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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日本)으로부터 온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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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 묻은 犬 나무라기 전에 그들의 몸부터 씻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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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어제 반가운 사람과 통화를 가졌다. 벌써 수년 째 연락이 뜸했던 지인 A와 모처럼 목소리를 확인하고 대화를 나눈 것이다. 태권도와 공수도 등 무도(武道)에 심취해 한 때 기자와 함께 일본의 입식격투기대회 ‘K-1’에도 출전한 바 있는 그는 일본 여성과 결혼해 현재 도쿄(東京)에 거주하고 있었다.
“형님, 오랜만입니다”
“그래. 그런데 너 왜 연락 안했냐?”
수년 만에 A는 많이 일본화(化)되어 있었다. 그는 기자가 업무상 부득이한 사정으로 하루 늦게 연락한 점에 대해 적잖이 훈계했다.
사실 당초 ‘언제 연락하겠노라’고 시간을 정확히 약속한 것도 아니었건만 그는 기자가 연락 의사를 제3자를 통해 타전한 바로 그 시간부터 눈이 빠지게 기다렸다고 한다. ‘시기를 정한 것도 아니니 하루쯤 늦어도 괜찮겠지’하고 무심결에 생각했던 기자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A는 통화에서 자신이 변했음을 스스로도 느끼고 있음을 고백했다. 하지만 그것이 싫지만은 않다고 했다. 일본이 선진국이 된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가 말한 이유란 다름 아닌 철저한 약속개념이었다.
사실 A도 한국에 거주할 때에는 여느 한국인들과 다름없었다. 더구나 기자와는 부담 없는 사이였던지라 약속과 번복을 어려워하지 않았다. 실지 한국사회에는 후진국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적당히’란 개념이 은연 중에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중요한 비즈니스(business) 차원의 약속이 아니라면 지인끼리는 부득이한 사정이 생길 경우 약속을 미루는 것이 흔하다.
하지만 A에 따르면 이러한 행동을 대하는 일본 사회의 반응은 속되게 말하면 ‘야짤’없다. 근무 도중 사적인 전화통화가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노사(勞社) 관계도 철저한 약속으로 본다. 때문에 회사를 위해 노동력을 제공하기로 계약한 근무시간에는 사적인 통화가 철저히 금지된다.
지인 간의 약속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절친한 사이라도 사소한 것 하나하나 따진다. 일단 약속을 했으면 설사 시일을 정하지 않았더라도 상대를 배려해 신속하게 이행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부도덕한 인물로 취급당하기 십상이다.
“개인적 존재와 집단적 존재가 인간 존재의 두 측면”이라는 황장엽 선생의 철학처럼 물론 모든 일본인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한국 사회에서 첨잔(添盞)금지가 일반적이듯 일본에서 철저한 신용(信用)은 하나의 사회적 관습이다. 이렇듯 일본 사회에 만연한 ‘약속’에 대한 강박관념적 관습이 일본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이 A의 설명이다.
기자는 A와의 통화에서 또 하나의 배움을 얻었다. 그의 말은 틀린 점이 없었다. 일본경제가 일류(一流)로 발전할 수 있었던 원인은 바로 도요타(豊田)나 미쯔비시(三菱) 같은 세계적 대기업들이 성공에 자만하지 않고 끝까지 고객과의 약속을 지킨 점이 아니었던가. 이것이 도요타가 근래 대량 리콜(recall) 사태라는 경영위기 속에서도 2009회계연도에 2,029억엔의 흑자를 낸 비결이 아닐까 싶다.
반면 부득이한 사정은 고사하고 호의호식(好衣好食)하며 약속을 단 하나라도 지키기는커녕 갖가지 거짓말과 모략에만 능숙한 북한 정권은 결국 파국적 종말로 치닫고 있다.
‘이밥에 고깃국’ 구호는 혈통세습 정권의 위선과 착취 아래 애초부터 지켜질 수 없는 약속이었다. 그리고 이를 깨달은 주민들은 지금 체제에 저항하며 급격한 자본주의화의 길을 걷고 있다. 핵개발 금지라는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단번에 뒤집은 결과 국제사회는 지금 두 차례의 유엔 대북제재결의안 통과와 금융제재 등을 통해 그들의 목줄을 옥죄고 있다.
사람이 신용을 잃으면 설 자리가 없어진다(無信不立)는 불변(不變)의 이치를 북한 정권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 충분히 입증하고 있다.
‘변(便)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고, 지금도 북한 정권은 각종 어용매체를 이용해 일본에 대한 원색적 비난을 콸콸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기자가 보기에 그들은 오늘날의 일본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 도리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겨 묻은 개 나무라기 전에 네 몸뚱아리부터 좀 씻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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