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안철수 의원의 통일관(?)이 나왔다. 安의원은 20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평화를 원한다면 통일 외에 궁극적 해결책이 없다”고 했다.

安의원이 밝힌 통일이 ‘자유통일’인지 6·15선언에 나오는 ‘연방제’인지는 인터뷰엔 나오지 않는다. 북한붕괴와 소위 점진적 통일에 대해서도 “양쪽 다 준비해야겠지만 단계적으로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는 모호한 답을 했다.

安의원은 “한·미 연합 작전을 하지 말라는 것도 무리한 요구”라면서도 “일단 만나서 ‘이런 부분은 곤란하다’고 얘기하면서, 대신 ‘다른 부분은 해보자’ 이런 식으로 점차 신뢰를 쌓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화로 북한의 대남(對南)적화노선을 폐기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60년 넘게 확인돼 온 환상이다. 安의원의 “일단 만나서 신뢰를 쌓자”는 발언도 공론이다. 

安의원은 ‘박근혜 대북(對北)정책’에 대해 “원칙을 천명해서 ‘이게 아니면 절대로 안 된다’는 식인데, 그것보다 반걸음만 더 나가는 게 어떨까 싶다”며 역시 애매하게 답변했다. 어쩌자는 것인지 파악이 안 되는 말이다.

다만 對北제재조치인 5·24조치 해제와 천안함·연평도 사과 문제 관련, 보수적 색채를 띠었다. “북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우리 국민의 신변안전 보장 약속은 받아야만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수 있다”는 것이며 천안함·연평도 사과 역시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지나가는 것은 (순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1월20일 ‘안철수의 생각’은 대선 과정 출판된 <안철수의 생각>보다 우경화(右傾化)돼 있다. 어떤 면에선 기회주의·웰빙집단 새누리당보다 원론적이다. 다만 애매하고 모호하며 비현실적이며 표변(豹變)했던 발언들은 그의 對北·안보·통일관이 정리돼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2.
2014년 변화된 안철수의 생각이 선거를 앞두고 ‘속이는 것인지’ ‘변화된 것인지’ 아니면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인지’ 여부는 더 지켜볼 대목이다. 검증을 위해 대선 과정 출판된 <안철수의 생각>을 다시 뒤져 보자.

“이명박 정부가 채찍 위주의 강경책, 기계적 상호주의를 고수한 것은 북한이 곧 무너질 것이라는 붕괴 시나리오에 따른 것으로 보이는데, 그런 시나리오는 설득력이 없다고 봅니다”

“북한의 붕괴를 전제한 봉쇄정책은 한반도의 긴장만 고조시키고 평화를 훼손한다고 생각해요”

“이명박 정부는 채찍만 써서 남북갈등이 심화됐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채찍 위주의 강경책, 기계적 상호주의를 고수한 것은 북한이 곧 무너질 것이라는 붕괴 시나리오에 따른 것으로 보이는데···”

“북한의 붕괴를 전제한 봉쇄정책은 한반도의 긴장만 고조시키고 평화를 훼손한다고 생각해요”

“이명박 정부가 봉쇄정책을 펴면서 손해는 금강산 등 북한 지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이 많이 입었습니다”

安의원은 2012년 10월7일 <비전선언문>을 발표했다. 그는 남북한의 중요한 합의에 대해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한다며 “6·15선언과 10·4선언”을 들었다. 자유통일이 아닌 연방제를 주장한 셈이다. 

3.
<안철수의 생각>에 나오는 安의원의 對北노선은 ‘햇볕정책’이다. 북한주민의 마음을 얻는 것은 식량이 아니라 자유, 생명, 인권일진데 소위 경제협력·경제교류 등을 언급하며 북한에 퍼줘야 한다는 논리를 이렇게 정당화했었다.

“통일을 하려면 북한주민의 마음을 얻어야 합니다.(···) 누구든 기본적으로 생존이 가능해야 변화를 희망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식량 배분 등의 과정에서 군량미 전용 등의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모니터링 제도화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최근 들어 국제식량기구의 모니터링이 상당히 진전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점은 다행스럽다고 생각합니다”

“북한과 평화적인 經濟協力(경제협력)이 활성화되면 내수시장 확장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어요. 우리 경제는 현재 성장이 정체된 상황인데 북한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죠”

“남북 간의 經濟交流(경제교류)가 진전되면 서로에 대한 의존도도 커지죠. 개성공단이 좋은 예가 될 것입니다. 그런 협력을 통해 평화를 정착시키고 통일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중단됐던 남북대화와 經濟協力(경제협력)을 재개할 필요가 있습니다. 금강산, 개성관광 등을 다시 시작하고 개성공단은 확대하며 개성공단과 같은 협력모델을 다른 지역에도 점진적으로 확대해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4.
安의원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평가도 달라졌다. 그는 <안철수의 생각>에서 천안함 폭침 관련, “정부 발표는 기본적으로 믿지만 이견을 무시하는 태도가 사태를 악화시켰고…”라고 운운했다.

이명박 정부와 외국 전문가들이 참여한 民軍(민군)조사단에 의해 완벽하게 조사되고 북한의 어뢰잔해까지 발견된 사건에 대하여 억지를 부리며 북한소행임을 부정하는 사람들을 비판해야 할 安 의원은 그들로부터 시달린 정부를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를 한 대 때리면 김정일 정권은 백 대를 때려야 할 판인데 북한에 대한 비판은 찾을 수 없다.

