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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정체성 강화’는 야당하자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 7.4 한나라당 전당대회 ‘쇄신파’ 대표 주자로 나선 남경필 의원은 정면 승부수를 던졌다. ‘좌클릭’이라는 당 안팎의 비판에 대한 맞대응이다. 남 의원은 22일 <데일리안>과 인터뷰에서 “정체성 주장은 야당이고 소수일 때”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한 남 의원은 “소수가 생존을 위해 고슴도치처럼 똘똘 뭉치자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여당을 하려면 로마제국 같은 포용하고 반영하는 자세, 외연을 확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대국적 자세’를 주장했다.
한나라당 당권에 도전한 남경필이 한 말이다. 그는 ‘정체성’이란 말을 추상적으로만 거론하고 있다. ‘보수 정체성’이란 말도 그렇게 하고 있다. 정체성이란 무엇인가? 이를 추상적으로 다루면 공연히 알쏭달쏭해진다. 지극히 현실적으로, 구체적으로, 알기 쉽게 다뤄야 한다. 그래야 뜻이 명료해진다.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들이 잘 쓰였다고 보면 보수가 아니다. 그런 교과서를 배척해야 한다고 말하면 보수다. 그러기 위해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야 보수다. 북한인권법을 다수당이 기필코 통과시켜야 한다고 믿어야 보수다운 보수이지, 야당이 반대하니까 포기해야 한다고 믿으면 보수랄 게 없다. 천안함이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믿는 쪽의 눈치코치 보며 싸울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보수랄 게 없다. 남경필은 그런 보수를 해 보았나?
정체성을 “소수가 생존을 위해 고슴도치처럼 똘똘 뭉치는 것”이라고 규정한다면 그가 예거(例擧)한 로마제국은 정체성을 버렸나, 지켰나? 몽골의 원(元)제국은 다양한 민족과 문화를 포용했던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원(元)이 한족에 동화됐나? 청(淸)제국은 한족에 녹아버렸다. 바로 정체성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선 그게 잘된 일이라고 믿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쨌든 정체성이란 점에서는 죽은 것이다.
남경필에게 건의한다. 당대표가 되거들랑 이른 시일 내에 한나라당+민주당+민노당+진보신당+창조한국당의 합당을 하기 바란다. 거대 로마제국이 되려면 그렇게 해야 하지 않겠나? 그런 다음 한나라당이 청제국처럼 ‘범(汎)진보’ 속에 녹아 버렸으면 한다. 남경필, 그렇게 하고 싶지? 해! 전혀 아쉽지 않으니까.
류근일 2011/6/24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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