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나 대통령이 지명한 총리 및 장관 내정자들에 대한 청문회를 보면서 도대체 이 사람들이 왜 정치권에서 기웃거리고 있는지 의문이 많이 든다. 물론 그 중에는 정치인이라고 하기 보다는 그저 권력자 주변에서 알짱거리다가 권력자의 눈에 들어 장관 자리에까지 발탁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 중에는 또한 분명 정치를 직업으로 선택한 사람도 있다. 국민의 지지를 받아 공직을 맡아 국민을 위해서 일하겠다고 나선 사람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들을 보면 왜 이들이 정치권에서 알짱거릴까 하고 의문을 갖게 된다. 도대체 정치가 무엇인지 그 기본을 모르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민주사회의 기본원칙은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누구나 법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공직에, 그것도 정치권에서 일하겠다는 사람은 더더욱 법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사람을 보면 이 기본을 제대로 지킨 사람이 없다. 모두들 나는 사회적 약자니까 또는 나는 권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또는 나는 일단 출세하고 봐야 해 라는 식으로 파렴치한 수준으로 법을 어겨왔다. 총리 내정자의 경우 선거비용을 공금으로 갚았다고까지 하니 이것은 분명 파렴치범 수준이 아니라 인간으로서는 해서는 안 될 일을 한 것이다. 물론 위장전입이니 군대기피니 부동산투기니 하는 것은 단골로 등장하는 메뉴다. 이들이 다른 보통 약은 서민보다 더 나을 것이 없는 자세로 인생을 살아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 사람들이 왜 장관자리를 노릴까?

맛있는 음식을 만들 능력도 없으면서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같이 정치인의 기본 자질도 갖추지 못하면서 왜 정치를 하려고 할까? 그런 엉터리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은 돈을 노리고 식당을 경영할 것이다. 수단이 식당일 뿐이지 사실을 남의 돈을 강탈하는 것과 같다. 이런 엉터리 정치인을 보면 이들이 총만 들지 않았지 마적때와 다름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는 정치란 국민의 눈물을 닦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럴듯하지만 사실은 정치를 많이 왜곡시킨 말이다. 부모의 역할이 자식들 먹여 주는 것이다라고 말하면 뭔가 옳는 듯하면서도 그 핵심은 찌르지 못한 것 같다. 마찬가지고 정치란 국민의 눈물을 닦아 주는 것이라고 하면 그럴듯하지만 사실은 정치를 왜곡시킨다. 한국적 상황에서 눈물은 억울함에서 흘리는 경우도 있지만 반역의 댓가로 흘려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무나 눈물만 닦아주는 것은 법의 집행을 인정(人情)으로 재단(裁斷)한다는 뜻이 포함되니 법치주의에 어긋나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다만 사회의 공정성을 높혀 억울한 국민이 없는 사회를 만든다고 한다면 이는 정치의 한 핵심이라고 보아도 될 것이다.

나는 정치란 보다 나은 사회, 즉 이상향을 꾸려 가기 위한 과정으로 보고 싶다. 따라서 이상향에 대한 정열과 철학이 없이 정치권에서 얼쩡거린다면 이것은 마적(馬賊)이나 다름이 없다. 모든 사람이 보다 더 많은 자유를 누리며 보다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제도를 가꾸는 것이 정치인의 직업적 사명이요 핵심이라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철학적 신념이 있어야 하고 이상향에 대한 정열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서는 잘못된 이상향을 목표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특히 1980-90년대에 학생운동을 한 사람들은 공산주의, 그것도 북한식 개인독재공산주의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치권에 인재가 충원되는 과정을 보면 학생운동권에서 얼쩡거리던 사람들이 또 다시 정치권에서 얼쩡거리게 되니 지금 한국 정치권에서 얼쩡거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다. 그런데 공산주의나 더구나 북한식 개인독재공산주의는 반동적 악의 이념이며 퇴행적 사회를 지향하는 것이다. 이들은 사회의 발전이 아니라 퇴보를 위해 목숨걸고 날뛰고 있다. 한국 정치의 불행은 여기서 시작된다.

그런데 소위 보수우파에 속한다는 사람들을 보면 이런 엉터리 이념도 열정도 없다. 그저 먹고살기에 바빠 소시민처럼 작은 법은 편한대로 어기면서 생존과 출세에 몸부림치다가 나이가 들고 경력이 쌓이고 일정한 지위에 이르면 거물급 권력자와 인맥이 형성되고 그래서 더 높은 자리를 탐하는 과정에 총리도 되고 장관도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식상하기 짝이 없다. 사람이 정직하게 열심히 살면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정직하지 못하게 열심히 살면 최고가 아니라 단지 출세만 할 뿐이다. 이런 사람들이 아무리 높은 자리를 맡아도 사회나 국가는 발전하지 않는다.

보다 나은 사회에 대해 오랜 기간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이 정치권에 들어오는 것은 국민을 위해서나 국가를 위해서 불행하다. 그저 권력이나 탐하는 사람에게 권력을 맡기는 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는 국민이 맡긴 권한을 사용하여 보다 살기 좋은 사회, 모든 사람이 보다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라는 것이다. 이상향에 대한 고민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은 제발 정치권에서 알짱거리지 말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이상향에 대한 철학적 확신이 없다면 더더구나 정치권에서 떨어지기를 바란다. 그것이 자신도 위하고 국민도 위하는 길이다. 왜냐하면 이런 사람들이 정치권을 떠나면 제대로된 사람들이 정치권으로 진입할 것이기 때문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한국에서는 나쁜 사람들이 좋은 사람들을 쫒아내고 있다. 우리의 불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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