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말로 북한이 전쟁 도발을 할 가?’ 하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실제로 지금 전면도발, 그것도 핵 도발을 할 듯이 하고 있는데, 정말로 전면전쟁을 하려면, 조용히 기습공격을 하지 저렇게 경고하고 나서는 법은 없습니다. 상대가 충분히 대비하게 한 후에 공격을 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서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 것이거든요.

결국 우리에 대한 ‘공갈 협박’이라는 뜻이고 전일 말씀드린바 있듯이 원래 ‘공갈과 협박’은 깡패외교(brinkmanship)로 먹고 살아 온 북한의 ‘전가(傳家)의 보도’이자 대남 교란 전술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그렇다 치더라도 수위가 너무 높습니다. 우리도 만성이 되어서 웬만한 공갈로는 눈도 끔쩍하지 않으니까 긴장(緊張)의 수위를 한껏 높여 보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가만 보면 그만한 이유도 많은 듯합니다.

우선은 북한 자체 내 문제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미 국방정보본부(DIA)부장과 미 의회 정보위원장도 그런 말을 했지만, 어느 미 정보관계자는 진작부터 ‘오늘 김정은 체제는 일본 낭인들에게 황후까지 잃은 이조(李朝) 고종(高宗) 때보다 허약하다.’고 해 왔는데, 각종 군중대회까지 동원 하는 것이 모두 이렇게 허약한 김정은 세습체제의 안정을 위한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동시에 당(黨)과 군부간의 권력 갈등에서 군부의 승리가 아직은 불명확 한데 군부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것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앞의 미 정보 관계자는 오늘의 장성택을 ‘궁예에게 쫓기던 왕건’에게 비유하기도 합니다. 핵 실험과 대규모 군사훈련도 그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는 데 아닌 게 아니라 하필 최근 계급이 오르락내리락 했던 김영철이가 공갈의 선봉장으로 나선 것을 보니까 그럴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가하면 천안함 사태 때도 그랬듯이 우리 새 정부의 대북정책을 햇볕정책으로 되돌려 대북지원을 계속하라는 ‘대남압력’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동아일보에 의하면 현지에서는 “진짜 싸우려면 소리치지 않고 조용히 한다. 돈이 필요하니까 협박한다. 위협하면 돈을 주니까….’라는 말이 돌고 있다.”는 것 아닙니까?

대외, 즉 국제사회에 대한 메시지도 있는 듯합니다. 전례 없는 ‘핵 공갈’에서는 국제사회에 핵보유국임을 각인시켜 북 핵을 기정사실화 하려는 술수도 읽히고 특히 ‘정전협정 무효화’를 주장한 데서는 장기적으로 미·북 ‘평화협정’ 체결을 통해 저들의 오랜 숙원대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으로 이끌어 가려는 저의도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 같은 데서 계속 ‘긴장해소는 미국에 달렸다’는 식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을 봐도 그렇지만, 정전협정이 정말로 무효화하면 어차피 ‘전쟁상태’와 ‘평화체제’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 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말입니다.

어쨌건 원체 비합리적이고 비정상적인 친구들이니 무슨 짓을 할지 알 수가 없지만, 아무래도 저들이 떠들어 대듯이 정말로 당장 전면전쟁 도발을 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한 편 ‘공갈 협박’도 유분수지 오늘처럼 저렇게 세게 해놓고 갑자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조용히 넘어가기도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연평도 포격 같은 국지도발은 하지 않을까 주시하며 긴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실은 지난번 김정은이가 직접 주관해서 ‘백령도 연평도를 표적으로 삼은 장거리 포격 훈련을 했다’는 데 신경이 많이 쓰였었습니다. ‘김정은의 체면이 있는 데’ 싶어서요.

그러나 오늘 우리 상황도 이제는 ‘또다시 북한이 도발하면 반드시 응징 보복을 하지 않을 수 없을 상황’입니다.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하면 국민적 분노 앞에 정권이 위태롭지 않겠습니까? 그것은 북한도 잘 알 고 있습니다. 또 그래서 우리가 B-52에 B-2스텔스 전략 폭격기까지 동원해서 경고하고 있고 북한의 국지(局地) 도발 시에도 한미가 공동으로 대응한다는 것도 명확히 했습니다. 6.25 당시 하도 혼이 나서 북한은 미국 특히 미 공군에 대한 일종의 trauma가 있다는데, 여하간 이래저래 북한으로서도 ‘도발주체’가 금방 드러나는 도발은 상당히 부담스러울 법 합니다.

