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에 의하면 남조선중학생들 속에서 현재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며 마약을 사용하는 현상이 하나의 류행으로 된다고 한다. 거리에 나서면 조선 사람인지 외국 사람인지 알수 없는 옷차림과 머리단장을 하고 성형수술을 하고 코날을 뾰족하게 세운 청년들이 뻐젓이 나다니고 있다고 한다. 식당에 가면 타악기를 치는 젊은 악사들이 온 몸에 얼룩덜룩한 색칠을 하고 동물처럼 북을 두드려 댄다고 한다.”
북한의 <강연제강>이라는 문건의 한 대목이라고 한다. 남한 청년 전체를 흉보는 셈이다. 일부러 찢은 청바지와 미니 숏 팬츠를 입고 다니는 세태, 여고 졸업하자마자 성형수술부터 하는 풍조, 홍대 앞, 강남 술집에서 소맥을 마시는 일상, 락 밴드와 난타 연주자들의 문신, 맥가이버 헤어스타일...이게 다 ‘남조선의 말세풍조’라고 욕하고 있다.
김정일 정권이 서울에 들어선다고 가정하면 그런 ‘말세적’인 남한 청년들은 모조리 ‘김정일 삼청교육대’ 감일 것이다. 그 때 끌려가는 남한 청년들이 무슨 생각을 할지 아주 궁금하다. “혁명의 대의에 순응해 교육대에 기꺼이 들어가겠습니다”라고 할지, “어? 공안탄압 하네?”하고 화를 낼지, “아차, 이럴 줄은 몰랐다”하고 후회막급일지... 일부야 물론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촛불을 켜려고도 하겠지만, 그 때 김정일이 과연 청와대 뒤 산에 올라 ‘아침 이슬’을 불러줄까?
<강연제강>은 또 이렇게 말하고 있다.
“양키문화, 왜색왜풍이 판을 치고 “세계화”의 구호 밑에 민족성이 사라지고 있으며 말세기적 생활풍조가 판을 치고 있다. 특히 사회의 꽃이며 미래의 담당자들인 청년들이 부패타락 되어가고 있다.“
‘왜색풍조’는 일부 일본식 주점 말고는 우리 청년들이 따르지 않고 있다. 괜한 상투적 비방이다. 그러나 ‘양키문화’라는 말의 범위엔 아마도 예컨대 K-팝에 열광하는 오늘의 청년문화도 분명 포함된다고 추정할 수 있다. 그런 대중연예 판을 벌여 문화행사라는 이름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배척하고 한미 FTA를 '매국‘ ’뼈속까지 친미‘라고 매도한 남한의 젊은 일부들로서는 기가 찰 노릇이다. 기껏 ’반미적, 민족적‘으로 나갔는데 돌아오는 건 ’민족성 상실‘ ’양키문화‘ ’동물처럼‘이라는 욕바가지뿐이니 .
“청년들이 부패타락 되어가고 있다”는 말에서는 오늘의 남한청년들에 대한 저들의 관객모독을 읽을 수 있다. 한나라당을 비롯한 남한 정계가 20~30대라면 ‘최고의 VIP 고객님’으로 떠받드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남한에, 북한이 아닌 미국이 주적이라고 여기는 청년들이 많다는 걸 저들은 여태 모른다는 것인가?
류근일 2011/12/10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aestheticism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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