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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주 목요일 베를린 북한대사관 앞에서 시위하는 독일 기독교인들. 이들이 들고 있는 현수막에는 '김정은은 북한의 기독교인들에 대한 핍박을 멈추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맨 오른쪽이 4년째 이 시위를 이끌어가고 있는 게르다 에얼리히(Gerda Ehrlich) 할머니(73)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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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 11일은 게르다 에얼리히(Gerda Ehrlich) 할머니(73)가 베를린 소재 북한 대사관 앞에서 북한 수용소 해체를 외친지 만 4년이 되는 날이었다. 베를린의 흐린 하늘과 북한 대사관 앞의 침착한 분위기는 4년 전의 그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누구도 그녀의 ‘4년 간의 외침’에 대해 말하지 않지만, 오늘도 그녀는 묵묵히 4년 전 떨리는 마음으로 서 있었던 그곳에 손수 만든 플랜카드를 들고 서 있다.
2009년 8월, 칠순을 한해 앞둔 평범한 여성일 뿐이었던 그녀는 베를린의 한 교회에서 우연히 오픈 도어즈(Open doors) 선교회를 통해 북한 인권 상황과 정치범 수용소에 대한 소식을 접하게 된다.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실체를 보는 순간 ‘누군가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알 수 없는 부담감이 그녀를 계속해서 억눌렀다. 그리고 며칠 후, 홀로 성경을 묵상하는 중에 게르다 할머니는 다음과 같은 구절을 발견하게 된다.
잠언 24장 11-12
11. 너는 사망으로 끌려가는 자를 건져 주며 살육을 당하게 된 자를 구원하지 아니하려고 하지 말라 12. 네가 말하기를 나는 그것을 알지 못하였노라 할지라도 마음을 저울질 하시는 이가 어찌 통찰하지 못하시겠으며 네 영혼을 지키시는 이가 어찌 알지 못하시겠느냐 그가 각 사람의 행위대로 보응하시리라
이 성경 구절로 인해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그녀의 부담감은 오히려 혈혈단신(孑孑單身)으로 북한 대사관으로 향하게 하는 강력한 힘이 되었다. 진리는 외쳐져야 한다는 확신과 하나님의 명령이 떨어졌음을 그녀는 온몸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정치범 수용소는 ‘남의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놀라운 것은 이제는 그녀의 마음을 알고 함께 하는 동지들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녀의 마음을 나누었을 때 공감하며 기꺼운 마음으로 그곳을 함께 지켜준 친구들은 그녀와 비슷한 연령대의 은퇴한 독일 교회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었다. 처음 북한 대사관의 직원들은 이들을 보며 ‘무의미한 행동’이라며 돌아갈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 사망 당시 북한 대사관에 조기가 계양되어 있었음에도 이들의 시위는 멈출 줄 몰랐다. 이에 대해 북한 대사관측은 강한 불만을 표시 했지만 이들은 김정일의 죽음보다 정치범 수용소에서 죽어가는 자들에 대한 부담감이 더 크기에 오늘도 시위는 계속 된다고 반박했다. 이날 이후로 북한 대사관 측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고 한다.
게르다 할머니와 대화를 통해 발견한 또 하나의 흥미로운 점은 이들 대부분이 구동독 출신이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동서독의 통일의 발원지는 라이프찌히(Leipzig)에 있는 니콜라이(Nikolai) 교회이다. 그러나 당시 동독 전역에서는 자유를 위한 기도회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을 때였다고 한다. 소리 없이 밝혀지던 동독전역의 불꽃이 라이프찌히를 물꼬로 터져버린 것이다. 게르다 할머니는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한다.
“모든 사람이 이제 더 이상 두렵지 않다고 했다. 베를린의 많은 교회가 있었지만 특별히 고백교회 계열의 겟세마네 교회에서 24시간 기도회가 시작되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말을 벽에다가 쓰고 자신의 이름과 주소를 적었다. 이것의 의미는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죽음이 두렵지 않다는 뜻이었다.”
1989년 당시 동독 교회의 비숍(닥터 폴크)의 지원 아래 이루어진 이 24시간 기도회는 그가 말한 ‘기도, 진리, 그리고 비폭력’이라는 기치 아래 행해졌다. 동베를린의 곳곳에서 촛불이 거리를 비췄고 동독정부는 긴장 했다. 같은 해 10월, 게르다 할머니의 눈앞에서 1013명의 기도회 참가자들이 체포되어 투옥 당했다. 그때를 회상하며 그녀는 말했다.
“우리는 두려웠다. 그렇지만 그 두려움을 밖으로 내보이진 않았다. 그 때의 경험이 지금 내가 북한 대사관 앞에 서 있을 수 있는 용기를 가지게 했다.”
북한 대사관 앞에서의 시위는 이렇게 진행된다.
먼저 시위 시간은 매주 목요일 오후 2시부터 1시간 동안이다. 이 시간에는 독일 경찰이 약 20미터 떨어진 곳에서 자국민 보호를 위해 현장을 지켜본다. (독일 정부는 게르다 할머니에게 북한 대사관으로부터 최소 10미터 떨어진 곳에서 1시간 동안 시위할 것을 허용하였다.) 시위시간 동안 30분 간격으로 2번 구호를 외치는 시간 외에는 침묵으로 진행된다. 구호는 다음과 같다.
Du deinen Mund auf fuer die Stummen und die Sache aller, die verlassen sind. (Sprueche 31.8)
너는 말 못하는 자와 모든 고독한 자의 송사를 위하여 입을 열지니라. -잠언 31장 8절.
Freiheit fuer die Christen in Nordkorea!
북한의 기독교인들에게 자유를!
Reis statt Atom fuer alle Nordkoreaner!
북한 시민들에게 핵무기 대신에 쌀을!
Genug zum Essen fuer alle Nordkoreaner!
북한 시민들에게 충분한 먹을 것을!
Aufloesung des Straflagers Yodok!
요덕 수용소를 해체하라!
Aufloesung des Straflagers Chongori!
정거리 수용소를 해체하라!
Aufloesung des Straflagers kaechon!
개천 수용소를 해체하라!
Aufloesung des Straflagers Bukchang!
북창 수용소를 해체하라!
Aufloesung aller Straflagers in Nordkorea!
북한의 모든 수용소를 해체하라!
Meinungsfreiheit fuer alle Nordkoreaner!
북한 시민들에게 생각의 자유를!
Reisefreiheit fuer alle Nordkoreaner!
북한 시민들에게 여행의 자유를!
Menschenrechte fuer alle Nordkoreaner!
북한 시민들의 인권을 보장하라!
Kim il Sung ist kein Gott! Amen.
김일성은 신이 아니다! 아멘.
대사관을 떠나기 전, 북한 대사관 편지함에 전도지와 성경책을 넣어주고 찬송가를 부르면서 이들의 시위는 마무리 된다. 이들의 찬송소리는 무덤덤한 베를린의 거리를 향해, 대답 없는 북한 대사관을 향해 조용하게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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