘천안함 사건은 남한 정부의 자작극’이라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5·24조치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후속 조치의 연장선이다.

그런데 정치인이 요구하는 대로 한다면 북한의 억지 주장을 우리가 수용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즉 ‘천안함 사건은 우리 정부의 자작극’이고 ‘연평도 포격은 우리 정부가 도발 원인을 제공하여 일어난 사건’라는 것을 우리가 인정하는 것이 된다. 그리고 북한이 2009년 5월27일 주장한 ‘서해5도의 한국 영토 불인정, 서해5도 주변에서 활동하는 한국 함정과 선박에 대한 안전 미(未)보장’을 우리가 받아들이는 꼴이 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국방부가 국회의 움직임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놔야 한다. 국방부는 국회에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한 북한의 사과 등을 요구하는 결의안’ 채택을 다시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정치권은 5·24조치를 해제하지 못하는 책임이 북한에게 있음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Konas)

김성만 예비역 해군중장(재향군인회 자문위원, 전 해군작전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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