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달 북한 군부가 도발과 관련해 개성공단을 노릴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2009년 2월 19일자 ‘北, 교전 중 개성공단 인력 사살로 촛불난동 기획?’ 기사 참조).
 
남북 간 교전이 발생한 가운데 개성공단 등지에 상주중인 우리 국민을 사살함으로서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을 미처 보호하지 못한 것을 구실로 삼아 남한 사회에서 대대적인 반정부 투쟁을 유발시킬 것이란 전망이었다.
 
그런데 최근 북한 군부가 남북 간 군(軍) 통신망을 차단한데 이어 이동마저도 원천 봉쇄함에 따라 현재 개성공단과 금강산 등지에 상주중인 우리 국민 650여 명이 고립된 상황이 발생하면서 그 가능성이 한 층 높아지고 있다.
 
중국 현지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한미 연례군사연습인 키 리졸브(key resolve) 등이 시작된 9일 군부가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북남 사이 유일하게 존재해 온 마지막 통로인 군 통신을 9일부터 차단할 것”이라고 전격 선포했다.
 
그리고 “개방돼 있는 동서해 지구 북남 관리구역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보다 엄격한 군사적 통제를 실시하게 될 것”이라는 엄포도 잊지 않았다. 
 
군부의 이번 조치로 우선 오늘 귀환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던 80여 명의 우리 국민이 북한 현지에 발이 묶여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사태의 발생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이 시작될 당초부터 이미 예견되었던 것이었다.
 
우리 측 인력의 방북에는 엄격한 통제가 뒤따랐으며, 그 중에는 휴대전화도 포함되어 있었다. 개성공단 및 금강산 등과 관련해 방북하는 우리 국민은 당초부터 휴대전화가 없어 남측과의 연락에서 북한 당국을 전적으로 의존해야 한다는 약점에 노출되어 있었다. 이번의 군 통신 차단은 그 마지막 줄마저 끊어버린 격이 되었다.
 
때문에 현재 개성공단 등지에 사실상 억류되어 있는 우리 국민은 어둠 속에 갇혀있는 상황이다.
 
그들 중 누군가가 신변의 위협을 당한다 하더라도 도움을 구할 곳은 전혀 없으며, 그들 중 누군가 한 사람이 사라진다 하더라도 왜 사라졌고 어떤 변을 당했는지 알 수 없는 꼴이 되어 있다.
 
결국 북한 군부가 노골적으로 금강산 인력 중 누군가에게 해를 입히거나 작년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과 마찬가지로 단순 사고로 위장 처리한다 한다면, 이명박 정부는 남북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우리 국민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혼자 뒤집어쓰게 될 공산이 큰 것이다.
 
[北의 이번 도발 가능성은 그들 말대로 ‘절대 빈 말이 아닐’ 공산이 크다]
 
애초 군부의 군사적 도발이 감행될 유력한 시기로 점쳐졌던 지난 달 25일을 훌쩍 넘기고 있다. 그들이 한미 연례군사연습을 두고 극도로 광분하는 것을 본다면 아마도 이번 키 리졸브를 도발 시기로 점찍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미 양 국을 모두 타겟에 넣고 있는 것이다. 
 
북한 정권은 ‘혁명의 수뇌부’의 존엄성을 주민들의 생명보다도 더 중요시 하고 있다. 따라서 이미 대내외에 대남 전면대결을 선언한 이상 군사적 도발은 불가피해 보인다. 정권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현재 고조되어 있는 가운데 이명박 정부에게 굴복하고 대남 전면대결을 철회한다면 정권의 권위는 바닥으로 추락할 것이 뻔하다.
 
지난 90년대 초 제1차 북핵 위기 당시에는 클린턴 미 행정부가 북한 정권과 경수로 제공 등을 합의하면서 사실상 북한의 승리로 돌아간 바 있다. 북한에는 미국을 공격할 무기가 전무했기에 클린턴 행정부는 그들을 달래는 쪽을 선택했던 것이다. 따라서 애초부터 전쟁 의지가 없었던 북한 정권은 너무나도 손쉬운 승리를 쟁취하고서 핵개발을 비밀리에 순탄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북한 군부는 지금 한국은 물론 미국 본토까지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과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어 미국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군부가 도발한다면 오바마 행정부가 강력 대응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었다.
 
