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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20일에서 27일 사이에 김정일이 중국을 비공식 방문했다. 26일까지 중국 매체는 내내 한국의 신문과 방송을 인용만 하더니, 27일에야 공동선언문도 없이 조화(造花)처럼 공허한 수사(修辭)로 가득한 보도를 내놓았다. 2010년 천안함 폭침 후 중국에 국빈 방문했을 때 호들갑스럽던 보도와는 사뭇 다르다. 더 이상 밤의 쾌락을 못 누리게 된 듯한 고목(枯木) 육신을 이끌고, 천벌 받은 듯한 노구(老軀)를 이끌고 1년 사이에 3번이나 미제 승냥이를 때려잡아 줄 황룡을 알현하러 갔는데, 갈 때마다 냉랭함이 더해 간다.
중국은 언론 보도를 철저히 통제하는 국가라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으되, 중국에서 직접 뿌린 공식 보도의 행간 및 한국 매체에 넌지시 흘린 정보로 미루어 짐작해 보면, 호금도와 온가보는 위장 개방 즉 독재 비자금 챙기기용 덫을 설치한 위장 개방이 아니라 노동자와 기업가와 상인에게 대부분의 이익이 돌아가고 외국 기업도 다른 나라에서 기업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이익을 볼 수 있는 중국식 개방을 단행하라고 다그쳤던 모양이다. 이에 김정일이 이마에 물소의 그것만한 뿔이 불끈 솟아 한 손을 부들부들 떨며 빈손으로 돌아온 듯하다. 호금도가 평양을 방문하겠다는 약속 하나로 간신히 체면을 세웠다 할까.
중국은 식량과 비료, 유류를 약간 적선하고 탄광과 철광을 도매금으로 더 넘겨주었을 것이다. 압록강의 삼각주 황금평 개발과 동해안 나선 지구 임대(조차지화)의 과감한 빅딜은 이뤄지지 않았음은 쉽게 알 수 있다. 지난번처럼 이번에도 가시적인 것은 압록강신대교 건설 합의 외에는 실질적인 것이 없다. 북한 뒤에는 중국이 있으니까, 중공중앙정치국 상무위원 9명 가운데 외유 중인 오방국 외에는 모두 만나 주었으니까, 이걸 보고 미국과 일본은 두려워 떨라며 으스대고 한국은 반(反) 김정일파와 친(親) 김정일파 두 편으로 쫙 갈라져서 진흙탕 싸움을 가열차게 계속하라고 부추기는 듯하다.
수사적인 표현에 지나지 않지만, <인민일보>에 실린 5개항 합의는 살펴볼 만하다.
1. 김정일의 중국 방문을 환영한다.(加强高层交往，深化中朝友谊。欢迎朝鲜'046导同志访华。)
2. 당 운영과 국가 통치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교류하되, 각자 경제사회발전을 촉진한다.(加强治党治国经'564交流，促进各自经济社会发展。)
3. 호혜적 합작 사업을 확대하여 양국 인민을 행복하게 한다. (扩大互利合作，造福两国人民。)
4. 문화, 교육, 체육, 특히 청소년 교류를 확대한다. (深化文化、教育、体育等'046域交流特别是青少年交往，使中朝友谊世代相传。)
5.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한다.( 就国际和地区形势及重大问'064加强沟通、保持协调，共同维护本地区和平稳定。)
2항과 3항과 4항에 중국의 볼멘 의향이 들어 있다. 중국이 북한으로부터 배울 게 있을 리 없다. 북한은 지금도 모택동의 문화혁명과 비슷한 공산군사독재(선군정치)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걸 등소평 노선으로 바꾸라는 경고이다. 단, 중국이 새 정치세력의 등장과 더불어 스스로 극좌 노선을 버렸듯이 북한도 스스로 알아서 개혁개방하라고 경고하며, 홍위병 두목 같은 김정일이나 그 아들이 아니라 전혀 다른 세력이 등장하기 전에는 중국도 어찌할 수 없으니까, 그 사이에는 각자 갈 길을 가자고 했다.
3항에서 눈에 띄는 것은 인민의 행복이다. 김정일이나 오로지 김정일에게 충성하는 골수 노동당원이 아니라 그들의 노예로 전락한 노동자와 농민과 장마당 상인과 길거리 꽃제비를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전 세계에서 가장 불행한 인민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합작 투자하겠다는 선언이다. 개성공단식으로 노동자 임금의 95%를 김정일 금고로 직행하게 하는 악마적 거래는 않겠다는 통고이다.
4항은 북한의 다음 세대에게 중국의 천지개벽 현실을 보여 주고 그들의 의식을 서서히 바꾸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김정일 사후를 겨냥하고 있다. 김정일에게는 독소 조항이다. 아마 멋모르고 교류하다가, 김정일은 깜짝 놀라 전면적으로 청소년의 교류를 중단할 것이다.
김정일에게 개혁개방하라는 것은 독사보고 지렁이로 변신하라고 애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렁이는 묵묵히 보이지 않는 땅속에서 땅을 기름지게 하여 식물과 동물에게 두루 이익을 준다. 그러나 그것은 이름도 없고 힘도 없고 돈도 없다. 김정일에게 이것보다 더한 모욕은 없다. 독사는 아무리 덩치 큰 짐승도 단숨에 죽일 수 있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도 죽일 수 있다. 아방궁 독사 굴을 만들어 놓으면, 개구리 공양만이 아니라 전설에 나오는 것처럼 인신공양도 받을 수 있다. 세상에 이보다 좋을 수 없다. 독사 대왕은 죽어도 독사의 권력을 갖고 죽지, 어린애에게도 밟혀 죽는 지렁이로 개과천선하는 것은 어림 반 푼어치도 없다. 독사 대왕은 정 안 되면 독을 확 뿌려 깡그리 다 죽이고 자기도 콱 죽을 것이다. 또는 살신성인하겠다는 개구리들을 어여삐 여겨, 그들의 간청에 못 이기는 척 독사 대왕으로서 핵무기급 맹독을 뿜으며 거대한 새 개구리 집으로 친히 왕림하여 제2의 아방궁 독사 굴을 만들려고 때가 무르익기만을 기다릴 것이다.
(2011.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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