5.
천안함 폭침이 북한소행임을 부정하는 從北세력은 제주해군기지 건설도 반대한다. 안철수도 자신의 책에서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참극”이라고 비난한다. 그는 11월2일 제주 강정마을 방문해 “해군기지와 관련해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문제, 과정상에 많은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며 이렇게 말하기도 했었다.

“과연 강정이었어야만 하는가. 그랬더라도 충분한 동의를 구하고 과정상에 문제가 없었는지, 시행 상 약속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는 엄중하게 잘 봐야 한다...주민 동의를 구하지 못해 서로 친척 간에도 반목하고 주민 간 갈등을 불러일으킨 책임에 대해서는 정부 관계자가 현장에서 말씀을 듣고 사과해야 한다”

安의원은 당시 “주민동의···” 운운했지만,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2007년 4월26일 강정마을 총회를 통해 유치가 결정된 일이다. 그러나 맥아더동상파괴·평택미군기지반대를 선동해 온 반미운동권이 강정마을에 몰려들면서, 마을민심이 분열돼 버렸다.

정부의 주민설득과 지도자의 현장방문 등 미흡한 점이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가장 큰 갈등의 원인은 ‘미군의 기지 사용을 막아야 한다’는 반미운동권의 이데올로기였다. 그는 사태의 본질을 모른 채 또는 모르는 척 하면서 정부만 난도질 쳤다. 자신을 지지해 온 좌경깽판세력의 구미에 맞추는 비겁한 말이자 지도자로서 국민과 국가의 총합적 이익을 무시하는 말이다.

安의원 말대로라면, 수년 째 건설 중인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은 때려 치고 또 다른 제주도 마을을 찾아나서야 한다. 강정마을은 예정됐던 ‘제주민군복합형 관광미항(美港)’으로 거듭나지도, 예전의 작은 포구로 돌아가지도 못할 것이다. 건설이 중단된 마을은 폐허로 변한다. 반미운동권은 새로운 건설지를 찾아 표표(飄飄)히 떠나갈 것이고 정부와 지역의 지루하고 짜증나는 실랑이로 ‘친척과 주민 간 반목’은 또 다른 형태로 증폭될 것이다. 그런 식이면 제주도 전체가 황폐화되고 만다. 참 어리석고 무책임한 생각이다.

6.
安의원은 <안철수의 생각>에서 북한인권 관련 질문에서 “정치범수용소” “탈북자의 강제북송과 처형” 등을 언급한 뒤 “우리 정부가 남북협력을 진전시키면서도 북한 주민들의 인권과 관련해 필요한 발언은 하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라며 애매하게 말끝을 흐린다.

7.
安의원은 <안철수의 생각>에서 “대북경협 달러가 핵무기 개발 자금으로 쓰였다는 지원 반대 논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북한은 남한이 돈을 주지 않아도 핵개발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더군요. <워싱턴포스트> 기자였던 돈 오버도퍼는 저서에서 ‘우리에게는 일상적인 훈련 정도로 인식되는 ‘팀스피릿 훈련’에 대해서도 북한은 실제로 엄청난 위협을 느꼈다’라고 말했습니다. 핵개발이 미국의 위협에 맞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것이 북한의 주장이기도 하고요”

“어쨌거나 북한은 정전상태에서 일방적으로 핵을 개발했고 그것을 협상용 또는 대남 위협용으로 쓰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북한의 핵개발은 남한과의 경협 여부와 상관없이 진행하는 것이고 중국에 광물자원을 파는 등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자금을 조달했을 겁니다. 남북이 대화의 공간을 마련하고 평화체제를 정착시켜야 북한이 핵에 의존할 명분을 제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핵은 지금까지처럼 6자회담을 통해 국제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되 남북 간 경제협력을 통해 접촉 창구를 넓힐 수 있어야 합니다”

“남북이 대화의 공간을 마련하고 평화체제를 정착시켜야 북한이 핵에 의존할 명분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安의원은 자신의 책에서 ‘대북지원이 핵개발로 전용된 사실’을 부정하며 북핵개발의 시간과 자금을 벌어 준 6자회담의 재개와 북한이 미군철수를 위해 주장해 온 소위 평화체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나이브하고 위험천만한 발상이었다.

8.
필자는 2012년 9월28일 글을 통해 당시 안철수 후보를 아래와 같이 평했다. 2014년 1월20일 조선일보 인터뷰에 등장하는 안철수의 생각이 정말 바뀐 것인지, 속이는 것인지, 아예 생각이 없는 것인지 지켜볼 이유가 여기 있다.

<안철수 후보는 ‘햇볕정책’에 투철한 反통일주의자이다. 그의 책 <안철수의 생각>에서 언급된 대북관은, 북한정권은 당분간 무너질 리 없고 무너뜨려서도 안 된다, 대북지원을 하다보면 북한이 점점 변화할 것이다, 인권문제는 대북지원을 하면서 차츰 재기할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의 대북관은 전체적으로 안보에 무지하고 인권에 관심이 없으며 통일에 반대한다. 이런 시각을 종북·좌파로 보기는 어려울지 모르지만, 그의 입술엔 거짓과 선동에 넘어간 한국인의 뒤집힌 善惡觀(선악관)이 배어 있다. 가련한 동족을 구하는 북한해방의 사명,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 낼 자유통일의 비전을 거부한 채 돈으로 평화를 구걸해 남북한 분단을 고착시키려는 利己心(이기심)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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