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이후로 기자의 이메일 계정은 북한 해킹메일로 도배가 되다시피 하고 있다. 한 두 개가 아니라서 차마 세어볼 엄두도 나지 않는다. 타인을 취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기자가 스스로에게 취재의 대상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이들 해킹메일은 북한인권 단체 등에서 발송하는 각종 보도자료 이메일에 뒤섞여 날아들기에 자칫하면 클릭할 위험도 있다. 예외 없이 해킹툴에 감염된 첨부파일이 들어있기 때문에 클릭 시 결과는 뻔하다. 기자는 이미 이로 인해 곤혹을 치른 경험이 있다.

기자가 북한인권운동가의 신분을 겸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해킹메일을 이토록 집요하게 연속 발송하는 곳은 당연히 북한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관련기관 수사에서도 북한이 유력한 용의자로 나타난 바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최근인 지난 21일 발송된 한 통의 해킹메일을 계기로 한 층 굳어졌다. 이 날 <LeeKoun> <이혜민> 등의 평범한 발송자 명의들 속에서 <FNK본부>라는 이름이 발견된 것이다.

FNK는 기자가 지난날 근무했던 민간 대북(對北)방송국인 자유북한방송(Free North Korea Radio)의 영문 약칭이다.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일반적인 스팸메일 따위나 살포하는 평범한 해커들이 기자가 과거 FNK에서 근무했으며 지금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사실을 알 리는 없다. 설사 안다고 해도 하필 기자만을 노리고 FNK 명의를 미끼로 해서 해킹메일을 보낼 리 만무하다. 다양한 방법으로 확인한 결과 이 해킹메일은 기자 한 사람에게만 발송되었다.

다행히 FNK측은 <FNK본부>라는 명의를 과거에도 사용하지 않았고 지금도 사용하지 않기에 기자는 이 이메일이 북한의 해킹메일임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확인전화를 걸자 단체 관계자도 기자에게 이러한 이메일을 보낸 사실이 없음을 확인했다. 북한 해커들의 무지(無知)가 위기를 모면케 해 준 셈이다.

최근 발생한 농협 전산망 마비사태를 두고 검찰은 현재 북한의 혐의점 파악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농협 사태도 그렇고 기자를 비롯한 북한인권운동가들에게 연일 발송되는 해킹메일을 봐도 북한은 2012년 통일강성대국 건설, 즉 공산통일 목표 시점을 앞둔 지금 공격의 대상을 남한 정부와 군(軍)에서 민간으로 확대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만일 이 과도기적 상황 대처에 실패한다면 어떠한 결과가 발생할지는 뻔하다. 사회는 마비되고 극심한 혼란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친북(親北)집단은 광우병 난동과 같은 대규모 소요사태를 기도할 것이며 이 틈을 타 김정일·김정은 부자(父子)는 서울에 붉은 인공기를 꽂으려 할 것이다.

“북한은 대남(對南)땅굴을 통해 민간인으로 위장한 대규모 병력을 남한 사회에 침투시켜 하루아침에 남한을 무너뜨리려 할 것”이라는 故 황장엽 선생의 생전의 예상과 맞아떨어지는 상황이 현재 벌어지고 있다.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정부는 물론 우리 모두의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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