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인터넷판(한글판)이 공개하고 있는 고위층 동향에서 한 가지 특이점이 발견되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일정 보도에서 타국 정상들의 성명 앞에는 소속 국가명과 직위를 어김없이 게재한 반면 김정일에 이르러서는 이를 완전 배제한 것.

예를 들어 2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진행된 후 주석과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 보도에서는 제목에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삽입한 반면 지난달 27일 후 주석과 김정일 간의 정상회담 보도 제목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장’ 등을 일절 기재하지 않았다.

지난 6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진행된 후 주석과 이명박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 보도 제목에 ‘한국’ ‘대통령’을 삽입한 것과도 크게 대조적이다.

보도 내용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비록 “조선노동당 총서기이며 국방위원회 위원장인 김정일과 회담을 진행했다”며 비로소 직위를 밝히기는 했지만 국가명은 여전히 기재하지 않았다. 만약 김정일이 누군지 모르는 누군가가 읽을 경우 끝내 김정일이 어느 국가 소속인지 알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인민일보가 공산당 기관지라는 점에서 김정일의 소속 국가명과 직위를 기재하지 않는 것은 외교적으로 큰 결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은 의도적으로 이를 생략한 것으로 보인다. 매체는 지난 5월 북중 정상회담 보도 제목에서도 김정일을 그냥 ‘김정일’로 언급했다.

우호적인 의도로 생략한 것으로는 관측되지 않는다. 매체는 심지어 적대관계인 인도 관련 정상회담 보도 제목에서도 프라티바 파틸 대통령의 소속 국가명과 직위를 기재했다.

인도는 1962년 중국과 국경문제로 유혈분쟁을 벌였으며 중국이 핵무기를 보유하자 곧바로 핵무기를 개발했다. 양 국은 지금도 국경에 병력과 지대지미사일 등을 배치한 채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만약 우호적인 의도였다면 적대국인 인도보다도 못한 대우를 할 리 없다.

그런데 중국이 의도하는 바는 다음에서 드러난다.

인민일보는 지난 7월 후 주석과 우보슝(吳伯雄) 대만 국민당 명예주석 간 회담 보도 제목에서 우 명예주석의 소속 국가명과 직위를 기재하지 않았다. 보도 내용에서도 김정일과 마찬가지로 직위만을 언급할 뿐 국가명은 생략했다. 중국은 현재 ‘하나의 중국’ 기치 하에 대만을 독립국가가 아닌 흡수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우 명예주석이 대만을 대표하는 국가정상이 아니기에 국가명과 직위를 생략했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지만 매체가 지난 6월 후 주석과 미셸 장 캐나다 총독 간의 회담 보도 제목에 국가명과 직위를 모두 기재한 점에서 무색해진다.

영국 여왕이 과거의 영(英)연방 국가들에 파견하는 총독은 헌법상 최고직위로 명시되어 있을 뿐 대만의 명예주석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실권이 없는 사실상의 명예직이다. 실제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정상회담에는 총리가 참석하며 국제사회도 총리를 해당국의 정상으로 규정한다.
 
실례로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금융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달 하퍼 캐나다 총리에게 서한을 전달했으며 이명박 대통령도 앞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하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캐나다와 마찬가지로 내각제인 일본에서 천황(天皇)이 헌법 1~7조에 의해 국가를 상징하는 존재로 군림하는 한편 실질적 국가정상의 업무는 총리가 수행하고 있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결국 중국 공산당은 기관지 보도 제목의 국가명 및 직위 기재 여부로 흡수대상과 비(非)흡수대상을 대내외에 선전하고 있는 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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