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폭군형 가부장이 수두룩했다. 못난 자일수록 제 처자식을 쥐 잡듯 잡았다. 그런 자들의 공통점은 집 밖에만 나가면 샌님이 되어 헛기침 한 번 못하고 큰소리 한 번 못 쳤다. 기껏해야 술 힘을 빌려 갈지자걸음을 걸으며 육두문자를 내뱉는 수준이었는데, 그것도 한 주먹 하는 사람을 만나면 바로 꼬리를 내리고 집으로 기어들어갔다. 어쩌다 고주망태가 되어 자기도 모르게 동네주먹에게 욕 한 마디 했다가는 그 자리서 매 열 대를 벌었다. 사단(事端)은 그 다음에 벌어진다. 일단 집에만 들어가면 애꿎은 처자식에게 화풀이한다. 집안에서야 조상신 빼고는 가장 높으니까! 하늘이니까!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면서 대장군이나 왕도 눈앞에 나타나면 한 주먹에 죽일 듯이 펄펄 뛴다. 울타리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가정사로 치부되어, 누군가 팔다리가 하나 부러져도 이웃은 모른 척한다. 그때는 도망가는 게 상수다. 눈부신 경제개발과 더불어 1970년대부터 이런 자들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기 시작했다. 유신군대라 하여 1970년대 중반부터 군대에서도 소원수리 제도가 도입되면서 구타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폭력은 이처럼 가난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북한의 살림살이는 현재 한국의 1961년 수준도 안 된다. 1944년 대동아전쟁 말기 수준도 안 된다. 당 간부가 노동자와 농민을 상대로 강도짓하고, 군인이 민간인을 약탈하고, 안전원(경찰)이 아무나 때리고 잡아가는 게 일상사다. 도둑과 강도가 따로 없다. 거지와 서민의 구별이 없다. 권력과 연줄과 뇌물이 모든 걸 좌우한다. 북한 전체가 1960년대 한국의 폭군형 가부장 아래 벌벌 떠는 한 가정으로 보면 된다. 2천만이 가시 울타리에 갇혀 있으니까, 꼼짝도 못한다. 굶어 죽어도 원망 한 마디 못하고 그냥 죽는다. 굶기를 밥 먹듯 해도 폭군형 가부장만은 지극 정성으로 모신다. 뼈가 빠지게 일해서 모조리 갖다 바친다.

노무현 정부에서 한 번, 이명박 정부에서 두 번, 김씨왕조가 3차례 핵실험을 단행했다. 김일성과 김일성 2세가 핵 개발과 장거리미사일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다가 노태우의 북방정책 성공으로 소련이 석유를 끊고 중국도 못 본 척하자, 공장의 90%가 문을 닫으면서 300만 명이 굶어 죽었다. 북핵이 개발되기도 전에 폭발하여 북한 주민을 300만이나 몰살시킨 것이다. 자연히 핵 개발도 장거리미사일 개발도 전면 중단되었다. 수령과 당 중앙은 쥐 죽은 듯 조용하게 지내며 핵심 당원들만 챙겼다. 한국이 손만 내밀면 흡수통일(자유통일)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민주투사 김영삼이 펄쩍 뛰었고 통일전도사 김대중이 기겁을 했다. 김정일은 기쁨조에게 둘러싸여 배꼽을 드러내며 껄껄 웃었다. 희망은 386주사파의 독침을 맞은 남쪽에 있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금강산과 개성으로, 홍콩과 테헤란을 통해서 피 같은 달러가 들어갔다. 중국과는 만성적 무역적자이고 일본에서 흘러 들어가던 조총련 돈도 떨어졌다. 그런데도 경화(hard currency)가 생겼던 것이다. 남북의 정권이 기만전술을 주고받으며, 저들끼리 몰래 주고받는 말을 빌면 민족핵을 개발한 것이다. 중도실용 정부는 살인 사건 때문에 차마 금강산으로는 달러를 못 보내고 개성으로는 계속 핵개발비를 올려 보냈다.

김일성 3세는 북한 주민 전체를 한 울타리의 노비 가족(솔거노비)으로 생각하고, 1993년부터는 한국 국민마저 절반 정도를 또 다른 노비 가족(외거노비)으로 생각한다. 집안에서야 죽은 김일성과 김일성 2세(옛날의 조상신에 해당) 빼고는 하늘보다 높다.

