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렬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사진=연합]

북한이 25일 노동신문 논설에서 “자본주의의 종말은 역사의 필연”이라고 주장하고 나섬에 따라 지난 80년대부터 주장해 온 연방제 통일에서의 ‘상호존중의 정신’이 갖는 기만성과 허구성을 다시 한 번 여실히 드러났다.

이 날 노동신문은 ‘자본주의의 종말은 역사의 필연이다’ 제하의 논설에서 “제국주의자들은 현시대가 자본주의에 유리한 시대인 것처럼 묘사하면서 ‘영원성’에 대하여 떠들어대고 있지만 이것은 완전히 현실왜곡이고 허위기만이며 황당한 궤변”이라며 “그의 종말이 가까워 오고 있는 시대”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자본주의의 종말은 인민대중의 자주위업, 사회주의위업의 전진과 동시에 더욱 다그쳐지고 있다”며 “선군으로 승리하며 위용떨치는 사회주의조선(북한)은 자주성을 지향하는 세계인들의 희망의 등대로, 승리의 기치로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세계는 머지않아 자본주의의 종말을 반드시 보게 될 것” 이라며 “21세기는 자주성을 위한 인민대중의 투쟁에 의하여 자본주의가 종말을 고하고 사회주의가 승리하는 역사적 변혁의 세기로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그동안 대륙간 탄도 미사일 발사를 ‘위성 발사’로 주장하는 등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 논설 등을 통해 그들의 입장을 대외에 관철시켜왔으며, 그런 점에서 이번 논설도 곧 북한이 그동안 견지해 온 공식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되었다.

또한 따라서 남한이 바로 자본주의 체제임을 고려할 때 북한이 지난 약 30년 간 줄곧 주장해 온 ‘고려연방제 민족통일’에서 남한의 체제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음을 드러낸 결정적인 증거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번에 비로소 드러낸 속셈과는 달리 북한은 지난 80년대부터 줄곧 연방제 통일에서 상호체제를 ‘존중’할 것을 촉구해왔다.

70년대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이른바 ‘조국통일 3대원칙’을 제시한 북한은 이후 이를 구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80년 10월 노동당 6차 대회에서 ‘고려민주연방공화국’을 창안하면서 ‘서로에게 존재하는 사상과 제도를 인정할 것’을 다짐했다.

당시 연방제 창립방안에서 북한은 “북과 남이 서로 상대방에 존재하는 사상과 제도를 그대로 인정하고 용납하는 기초 우(위)에서 북과 남이 동등하게 참가하는 민족통일정부를 내오고 그 밑에서 북과 남이 같은 권한과 의무를 지니고 각각 지역자치제를 실시하는 연방공화국을 창립하여 조국을 통일할 것을 주장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모든 분야에서 자주성을 견지할 것 ▲민주주의를 실시하고 민족 대단결을 도모할 것 ▲민족경제의 자립적 발전을 보장할 것 ▲군사적 대치상태를 해소하고 ‘민족연합군’을 조직할 것 ▲해외의 ‘조선동포’들의 권리를 보장할 것 등 10가지의 허울 좋은 방안들을 제시했다.

북한의 이러한 연방제 방안은 지난 2000년 6월 15일과 2007년 10월 4일 남북 공동선언에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6.15 공동선언 당시 김정일과 김대중 전 대통령은 ▲통일문제를 우리민족끼리 자주적으로 해 나갈 것 ▲북한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와 남한의 연합제가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할 것 ▲경제협력을 통해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 모든 제반 분야에서 교류를 활성화 할 것 등을 합의해 ‘상호존중’을 비롯한 북한의 연방제 방안들을 대부분 수용했다.

그리고 10.4 선언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과도 “남북은 사상과 제도의 차이를 초월해 남북관계를 ‘상호존중’과 신뢰의 관계로 확고히 전환시켜나가기로 했다”고 합의해 역시 상호존중을 강조했으며,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에도 역시 같은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나 북한의 연방제 통일 방안이 갖는 음모는 80년 10월 노동당 6차 대회에서 발표한 연방제 창립방안에서 이미 드러나고 있었다.

북한은 당시 창립방안에서 “고려민주연방공화국은 북과 남이 통일이전에 다른 나라들과 일방적으로 맺은 군사조약을 비롯하여 민족적 단합에 배치되는 모든 조약과 협정들을 폐기하여야한다”며 “우리나라 영토에 다른 나라 군대의 주둔과 다른 나라 군사기지의 설치를 허용하지 말아야한다”고 강조해 상호존중을 핵심으로 하는 이 고려연방제가 사실상 적화통일의 가장 큰 걸림돌인 한미동맹의 와해를 노린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는 북한이 지난 93년 4월 6일 발표한 ‘조국통일을 위한 전민족대단결 10대강령’에서도 나타났다.

당시 강령에서 북한은 “북과 남, 해외에서 조국통일에 유익한 것은 편견 없이 지지성원하고 ‘해로운 것’은 함께 배격하여야 하며 각자의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 서로 보조를 같이하고 협조하여야한다”며 한미동맹을 와해를 또 한 차례 촉구했다.

북한의 연방제 통일 주장이 갖는 이러한 음모성은 이미 한 차례 현실로 나타나기도 했다.

강령에서 북한은 “핵무기의 생산과 반입, 그 사용을 금지함으로써 조선반도를 영원한 평화지대로, 비핵지대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다짐했지만 민족의식 고취 등 북한이 의도한 방향으로 통일 무드가 한창 조성되던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10월에 핵실험을 전격 단행함으로서 핵개발이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왔음을 드러냈다.

노동신문 논설에서 나타난 북한의 자본주의에 대한 철저한 적대감과 배격정신은 북한의 연방제 통일이 갖는 허구성을 드러내는 한편 북한의 궁극적 목표가 다름 아닌 적화통일임을 증명하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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