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는 귀순용사라고 했었다. 휴전선을 넘어온 인민군, 바닷길로 넘어온 어부, 미그기를 끌고 넘어왔던 이웅평 조종사.. 귀순용사들이 성대한 환영식에서 거액의 정착금을 받으며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는 장면은 언제나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그들은 안보 강연의 스타가 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구할 수 있는 생명은 정말 극소수에 불과했다. 1989년, 이민복 씨가 탈북하기 전까지는.
이민복씨는 김책공대 출신의 수재로, 정부에 중국식 개인농을 권하는 논문을 썼다가 숙청의 위기에 몰렸다. 그는 목숨을 걸고 북중 국경을 넘고, 중러 국경을 넘어 당시 모스크바의 한국 대사관까지 갔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주 러시아 한국 대사관은 망명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신을 받아주면 북한을 자극하게 되어 평화가 깨진다.’는 것. 당시는 노태우 정권, 반공이 국시였던 군 출신 대통령의 통치기였다. 하지만 그 시절에도 이 땅에는 평화를 핑계로 정의와 생명을 포기하는 정치적 이기주의가 가득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민복씨는 포기하지 않고 미국, UN, 그리고 한국 선교사들의 도움을 받아 결국 한국 땅을 밟을 수 있었다. 난민 탈북자 1호의 탄생. 그리고 대사관을 통한 탈북자 입국의 길이 뚫리는 순간이었다. 이 일이 선례가 되어 2012년 현재, 대한민국에는 중국, 몽고, 동남아시아 등지의 여러 나라 대사관을 통해 망명한 2만 5천여 탈북자가 우리와 함께 살아 숨쉬고 있다. 역사는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현실주의의 탈을 쓴 잔인한 이기주의를 뚫고, 믿음의 사람들이 기도하는 것을 통해서.
현재 중국에는 30만에서 100만의 탈북자가 흩어져 있고, 그들 중 다수는 한국행을 원한다. 그러나 중국 공안은 탈북자 검거시 예외없이 북송하고 있다. 어렵게 대한민국까지 넘어와 ‘새터민’이라고 불리게 된 동포의 수는 2만 5천, 결국 한국행을 시도한 탈북자의 대다수는중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북송되어 생명을 잃은 것이다. 북한에서 단순히 경제적인 이유로 탈북한 사람들과 남한행을 원해서 탈북한 사람들이 받는 처벌의 수위는 현격히 다르다. 중국 정부는 경제 유민이라 북송시키고, 북한에서는 정치범이라고 처형하는 악한 팀워크다.
2011년 말, 김정은이 집권했다. 김정은의 첫 명령은 국경봉쇄와 외화 사용 금지였다. 특히 김정일 국장기간 100일 동안 탈북한 사람은 3족을 멸하겠다고 했다. 이는 북한 실정에서도 과하다 싶은 강경책이었다. 사실 경제적인 이유로 북중 국경을 오가는 사람은 이미 수십만에 달하며, 2년 동안 열배 이상의 돈가치 하락을 경험한 북한 주민에게 외화 사용은 이미 생활화 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이는 통치 초기를 공포와 위압으로 시작했던 르호보암의 길과 다름이 없었다.(왕상12:12~16) 그리고 여기서 결국 북중간의 팀워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3족이 멸해질 사람들’을 경제유민이라고 돌려보내기엔 중국정부의 명분이 부족해진 것이다. 그리하여 오랜 시간 노력해온 탈북자 북송 저지 운동이 온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고, 김정은은 르호보암처럼 혹때려다 혹 붙인 격이 되었다. 한번 붙은 북송 저지를 위한 기도와 국제연대는 이제 사그러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선의 시나리오는 중국 정부가 단 한명이라도 대한민국으로 보내주는 것이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이는 선례가 될 것이다. 이민복 씨를 기억하자. 아마 현 2만 5천의 남한정착 탈북자는 순식간에 수십만 단위로 올라갈 것이다. 이는 곧바로 북한 정권 붕괴와 자유 통일의 결정타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를 잘 알기에, 중국 정부는 북송을 쉽게 철회하지 못하고 있다.
차선의 시나리오는 북한 정권의 탈북자에 대한 형벌 완화다. 이미 김정은은 중국에 ‘죽이지 않을테니 북송시켜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한다. 이는 심한 인권 압박을 받는 중국정부에 대한 북한 정권의 외교적 배려다. 북송된 탈북자가 고문당하고 죽을 때마다 중국은 명분을 잃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계속 외쳐야한다. 그리하면 북한 정권도 중국 때문에 탈북자를 정치범이 아닌 경제 유민 수준에 맞춰 벌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형벌이 가벼워짐과 비례해서 탈북자는 더욱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이 역시 장기적으로는 통일의 길이다.
또한 우리는 중국을 위해 축복하고 기도해야 한다. 지금 중국 정부는 양심과 실리가운데서 고민하고 있다. 중국에도 1억의 크리스천이 있고, 탈북자 북송을 반대하는 절대 다수의 인민이 있지만, 지도부로서는 북한의 붕괴가 자신들에게 미칠 파급효과가 두려운 것이다. 그러나 의로운 판단은 결코 손해가 되지 않는다. 북한의 악한 정권은 어차피 곧 무너진다. 남북한의 문화를 모두 알고, 대부분 중국어에도 능숙한 2만 5천의 탈북자들. 이들은 통일 한국의 리더가 될 것이다. 그들에게 은혜를 배푸는 것은 미래의 한중관계를 위해 중국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투자가 될 것이다. 중국 정부가 정의로운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기도하자.
그러므로 우리의 싸움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생명의 길을 열자. 기도하며 모이고 외치자.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 풀리듯. 우리가 탈북자를 구할 때, 하나님께서는 북한을 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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