“뭐, 미국이 세계 유일 초강대국이라구? 뭐, 일본이 세계에서 2위 3위를 다투는 경제대국이라구? 웃기고 있네! 내가 한 주먹만 휘두르면, 끝나거든. KO! 단추 한 번만 누르면 끝! 남조선 인민들이여, 안심하라. 내가 악마로부터 지켜줄 테니까."

살짝만 벗어나면 김씨왕조의 왕은 와들와들 떤다. 어떤 나라에도 못 간다. 기껏 뒤를 봐 주는 이웃집 중국이나 러시아에 어쩌다 한 번 나들이하지만, 죽을까 봐 비행기도 못 탄다. 방탄유리로 완벽하게 보호된 기차를 타고 열차 시각은 초특급 비밀로 해서 도둑고양이처럼 몰래 몰래 간다. 인터넷에 즐비한 극성팬에도 불구하고 한국에도 감히 못 온다. 동남아의 작은 나라에도 못 간다. 옛 친구 동유럽에도 감히 못 간다. 소련으로부터 석유를 공짜로 받을 때에 무기로 선심 썼던 아프리카의 이런저런 나라에도 못 간다. 삽짝을 벗어나는 순간 아무도 인간 취급하지 않고 그 누구도 주정꾼 내지 미치광이의 헛소리를 명언과 격언과 법률로 한 자도 놓치지 않고 받아 적지 않으니까, 달달 외워 충성경쟁을 벌이지 않을 테니까.

미국에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실어 핵폭탄을 선물해? 그걸 믿는 자들은 한국의 친북좌파밖에 없다. 친북좌파 중에도 그걸 진짜 믿는 자들은 거의 없다. 그걸 진짜 믿는 자들이나 믿는 척하는 자들은 19세기의 제국주의 이론으로 20세기에 두 차례 열전과 긴 냉전을 통해 각각 자본주의 제국과 공산주의 제국의 팔을 꺾고 자유민주 독립 국가를 100여 개국이나 탄생시킨 자유민주의 수호천사를 가상의 제국주의 적국으로 철석같이 믿고서 김씨왕조에 대한 비열한 충성심을 거룩한 민족주의로 포장한다.

한국인은 1년에 1000만 명이나 세계 곳곳을 제 집처럼 드나든다. 쇠 울타리 쳐진 북한에만 못 간다. 김씨왕조에선 인류역사상 최고의 지도자라고 추켜세우는 자조차 돈만 있으면 아무나 가는 홍콩에도 못 간다. 거기 가면 사시사철 같은 옷을 입고 길거리에서 꾀죄죄한 손을 내밀고 앉아 있는 노숙자 취급도 못 받는다는 걸 너무도 잘 아니까, 여차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암살당한다는 걸 아니까.

북핵은 북한주민 300만 머리 위에 이미 개발단계에서 터졌다. 핵폭발에서 살아남아도 방사능에 노출되면 후유증이 본인에게는 평생, 자손에게는 대대로 남는다. 그처럼 그 때 살아남은 북한 주민 2천만에게는 그 후유증이 영양실조와 인권유린의 형태로 지속되고 있다. 못난 폭군형 가부장이 가족을 돌보지 않고 굶기고 때리고 죽이듯이, 김씨왕조는 세계가 아무리 규탄해도(한국의 친북좌파만이 내재적 접근으로 북한인권 규탄을 규탄한다만) 그건 우리 집안의 문제라며, 우리 집은 행복의 보금자리라며, 모함하지 말라며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집안의 사람들을 상대로 아무런 죄의식 없이 가학적 취미를 밤낮으로 휴일도 없이 즐긴다.

북핵은 평화를 내세워 5천만의 전쟁의지를 꺾고 민족애를 울부짖으며 그들로부터 정의감을 박탈한다. 어둠 속에서 자유민주를 정조준한다. 적화통일되더라도, 자유민주를 포기하더라도, 노예로 살더라도, 미국의 핵우산을 떠나 북한의 핵우산을 쓰라고 협박한다. 개성공단은 계속 살려야 한다는 장식음과 전술핵 재배치는 민족공멸이라는 화음으로 이미 평양의 협박에 동조하는 자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죽지 못해 환장한 자들이다. (2013.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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