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을 비판하는 것이 정의롭게 보일 정도로 익숙해진 시대적 상황에서 대기업을 옹호하는 것처럼 비치는 이런 주장을 보통 사람이라면 웬만해선 하기 어렵다. 우리 사회 일반의 지식인들이 양비론으로 얼버무리는 얘기를 그는 분명하게 이야기한다. 옳고 그른 것을 분명하게 선을 긋는 것이다. 그의 글은 이런 저런 주장을 오락가락하면서 꼬는 것 없이 한 번에 확 풀어버려서 좋다. 한 마디로 시원시원하다.

이의춘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자. 누가 시장경제를 망치려는 사람들인지, 어떤 규제가 기업을 병들게 해서 우리 대한민국 경제와 국민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지를 말이다. 그는 요즘 잘나가는 유력인사나 힘있는 정치인이라고 해서 비판에 예외를 두지 않는다. 대기업 동물원론을 주장하는 안철수, 대기업 통제론에 빠진 장하준, 주주자본주의를 외치는 장하성, 그리고 참여연대, 경실련, 민주노총, 심지어 여당의 홍준표, 정운찬, 한나라당까지 그에게는 금기나 성역이 없다. 진실을 추구하는 기자정신이 멋지다.

학자의 본분을 벗어난 안철수와 장하준

이미 대선주자로 올라선 정치인 안철수, 그는 대중으로 부터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안철수 열풍이 자칫 명망가에 대한 존경을 넘어 우상화로 변질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볼 일이다. 사실 안철수는 성공한 기업인의 상징이 될 수 없다. 벤처기업가로 안철수연구소를 차렸지만, 10년만에 기업가의 길을 포기하고 교육자로 변신했다.

안철수연구소에는 철수가 없다는 비아냥이 들리는 이유다. 안철수연구소는 여전히 안방기업으로 명맥을 유지할 뿐,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하지 못하고 있다.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면서 치열하게 경쟁했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금 우리사회를 이끄는 대기업들도 과거 황무지에서 갖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승자들이다. 그런 면에서 안철수는 자신의 벤처경험을 대단한 벼슬이라도 되는 양 착각해서는 곤란하다.

지금 안철수는 국민의 세금으로 연구비를 지원받는 교육공직자의 신분이다. 땀을 흘려 연구실적을 내는 게 본업인 것이다. 국가 연구비 받아 연구에 몰두해야 할 사람이 정치 강의와 행사에 몰려다니며 시간을 낭비하고 있으니 걱정스럽다. 공직자로서 정치와 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봐도 문제가 있다.

안철수는 벤처시절에 납품협상을 하면서 힘들어 했고, 학자의 길로 방향을 바꾸었다고 한다. 세상에 납품을 쉽게 하는 기업이 있는지 의문이다. 그의 품성이 워낙 샌님 스타일이라서 그런지 납품과정에서 대기업에 품은 악감정을 아직도 갖고 있는 듯하다. 대기업이 협력업체를 쥐어짠다며 지금도 화를 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 과정은 기업가라면 누구나 이겨내야 하고, 지금도 모든 기업가들이 극복하고 있는 일이다.

심지어 안철수는 대기업을 동물원에 비유하며 비판한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대기업 동물원은 틀렸다. 대기업과 협력관계를 갖고 있는 기업들은 오히려 대기업과 함께 성장한 기업들이다. 다른 중소기업이 부러워하는 대상이다. 중소기업을 가두고 고사시키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에게 해외로 함께 나가서 경쟁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매출이 늘어나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높여준 것이다.

안철수를 영웅시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 사회에 독이 될 수 있다. 외부 탓을 하고, 성공한 대기업을 비하하는 것이 지속된다면 기업인들의 창업정신, 도전정신, 희생과 헌신, 사업보국의 에너지는 점차 약화될 것이다. 그가 행동과 실적은 없고 말만 번지르르하다는 비난을 받지 않으려면,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학교 일에서 세계적인 연구성과를 내야 한다. 과학자는 말로 하지 않는다. 밤을 세워가면서 연구실적을 보여줘야 한다.