그렇다면 실제 도발은 ‘도발 주체가 쉽게 들어나지 않는 방법’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컨대, 지금 이미 하고 있는 cyber 공격이라든가 시간이 좀 지난 후에 우리 사회에 대한 다양한(특히 사회 施設) 테러, 그리고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같은 것 등을 선택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뜻입니다. 그것도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고 경우에 따라서는 생사를 결하는 도발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25일 북한이 “미국과 남조선 괴뢰들의 핵전쟁 도발책동으로 조선반도(한반도)에 일촉즉발의 핵전쟁 상황이 조성됐다는 것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공개 통고한다”며 “반미전면대결전의 최후단계에 진입한다”고 위협했다는 데서는, 그것이 실제 도발에 대비한 책임 떠넘기기 일 수도 있고 문제를 UN으로 끌고 가서 정전협정을 미북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려는 시도의 일환일 수도 있지만, 어쩐지 긴장의 수준을 최대한 높이면서 동시에 현 상황에서 빠져 나가는 퇴로를 여는 모양새가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북한에서 ‘1호전투근무태세’를 발령 했다는 것도 그런 생각이 들게 하구요. ‘1호전투근무태세’가 무엇인지 한동안 모두들 궁금해 했는데, 장진성 뉴 포커스 대표에 의하면 북한의 '최고 존엄', 즉 김일성, 김정일 동상을 수호하라는 전군, 전민에게 지시하는 새로운 전투동원 명령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김일성, 김정일 동상을 공격하겠다고 하니까 그럴 경우 미국이라도 장거리로켓으로 보복하는 것이 김정은의 ‘확고부동한 의지’라네요.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참 어이없기도 한데 오늘 북한 체제가 어떤 자들에게 통치되고 잇는지 알 만 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어떤 측면에서 보면 지금 북한이 보이고 있는 형태는 이명박 정부 5년의 봉쇄(개성공단의 대규모 현금지원 같은 것은 그대로 이어진 지극히 불완전한 봉쇄였지만)에 힘들어 했던 북한의 ‘햇볕정책 금단현상’의 하나일 수도 있다 싶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새 햇볕정책’ 같은 것으로 북한이 물러설 수 있는 핑계를 만들어 주면 혹시 금방 달라질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지난 5년의 나름의 적공(積功)을 하루아침에 무효화 시키고 북한의 오만을 더욱 키워 장기적으로 훨씬 더 고질적 위협으로 만들게 할 가능성이 높은 현명하지 못한 비전략적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건 우리가 언제까지고 북한의 협박에 끌려 다니며 못난 인질노릇을 계속 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다보면 궁극적으로 우리가 지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는 일이니까요. 그것을 끊어내려면 어차피 이런 긴장은 언젠가 한 번은 겪고, 또 이겨 내지 않으면 안 될 일입니다.

그런 차원에서는 지금이 우리가 북한의 버릇을 고쳐줄 중요한 기회 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러자면 국민의 안보의지를 고양시키고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내는 국가적 리더십이 중요한데...좀 답답하지만 일단은 믿고 기대해 볼 수밖에 없겠지요?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24기)와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시펜스버그대 대학원에서 공공행정학 석사, 성균관대 사회과학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았으며, 미국 USAWC(U.S.Army War College)를 수료했다. 국방대학교 총장, 미국RAND·일본 NIDS·러시아 IMEMO·중국 CASS 연구원·초빙교수, 대통령비서실 국방보좌관, 국무총리 비상기획위원회 위원장, 성균관 대학교·명지대학교 초빙교수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예비역 육군중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동전쟁> <한국적 군사발전의 모색> <21세기 한국안보> 등이 있다. 블로그: http://khsang45.tistory.com 트위터: @khsang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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