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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언론에 공개된 국정원 직원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잠입 사건이 북한 주민들에게도 알려지고 있다.
전말은 이렇다. 노동신문은 9일 ‘파쑈깡패들의 소굴’ 제하 개인필명의 논설에서 “외교 예의도 모르고 다른 나라 대표단의 숙소를 뒤지고 조사하는 깡패들”이라고 비난했다. ‘깡패들’이란 다름 아닌 국정원을 가리킨다. 그렇다. 다른 매체도 아닌 노동신문이 잠입 사건을 상세하게 보도한 것이다.
노동당이 발행하는 노동신문은 조선중앙통신 등에 비해 주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이다. 때문일까. 신문은 단순 보도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러한 남조선정보원(국정원)이 남조선 인민들에게 얼마나 못되게 놀았겠는가는 묻지 않아도 뻔하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대남(對南) 흑색선전에 대한 근거로 삼았다.
국정원은 북한 내부와의 접촉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노동신문의 이번 보도는 우리의 대북(對北)첩보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대부분의 고급정보가 나오는 곳이 평양이지만 북중(北中)국경지역이나 황해도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외부세계로부터 고립된 곳 또한 평양이라는 점에서 현지 정보원이 보도를 믿고 국정원을 불신하게 될 경우 자칫 정보원천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도 과거 공작 실패로 ‘쓴맛’을 본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1987년 대한항공(KAL)기 폭파사건이다. 당시 북한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으나 테러범 김현희가 88년 1월 TV기자회견에서 노동당 대외정보조사부(35호실) 공작원임을 시인함에 따라 전대협(한총련) 등 국내 종북(從北)세력의 입지가 크게 좁아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사실 공작 실패가 적대국에게 이용된 사례는 외국에도 다수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과거 쿠바의 독재자인 피델 카스트로(Fidel Castro) 전 국가평의회 의장 암살을 수백 차례 기도했으나 모두 무산되었으며 카스트로는 2007년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Granma)에서 “조지 W. 부시 행정부도 나를 죽이려했다”고 주장해 잘못된 이라크 대량살상무기(WMD) 정보 제공 논란에 휘말려 이미 수세에 몰리던 CIA를 궁지에 빠트렸다.
따라서 국정원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관련 공작 실패가 북한에 의해 이용된다 하더라도 크게 위축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음지에서 행해지는 공작은 그만큼 난관이 많기에 본질적으로 100% 완벽함과는 가까워질 수 없는 성질을 갖고 있으며 한 번의 실수는 한 번의 성공으로 만회하면 된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이러한 실수를 줄일 것인가이다. 우선 김대중 정권 출범 이후로 시작된 근본적인 문제점부터 개선하는 것이 좋다.
김대중 정권은 집권하자마자 북한이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국가보안법의 시행 주체인 국정원부터 손대기 시작했다. 오래되고 노련한 요원들을 다수 내쫓음으로서 아마추어리즘(Amateurism)을 조장했다. 요즘은 주요 포털사이트에 가면 국정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의 모임 카페까지 볼 수 있다. 투철한 애국심과 실무 능력으로 무장한 요원을 발탁하는 정보기관이 아니라 마치 행정공무원을 뽑는 시·군·구청을 보는 듯하다.
국정원을 지탱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국익을 위해 활동하는 요원 한 명 한 명이다. 그 한 명 한 명이 무너지면 종래에는 인도네시아 특사단 사건처럼 국정원 전체가 무너지고 만다. 다시는 ‘깡패들’ ‘걱정원’ ‘국가망신원’과 같이 북한과 친북(親北)야당의 조롱의 대상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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