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이 바로 그 자신 때문에 회생 불가능의 몰락에 직면한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에 강성대국 건설을 구걸한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김정일의 제12기 대의원 당선과 관련한 조총련 중앙상임위원회의 축하문 전문을 게재했다.

신문에 따르면 조총련 중앙회는 지난 10일 축하문에서 “우리들은 장군님(김정일)이 21세기 총련과 재일조선인운동의 진로를 명시하여준 강령적 말씀을 결사의 각오와 불굴의 신념과 의지로 관철하여 올해를 재일조선인운동발전에서 새로운 전환을 이룩하기 위한 해로 빛나게 장식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강성대국 건설의 대오에 우리도 함께 세워주고 선군조선이 강성대국의 문패를 달 때 총련과 재일조선인운동도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놓도록 하려는 크나큰 믿음과 사랑을 받아 안은 우리들은 넘치는 감사의 마음 다함없으며 지니게 된 크나큰 영광과 누리는 행복도 이를 데 없다”고 강조했다.

조총련 중앙회가 이 날 언급한 김정일의 강령은 그 내용이 확인되지 않아 비공개로 은밀히 하달되었을 것으로 관측되었지만, 조총련 중앙회가 이를 소위 강성대국 건설과 연계시킴에 따라 마약과 위폐 등을 통한 자금 마련과 관련된 지시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박두진 재일 통일일보 고문에 따르면 북한의 자금줄 역할을 해 온 조총련은 지난 2002년 9월 17일 일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일이 일본인 납치 등을 시인하고 공식 사과하는 ‘배신’을 당한 이후부터 내부에서도 커다란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서만술-허종만 체제를 중심으로 한 조총련 집행부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를 ‘조작’이라고 주장해왔던 기존의 입장을 굽히지 않은 채 마치 남의 일처럼 ‘유감’만을 표명하며 “조총련은 사과할 이유와 책임이 없다”고 밝혀 재일동포 사회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후 일부 지역에서는 1955년 조총련 출범 이후 최초로 집행부의 퇴진을 요구하는 서명 운동이 벌어졌으며, 특히 젊은 간부들은 실명으로 작성한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당시 각 지역에서 제출된 혁신개혁안은 ▲김정일에 맹종하는 단체가 아닌 동포를 위한 단체로 거듭날 것 ▲대한민국을 조국으로 규정할 것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직접, 비밀투표로 지도부를 선출할 것 ▲김일성-김정일 우상숭배를 중단하고 민주적 민족교육을 실시할 것 ▲산하 신용조합들의 투명한 운영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일부 신진 간부들과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의 사원 28명은 납치문제를 솔직하게 사죄하는 등 직접 행동으로 옮기기도 했으며, 이를 계기로 조총련은 이후 회원 대다수가 탈퇴해 재일본대한민국거류민단(민단)으로 넘어가는 재앙을 맞았다.

하지만 김정일에 의한 조총련의 시련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조총련은 최근에도 현재 북한이 발사를 준비 중에 있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 때문에 일본 정부로부터 자산이 동결될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축하문에서 드러난 조총련에 대한 김정일의 인면수심(人面獸心)의 구걸 행각은 그나마 잔류하고 있는 나머지 조총련 회원들마저 탈퇴를 결심하게 되는 상황을 촉진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었다.

한편 조총련은 이 날 축하문에서 “우리 총련 일군들을 생사를 같이하는 혁명전우로, 재일동포들을 한식솔로 한품에 안아주는 장군님은 총련의 각 계층 동포들이 최고인민회의 제12기 대의원으로 선출되도록 해주었다”며 12기 대의원에 조총련 간부진이 당선되었음을 확인시켰다.

그리고 “우리들은 장군님이 천리마의 고향 강선에서 지펴 올린 봉화를 따라 조국이 2012년을 향하여 새로운 혁명적대고조의 폭풍시대에 들어선 격동적인 시기에 진행된 대의원선거에서 장군님이 대의원으로 추대되었다는 보도에 접하여 무한한 감격과 환희에 끓어 넘쳐있다”며 북한이 현재 중대한 변화의 시기에 직면해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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