안철수와 함께 또 하나의 신드롬을 만들고 있는 사람이 장하준이다. 보호무역을 주장하며 FTA가 손해를 가져올 것이라며 반대한다. 최근 언행을 보면, 이미 학자로서 경계선을 넘어서고 있다. 가장 위험한 발상이 대기업을 통제하자는 주장이다. 특정 기업을 지목하며, 정부, 노동단체, 시민단체가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국유화하자는 말로 들린다. 재미있는 것은 사촌인 장하성이 주장하는 시민단체 주도의 주주자본주의 운동보다 국유화 방안이 더 낫다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사실 대기업에 대한 시민단체의 공격은 참여연대와 장하성에 의해 주도되었던 적이 있다. 이러한 비판이 외국자본에게 기업을 헐값으로 넘기는 계기를 마련하자, 장하준은 외국자본보다는 국유화를 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좌파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요즘 우리나라에서 공공의 적으로 매도당하는 곳이 바로 대기업이다. 선거의 계절이 돌아온 만큼 기업때리기는 예상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이번에는 경제침체와 맞물려 전방위적 압박이 예사롭지 않다. 모든 문제와 잘못을 대기업에 떠넘기다 못해, 대기업 관련 정책을 반시장적 규제로 채우고 있다. 대기업을 공격하면 자신들의 인기가 높아질 것이라는 착각 하에 여야가 오랜만에 단결하는 모습이다.

가뜩이나 경제는 어려운데 대기업 혼자서 잘나가지 말고 좀 베풀면서 살라는 뜻으로 완곡하게 이해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표현과 방법이 과격하다 못해 정책까지 왜곡되고 있다. 베푸는 일을 강요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규제로 대기업의 손발을 묶고 있으니 말이다. 더구나 선거를 앞두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유력정치인이면 누구나 정치적 명분을 쌓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대기업의 경쟁력을 깍아내리고 있으니 안타까운 현실이다. 국민의 불만을 대기업에 전가시키는 포퓰리즘적 발상이다.

이명박 정부가 경제회복의 동반자로 삼았던 대기업을 이제는 개혁의 대상으로 몰아가고 있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는 사실을 무시했던 좌파 포퓰리즘도 문제였지만, 지금의 우파 포퓰리즘도 만만치 않다. 공정, 상생, 동반성장, 공생발전이라는 담론에 매몰돼 시장경제의 치열한 경쟁과 책임을 포기하는 듯 보인다.

동반성장위원회를 앞세운 정운찬, 사재출연을 하라며 경영권을 내놓으라는 이회창, 대기업하면 착취가 생각난다는 홍준표, 대기업을 압박하기 위해 국민연금을 동원하겠다는 곽승준 등 앞다퉈 대기업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더구나 종편방송을 준비하는 보수언론들까지 가세해 광고 수입을 염두에 둔 듯 대기업 길들이기에 나서고 있다.

경실련은 대기업 때리기의 본산이라는 이름이 사라지는 것이 두려운지 얼토당토않은 데이터를 들이대며 경제력 집중 운운하고 있다. 이들의 대기업 공세가 워낙 뜨겁다 보니, 대기업 저격수인 민노당과 시민단체는 할 일 없다.

우리 대기업은 세계적으로 부러움의 대상이다. 애플과 경쟁하는 삼성전자, 도요타자동차를 쫓는 현대자동차, 세계의 가전 브랜드 LG전자 등 글로벌 기업의 활약은 눈부시다 하지만 이들은 국내에서 질시와 질타의 대상이 된다. 한 마디로 동네북 신세다. 국회의원들은 대기업 총수를 국회로 불러 혼내는 게 일이다. 한국 정치권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준다. 권력 앞에서 대기업은 과거의 사농공상 시대의 상업 천시 풍토를 다시금 느끼고 있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어떻게 해야 할까? 경제상황이 어렵고 민심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대기업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은 구시대적이다.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시장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경제발전 원리를 확산시켜야 한다. 보수의 가치를 지키면서 중도를 끌어와야 희망이 있다. 진정한 보수는 자신의 정체성과 원칙을 분명히 지키면서 끊임없이 개혁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는 말이 있다. 양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뜻이다. 지금 한나라당의 처지가 그렇다. 이러한 잘못된 정책은 우리 경제의 효율성과 활력을 저하시킬 것이 뻔하고, 성장이 멈추면 중소기업, 월급쟁이, 자영업자, 일자리를 구하려는 젊은이들이 고통을 당하게 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분법, 편가르기로는 희망이 없다.

그렇다고 대기업에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이의춘은 지적한다. 상속 문제에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라고 주문한다. 또, 요즘처럼 반기업정서가 확산될 때에는 이병철, 정주영 회장이 지향했던 대기업의 사회적 책무와 역할, 사업보국을 되새겨 보라고 권한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중소기업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해 달라는 것이다.

그의 주장은 현실적이다. 한국은 미국과 달리 온정적인 문화가 지배적이라서 오너십이 없는 기업경영에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한다. 오너체제가 효율적이라서 이를 인정하자는 것이다. 그러려면 대기업이 사회 환원을 통해 사회적 약자까지 품으면서 국민의 신뢰를 되찾아야 하며,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살리고 국가의 미래를 선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최승노 / 자유기업원 대외협력실장

위 글의 출처는 <자유기업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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