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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8’ 60주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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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가 이런 날도 기다리면 오는구나”하는 생각에 가슴이 벅찹니다. 세종로의 행진을 지켜보는, 6·25를 아는 나이 든 이들의 눈에는 눈물이 필경 흘렀을 것입니다. 맥아더 유엔군 사령관의 지휘 하에 9월 중순에 인천상륙이 성공적으로 끝이 나고 여세를 몰아 침략자이던 인민군을 몰아내고 서울을 탈환하였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의 그 감격!
그날 나는 피난지 부산 해운대 미군 하역장에서 통역 일을 보고 있었습니다. 정말 지겨운 피난살이, 서울에 두고 온 어머님의 안부를 몰라 초조하기 짝이 없던 바닷가의 나날, 그러다 들려온 서울 탈환 소식, 그러나 당장 서울로 가는 길은 없었습니다. 10월 초, 부산 영도에서 떠나는 조그마한 경찰 경비정을 얻어 타고 인천항을 향해 가다 풍랑을 만나 죽을 뻔 했던 그 캄캄한 밤도 잊을 수 없습니다.
유엔군의 인천상륙이 잘못된 것이고, 그때 상륙작전을 지휘한 맥아더 장군의 동상은 마땅히 인천 자유공원에서 철거돼야 한다는 미친 인간들이 한 둘이 아닌 우리들의 한심한 대한민국이지만, 그래도 광화문 앞 세종로에서 각국 참전용사들이 뚜껑없는 짚차를 타고 시가행진을 하는 광경을 보며 가슴이 뿌듯합니다.
이 날, 북의 김 씨 왕조는 ‘선군’을 내세우며 ‘3대 세습’을 감행한다고 하니, 오늘 남과 북은 너무나 대조적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9·28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은 경제 강국으로 손꼽히는 나라가 된 것 아니겠습니까.
바로 그날, 김정일의 셋째 아들 김정은은 인민군의 대장으로 벼락 진급되었다니, 저 27세의 젊고 미숙한 지도자 밑에서 우리 동포 2300만은 더 굶고 더 헐벗게 되지나 않을까 은근히 걱정이 앞섭니다. 60년 전에 벌어진 동족상잔의 비극을 되새기며, 북을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를 가다듬어야 하리라고 믿습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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