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주말인 어제 MBC 오락프로그램 ‘신비한TV 서프라이즈’의 2008년 5월 4일자 재방송을 무심코 시청하다가 경악하고 말았다. 성우의 멘트 때문이었다.

“그들은 단순한 음악 밴드가 아니라 그들의 표현대로 노래하는 계급전사들이다”

멘트는 영국의 그룹 ‘첨바왐바(Chumbawamba)’를 소개하면서 나왔다. 첨바왐바는 우리식으로 말하면 운동권 가수다.

지구상의 불가사의하고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소개한다는 프로그램의 취지가 무색하게 운동권 가수를 소재로 삼은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온 국민이 시청하는 공중파 방송에서 대낮에 버젓이 ‘계급전사’라는 용어를 언급한 것은 당시 대한민국이 얼마나 비정상적인 상태였는지를 새삼 느끼게 했다.

계급전사란 계급사회(Class Society)에서 특정 계급의 이익을 위해 투쟁하는 존재를 일컫는다. 오늘날 계급사회라는 개념은 마르크스주의 이념에서 적극 도입되고 있다. 즉 사회 구성원을 자본계급과 이에 대항하는 무산계급으로 나누는 사회가 곧 20~21세기에서 규정되는 계급사회로서 무산계급의 독재를 위해 투쟁하는 존재가 바로 계급전사이며 마르크스-레닌주의에서 이들은 곧 공산당원으로 규정된다.

문제는 계급전사가 정말로 무산계급의 이익을 위한 존재인가다. 마르크스-레닌주의는 스탈린 시대에 이르러 “무산계급 모두가 독재를 실시할 수는 없으므로 공산당원(계급전사) 중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가진 한 명의 수령이 독재를 실시한다”는 논리로 변질되었으며 급기야 김일성 시대에 이르러 “수령이 있어야 인민이 있다”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악질적 독재의 도구로 전락하고 말았다. 계급전사가 무산계급을 지배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때문에 오늘날 계급전사는 곧 절대권력을 가진 1인의 독재자로 정의된다. 그리고 북한의 독재자는 그 아들에게 권좌를 세습했으며 아들은 온갖 부(富)를 홀로 독차지하면서 90년대 중후반 300만 명의 무산계급을 굶겨죽이는 만행을 주저 없이 자행했다.

그런데 당시 MBC는 이러한 계급전사라는 용어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사용한 것이다. 더구나 계급전사임을 자칭하는 북한의 독재자가 대한민국까지 손아귀에 넣으려 혈안이 되어 갖가지 테러와 폭력을 자행하고 있는 현실에서 말이다.

또 한 가지 문제점은 첨바왐바가 “우리는 계급전사”라는 말을 직접 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외 언론보도를 살펴봐도 첨바왐바가 계급전사(Class warrior)라는 용어를 언급했다는 내용은 찾을 수 없다. 몇몇 블로거들이 이러한 신빙성 없는 주장을 펼치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이 그룹은 1997년 세계 굴지의 음반사인 EMI와 계약을 맺은 바 있다. 그들 스스로 

이른바 ‘악질 자본계급’과 손을 잡음으로서 운동권임을 포기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지만 MBC는 당시 방송에서 이 사실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결국 MBC는 편파방송으로 사실을 교묘히 왜곡한 채 ‘세계적인 유명 그룹도 계급투쟁을 한다’는 식의 선전을 자행함으로서 아무런 사상적 지식도 없는 일반 국민들이 계급투쟁에 나서서 공산통일을 노리는 북한 독재자의 하수인이 되도록 부추긴 셈이다. 자사(自社) 시사프로그램인 PD수첩의 광우병쇠고기 왜곡방송으로 많은 국민이 폭도로 변해 청와대를 습격하는 분위기에 편승해서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방송의 힘은 이처럼 크다. 이명박 정부 임기 3년차에 들어 MBC도 어느 정도 자숙하고 있고 각종 언론매체도 공정방송에 매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2012년 대선에서 정권이 바뀐다면 2008년의 악몽이 재현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아니, 북한이 2012년 공산통일을 천명하는 마당에 더 큰 재앙이 몰아닥칠지 모른다.

기자는 요즘도 TV를 틀면 이따금 ‘미친소’ 등의 의도성 다분한 멘트를 듣고 혀를 차곤 한다. 대한민국 방송계의 근본적 개혁이 절심함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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