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5월 9일 오후 베를린 시내 총리실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핵 포기 문제에 대해 북한이 진정하게, 확고하게 하겠다는 의견을 국제사회와 합의한다면 내년 3월 26∼27일 핵안보정상회의에 김 위원장을 초대하겠다는 제안을 한다"고 하였다. 대한민국 대통령들이 이런 불필요한 제안들은 왜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김정일이 어린아이도 아니고, 일개 집단의 우두머리로서, 자신의 어젠다에 따라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죽기 살기로 싸우는 판에, 여기서 이렇게 하면 이렇게 보상하고 저렇게 하면 저렇게 보상하겠다고 하여 움직인 사람인가? 자신이 스스로 판단해서 이익이 된다는 판단 아래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여기서 무슨 말을 하든 그것은 쓸데 없는 군소리에 불과하고 대통령의 체통만 깎는 일이다. 제발 이런 허망한 발언들은 자제하기 바란다.
독일은 김대중이 김정일을 만나기 위해 대대적인 대북경제지원을 약속한 장소이기도 하다. 후문에 의하면 김정일이 김대중의 진심을 보기 위해 독일에 가서 제안하면 듣겠다고 주문했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도 어떤 이런 뒷면 약속을 받고서 그런 발언을 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하여간 대한민국 대통령들이, 정통성을 가진 대한민국 대통령들이, 정통성이 없는 깡패 집단의 독재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해외 나들이까지 가서 김정일을 마치 존경하는 인물인 것처럼 대우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생각해보면 역대 한국 대통령들은 누구나 김일성 아니면 김정일을 만나고자 하였다. 이승만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을 제외하면 누구나 다 한번 쯤 김일성이나 김정일을 만나고자 했다. 그런데 그것이 반국가단체 수괴로서 그를 만나 권력을 내놓고 물러나라고 요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무슨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만나고자 했다니 이것 대한민국 대통령의 체통이 말이 아니다. 반란단체의 수괴를 그저 무찌를 일 밖에 같이 할 일은 없다. 무엇이 답답해서 김일성이나 김정일을 만나자고 마치 애걸복걸하듯 하는가?
이명박 대통령만해도 김정일과의 소위 ‘정상회담’이야기가 취임 초기부터 나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잘 버티고 있지만 끊임없이 김정일과의 만남을 추진하고 있다. 그것이 김정일의 본심인지도 모르겠지만 한국의 친북좌파들이 대통령을 가만 두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만나기를 거부하는 이유가, 간간히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통해 추정하면, 김정일이 만나는 댓가로 엄청난 양의 물자 지원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렇게까지 하면서 까지 만나고 싶지 않다는 자세를 아직 견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 뭐가 아쉬워 김정일 얼굴 보는데 수천 억, 또는 수조 원을 갖다 바쳐야 하는가? 옛날 변방의 왕들이 중국 황제를 알현하는 데로 그만큼 돈을 갖다 바치지는 않았다. 김정일을 만나는 것은 모양새가 중요하다. 변방의 왕을 만나러 중국의 황제가 거동하겠는가? 변방의 왕이 북경으로 올라가야 한다. 마찬가지로 김정일도, 반란 단체의 수괴인 주제에 대한민국 대통령을 오라 가라 할 처지가 아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쉬우면 한번 와 봐라 하는 식으로 배짱을 가지고 다루어야 한다. 사실상은 만날 이유도 없지만 말이다.
그런데 언제 김정일이 핵포기를 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던가? 공연히 핵폐기한다고 약속만 하면 무슨 핵안보정상회의에 초청하겠다는 것은 김정일의 위상만 높여주는 이상한 발언이다. 김정일이 약속하고도 지키지 않는 것이 어디 한두 번인가? 그리고 김정일이 왜 핵안보정상회의에 참가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가 참가하려고 발버둥을 쳐도 막아야한다. 그게 바로 그가 바라는 강성대국의 이미지 아닌가? 강성대국이 되었다고 대외적으로 선포할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핵은 폐기해야 하는데 무슨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인가? 아예 기대도 하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독일까지 가서 그런 제안을 하는 것이 과거 전례로 보아 심상찮게 느껴진다. 무슨 물밑 접촉이 있었기에 그런 제안을 하게 되었는지 알 수 없으나, 대한민국 대통령들은 대통령으로서의 체통을 지켜야 한다. 정통성이 있고 성공한 역사를 창조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정통성도 없고 실패한 마피아 두목을 만나지 못해 안달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크게 체통을 구기는 일이다. 김정일은 그냥 압박하며 무시하는 것이 최선이다. 더 바람직하다면 북한에 존재하는 민주세력을 지원하여 김정일을 제거하는 것이다. 이집트의 무바라크가 물러나듯, 리비아의 카다피가 압력을 받듯, 김정일에게도 압박을 가해야 한다. 이것이 대한민국 대통령이 할 일이다.
1990년대 초 공산권이 붕괴할 때 북한도 붕괴 직전이었다. 그런데 김대중이 나와 김정일을 살렸다. 지금 중동 민주화 바람으로 김정일은 또 다른 위기를 맡고 있다. 이 때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일을 살리기 위해 그의 위상을 높혀 주는 일은 절대로 하면 안 된다. 김정일은 안된다는 인식을 확실하게 북한 동포에게 심어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자면 잘 한 행동도 없는데, 미래에 잘하면 상주겠다는 식으로 미리 상을 줄 이유는 없다. 김정일은 철저하게 무시하고, 무너지도록 공작하는 것이 최선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제발 체통을 좀 지키기 바란다.
http://www.unifykorea.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