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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속 北韓에서 보낸 109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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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人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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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현재 자유북한방송 내 유일한 남쪽 출신이다. 노무현 정권 말기인 2007년 자진 입사(入社)해 올해로 3년째 일하고 있다.
탈북자가 절대다수인 회사에서, 그것도 대북방송이라는 민감한 분야에서 일하는 남쪽 출신에 대한 일종의 호기심 때문일까. 기자는 “어떤 계기로 일하게 되셨어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북녘화(化)된 말투 때문에 처음에는 함경도 출신으로 오인 받지만(심지어 함경도 출신 탈북자들도 동향(同鄕)으로 생각한다) 출신을 확인한 사람은 예외 없이 이런 질문을 던진다.
그러면 기자는 딱히 떠오르는 대답이 없어 그저 “예전부터 북한문제에 관심이 있어서..”라고 에둘러 답한다. 사실 어찌 보면 이것이 정확한 대답일 수 있다.
입사 이전부터 여러 탈북자분들과 많은 접촉을 가지며 북한문제에 관심을 가져왔다. 한 때는 중국 현지의 탈북여성으로부터 도움을 요청 받아 인권단체를 찾기도 했고, 한 때는 안보 문제로 국정원으로부터 표창장(表彰狀)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어느 날 홀연히 삼성그룹 계열사라는 무난한 직장을 그만두고 자유북한방송을 찾았다.
하지만 기자가 느끼기에도 (딱히 뭐라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보다 정확한 동기는 다른데 있는 듯 하다. 거창하게 표현하자면 정의(正義)에 대한 집념이랄까.
물론 본인(本人)이 그 무슨 ‘정의의 용사’라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독재에 의해 무참히 유린당하는 동포의 인권 앞에서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의 양심은 지니고 있지 않나 싶다. 탈북자와 이산가족의 아픔.. 분단된 국토.. 통일의 그 날 한반도를 뒤덮을 거족적 환희(歡喜)에 대한 상상.. 그런 점들이 기자를 오늘날 이 자리로 인도한 것이 아닌가 싶다.
입사 이후 하루 24시간 중 잠드는 시간을 제외하고 수많은 탈북자분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마음, 그들의 심정을 한 층 실감할 수 있었다. 3년이라는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매 하루 이러한 강렬한 경험을 겪으며 기자는 어느덧 그들 중 하나(一)가 되었다. 단순한 동정(同情)의 차원이 아닌 그들 중 한 명으로서 그들의 입장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리고 남한 출신과 북한 출신으로서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으로서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못해도 매주 한 번 술자리를 갖는 어느 절친한 동생이 “형만큼은 대화가 통한다”고 말할 정도로.
스팅(Sting)의 명곡 ‘Englishman in New York’의 가사처럼 물론 상이(相異)한 과거의 삶의 방식 때문에 충돌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해당 탈북자가 과거의 그릇된 삶의 방식을 버리고자 노력하고 기자 또한 은연중에 박힌 남한식(式) 사고구조를 버리려 노력한다면 해결은 손쉬웠다.
남한사회 내 주류(主流)의 입장에서, 그들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그들의 겉모습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사회 속으로 직접 들어가 그들과 함께 호흡했기에 가능했으리라.
안타까운 점은 기자와 같은 체험을 공유할 수 있는 여건을 가진 사람이 우리 사회에 극소수라는데 있다.
탈북자를 알고 이해하려는 기본적 국민 정서(情緖)가 실종되고 있는 점도 원인이겠지만 제도적 구조에 더 큰 원인이 있지 않을까 싶다. 침묵하는 매스컴은 둘째치고라도 정부나 지자체에서 하다못해 북한인권 체험관과 같은 상설기관을 만들거나 남북화합의 장(場)과 같은 자리를 주기적으로 마련한다면 여론은 지금과는 크게 달라질지도 모른다. 기자는 지난 5월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6.25전쟁 60주년 기념 사진전에 자녀의 고사리손을 잡고 방문해 북한의 인권상황을 지켜보던 숱한 시민들의 모습에서 그 가능성을 엿보았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상대를 이해하기 위한 가장 정확한 방법은 종종 상대가 살아가는 세상 속으로 들어가 상대의 입장에 동화(同化)되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민심탐방을 목적으로 재래시장 등지를 찾는 것처럼.
“탈북자는 먼 나라 사람이 아니다. 우리와 같은 말을 쓰고 같은 음식을 먹는다” 흔히 들어 식상할수도 있는 이야기이지만 이는 중요한 사실이다. 이를 바탕으로 남한의 주류사회가 조금만 인식을 바꿔 그들의 입장에 동화되고 그들을 안다면 그 때 비로소 정확한 통일의 방안도 도출되지 않을까?
이러한 생각 속에 기자는 오늘도 자유북한방송 사무실에서 미래를 위해 펜대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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