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림성 장춘시의 후난 호텔에서 상국(上國) 천자 후진타오와 그의 속방(屬邦) 조선의 김정일 분봉왕(分封王)이 “대를 이은 조-중 친선”을 다짐하는 은밀한 ‘신판 도원결의(桃園結義)’를 했다. 중국의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이와 관련해 중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중-북 관계의 안정화가 필수적인임을 강조했고, 그러나 한국과의 친선관계도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감지할 수 있는 것은 세 가지-(1) 김정일의 ‘알량한’ 주체사상이 중국의 大아시아 신판 제국주의 구도에 별수 없이 편입되고 있다는 점. (2) 그래서 “대한민국은 미국 없이 못 사는 나라” “북한은 중국 없이 못 사는 정권”이라는 고전적 냉전논리의 프레임이 남북을 막론한 한반도인들 전체의 머리 위에서, 그리고 한반도인(人)들의 의지, 감성, 염원, 자긍심 따위는 전혀 아랑곳 하지 않는 차원에서 유관 강대국들로부터 일방적으로 강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한반도 관리의 롤 플레이어(role player)가 다시 한반도인들의 손을 떠나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들의 손으로 넘어가고 있는 셈이다.
(3) 그렇다면 어떤 전망과 대처를 해야 할 것인가? 장기적으로는 더 검토해야 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중-북 밀착 그대로 한-미 밀착을 다그치는 것이다. 그리고 한-미 밀착으로 중-북 밀착을 압도해야 한다. 어떻게?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의 점진적인 ‘중국 식 시장경제화’를 강제 하도록 작용하는 것이다. 그것이 중국에도 이익이 되고 북한 주민들에게도 이익이 되고, 동북아 전체에도 이익이 된다는 점을 진정성 있게 설득해야 한다. 그러면서 한미 연합군이 압록강 중-북 국경선까지 진출할 것이라는 가상의 우려에 너무 몰입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알려야 한다.
이와 동시적으로 할 일은 대북 정보유통이다. 북한 주민들로 하여금 바깥세상 소식을 소상히 알게 만들어야 한다. 그들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말면서, 그들의 명예의식을 훼손하지 말면서, 그들로 하여금 가급적 많은 외부 정보를 접해서 그 사실과 진실에 기초해 비교능력을 키우게 해야 한다. 몽매주의적 독재정권은 주민들이 비교능력을 알기 시작하면서 붕괴하기 시작한다.
김정일의 중국방문은 3대 세습 추인을 위한 것이라고도 한다. 이 한 가지 아이템만으로도 대한민국진영은 도덕적 승기를 잡을 수 있다. 김정은 3대 세습의 우화가 21세기 지금 이 시각 북쪽 동물농장의 생생한 현실이다. 우리는 이에 대한 문화적 도덕적 우위성을 최대한 발양해야 한다. 있을 수 없는 일, 있어서는 안 될 일은 결코 '인정'해 주어서는 안 된다. 3대 세습에 대해 우리는 우선 '규범적 노(no)'를 선언해야 한다.
류근일 2010/8/30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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