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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국정원 댓글 판결에 대한 9월12일 문화일보 사설이다>
2012년 12월 제18대 대선 정국을 휘감던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에 대한 법원의 첫 심판은 ‘정치관여 = 유죄, 선거 개입 무죄(無罪)’로 귀결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는 11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국정원법 제9조(정치 관여 금지)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1일 당시 민주당의 고발 이래 제1 쟁점인 선거법 제85조(공무원의 선거 관여 금지)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형사소송법 제307조 증거재판주의에 비춰 합리적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지 못했다고 심판했다.
재판부의 유·무죄 분계(分界)는 경찰이 지난해 4월 18일 발표한 수사 결과 및 검찰송치 의견과 그 범주를 같이한다. 당일 서울중앙지검에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보완 수사를 벌인 검찰이 이후 선거 개입 혐의를 부가해 지난해 6월 14일 기소했지만 재판부의 심증은 그 부분의 범죄 사실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 19일 대선범죄 공소시효가 완성되기 직전의 특별수사팀 선택이 결국 재판부에 의해 배척된 사실은 검찰 지휘부와 수사팀 간에 내연하던 갈등이 10월 국회 국정감사장에서의 ‘항명 사태’까지 새삼 되돌아보게 한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의자·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하라는 형사사법의 황금률에 비춰서도 검찰은 브레이크 없는 수사·기소였다는 지적을 감내해야 할 상황이다.
국정원 사건의 저류는 일각의 ‘대선 불복(不服)’ 기류와 맞닿아 있다. 재판부 선고 직후 일부 방청객들이 연출한 ‘난장(亂場)의 법정’은 그런 기류의 막판 축도쯤이다. 이번 사건에서 파생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축소·은폐 의혹 사건에서 같은 재판부가 선고한 무죄를 6월 5일 서울고법 형사2부 항소심도 유지했지만, 검찰의 연패(連敗)를 조장하다시피 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으로 변신한 과정도 그 본질은 같은 흐름이다.
그렇다고 ‘정치 관여 유죄’가 대선 개입 부분 무죄에 덮여선 안된다. 1심 심리가 진행중이던 1월 14일 국정원법을 개정해 정치활동 관여 지시에 대한 이의·신고 제도를 도입하고 벌칙을 상향한 것도, 이병기 원장이 7월 8일 국회 정보위 인사청문회에서 정치 중립 확보를 ‘암(癌) 제거 수술’에 비유한 것도 정치와 절연하기 위한 구체적 노력이다. 상급심 판단이 어떻든 국정원이 올곧은 최고정보기관으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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