그것을 알면서도 이렇듯 강도 높은 도발을 감행하고 있는 그들의 의도는 ‘정말로 공격하겠다’는 의사로밖에 풀이될 수 없다. 북한 군부는 지금 정말로 교전을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는 주민들의 관심사를 밖으로 돌리고 공동의 적을 만들어 체제의 결속을 다지는 한편 한미 양 국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이번의 도발은 너무도 수위가 높은 것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출범 당시 ‘불량국가들과의 대화’를 선언했던 오바마 행정부와의 대화는 미 태평양사령부가 미사일 격추와 같은 대대적인 군사적 대응을 시사함으로서 이미 무위로 돌아간 듯 보이고 있으며, 이명박 정부도 교전 발생 시 북한 본토에 대한 응징을 가함과 동시에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에 참여함으로서 북한을 압박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북한 군부는 이명박 정부가 항복하지 않는 한 정말로 대결을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위기를 통일의 기회로 삼아야]
 
이러한 ‘대결’ 가운데 우리 국민이 북한 군부에 의해 목숨를 잃게 된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북한에 대해 1차적인 비난이 쏟아진다 해도 결국 그 비난들은 이명박 정부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다. 촛불 세력은 ‘우리 국민을 보호하지 못한 이명박을 규탄 한다’는 피켓을 들고 또 다시 서울 전역을 불바다로 만들 것이다.
 
필자가 최근 입수한 북한 조선중앙통신 보도기사에서도 한국진보연대가 올 해 대대적인 반(反) 이명박 전선을 구축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정부는 개성공단을 통한 남북 대화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당초 북한군 총참모부가 대남 전면대결을 선언할 때부터 개성공단의 우리 국민을 철수시켰어야 옳다. 군부가 남북 관계의 전면에 나설 때부터 이상 기류를 감지했어야 옳다.
 
여느 정부의 출범 초기마다 있어왔던 의례적인 도발일 것이라 여기고 방심한 것이 결국 오늘의 사태를 불러 온 것이다. 여기에는 김하중 전 통일부 장관 등 관련 부처장들의 안일한 태도도 큰 몫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북한 내부는 지금 의례적인 도발을 감행할 정도로 한가한 상황이 결코 아닐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정일은 분명 뇌졸중으로 쓰러졌으며, 그 수명은 다해가고 있다. 당이 아닌 군부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 출마가 예상되었된 정운을 앞세워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군사적 위협을 앞세워 남북 관계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그들은 또 실제로도 미사일 발사 및 남북 교전을 준비하고 있으며, 심지어 최근에는 남한 민항기에 대한 격추까지도 시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테러지원국이 겨우 해제된 마당에 국제사회로부터 비난과 규탄이 거세게 쏟아질 것임을 알면서도 민항기 격추를 선포하는 그들은 지금 정상이 아닌 것이다.
 
강성대국 건설을 약속한 2012년은 이제 3년 앞으로 다가왔으며, 그 약속이 틀어지게 된다면 북한 수뇌부에게 남은 것은 300만 명에 이르는 친지를 잃어야만 했던 주민들의 대대적인 민주화 혁명뿐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들의 위기감은 한 층 절박할 것이다. 강성대국 건설은 이명박 정부의 항복을 통한 적화통일만이 사실상 유일한 열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다시 뒤집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북한 군부에 강력 경고함으로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현지에 억류 중인 우리 국민들의 안전을 구하는 것이 물론 우선인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만에 하나 정말로 그들이 개성공단 등지에 억류된 우리 국민에게 위해를 가한다면 이를 국제사회에 공론화시키고 책임이 북한에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또한 중국의 참여를 유도해 북중 동맹을 와해시킴으로서 북한 정권을 사방에서 포위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그리고 대북 라디오 방송 등을 강화해 주민들의 자발적 봉기를 유도해야 함과 동시에 국내에서 전개될 가능성이 농후한 불법적 촛불 시위를 강력 진압해야 한다.
 
사면초가(四面楚歌)의 고사대로 사방이 고립된다면 북한 정권은 김정운의 3대 세습이 이어지기도 전에 자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위기를 통일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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