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Si vis pacem para bellum)’

4세기 로마제국의 군사전략가 플라비우스 베게티우스(Flavius Vegetius)가 남긴 격언(格言)이다.

기원전 8세기경 이탈리아 반도 중부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한 로마는 훗날 북쪽으로는 브리타니아(오늘 날의 잉글랜드)섬, 남쪽으로는 팔레스타인 지역에 이르는 광대한 제국을 건설했다. 로마의 영광을 가능케 한 힘은 다름 아닌 강력한 군사력이었다.

로마군의 주력은 중장보병이었다. 이들 보병이 유럽 전역을 정복할 수 있었던 원인은 물론 오늘 날의 장갑차를 연상케하는 특유의 밀집대형(Legion)과 같은 타 민족에 비해 월등한 전술적 우위에 있지만 이러한 전술적 승리를 뒷받침한 것은 바로 우수한 무기였다.

로마군의 무기는 당시로서는 최첨단이었다. 적군의 대형을 무너뜨리기 위해 사용되는 일회용 투창(投槍)인 필룸(Pilum)은 적병의 갑옷 또는 방패에 박힌 뒤 쉽게 빠지지 않는 형태로 생산되었으며 때문에 필룸 세례를 받은 적은 설사 치명상을 입지 않는다 하더라도 기동성이 매우 느려졌다.

일단 적군의 대형이 흐트러지면 로마군은 전신을 가릴 수 있는 형태로 제작된 튼튼한 목제(木製)방패로 빈틈없는 밀집대형을 갖춘 뒤 적의 화살공격을 막으며 진격했다. 그리고 적진에 돌입하면 근접전에서 큰 위력을 발휘하는 길이 50~75cm의 양날검인 글라디우스(Gladius)로 거침없는 살륙전을 벌였다.

달려드는 적을 타격하기 위한 용도로 방패 중앙에 박힌 금속 돌기는 글라디우스를 휘두를 수 있는 공간을 효율적으로 확보했으며 작은 쇠사슬이 촘촘히 이어진 형태의 갑옷인 체인메일(Chain mail)은 날카로운 창날도 거뜬히 막아내었다.
 
결국 유럽 각처에 산재해 있던 야만족들은 물론 높은 문명을 이룩한 그리스의 도시국가들 마저도 로마군의 군사력 앞에 무기력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이처럼 무기의 우수성이 바로 로마의 영광을 견인한 원동력이었다.

日방위백서 등 “中군사력 위협적으로 성장..
美본토 타격 가능한 사거리 11,200km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전 배치 추진”

21세기 오늘날에도 무기의 중요성은 여전하며 때문에 세계 각 국은 최첨단 무기 생산에 경쟁적으로 박차를 올리고 있다.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볼 때 특히 우수한 무기의 보유가 절실한 지역이다. 무엇보다 수천 년 전부터 광대한 영토를 차지하고 동아시아의 맹주(盟主)로 군림해 온 중국과 인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근대화 과정에서 서구열강에 처참히 패배하고 국토를 빼앗기는 치욕스러운 역사가 있었지만 현대의 중국은 다시금 로마와 함께 지구를 동서로 양분했던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 하고 있다.

2007년 일본 방위백서에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군의 총병력은 225만으로서 Su-27과 Su-30 등의 최첨단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미과학자협회(FAS) 자료에 의하면 180~240기의 핵탄두로 무장하고 있다. 2003년에는 세계에서 3번째로 유인(有人)우주선 발사에 성공했으며 작년 4월에는 배수량 8,000톤에 이르는 제4세대 핵잠수함 창정(長征)-6호를 국제사회에 공개했다.
 
또 최근에는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11,200km의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 둥펑(東風)-31A의 실전배치를 추진하고 있다.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군사력은 지난해 10월 베이징(北京) 도심에서 진행된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6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때문일까. 근래 중국의 오만함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미(美)항공모함의 참가를 이유로 서해에서 실시될 예정이었던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을 수차례 요구하며 날을 세우더니 현역 장성까지 나서서 훈련 중단을 요구했다. 미 행정부가 “훈련 장소는 우리(한미 양 국)가 정할 일이지 중국의 외교적 압력에 영향을 받을 사항이 아니다”고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급기야 지난 주말에는 평택항에서 불과 400km 떨어진 옌타이(煙臺) 부근 해상에서 무력시위를 벌이기까지 했다.

이같은 중국의 오만한 태도에 국내외 각 계에서는 지금 비판의 여론이 들끓고 있다.

브라마 첼라니(Brahma Chellaney) 인도 정책연구센터 교수는 7일 중앙일보 칼럼에서 “일찍이 화평굴기(和平崛起)를 공언했던 중국이 이제 충분히 근육을 키웠다는 확신을 갖고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규탄했으며 자유주의진보연합(대표 최진학)은 20일 논평에서 “대한민국을 일개 위성국가로 보는 특유의 패권주의와 싸구려 중화(中華)사상에서 비롯되었다”고 지적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도 9일 당5역회의에서 “중국도 동해에서 러시아와 합동으로 한반도 유사시를 대비한 해상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한 사례가 있다”며 “서해에 연접하고 있는 한국은 이 해역에서 중국의 영해주권이 침해되지 않는 한 국가방위에 필요한 군사연습 활동을 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류의 역사는 곧 전쟁의 역사였다
전쟁이 없더라도 인류 사회에서 우수한 무기는 곧 국력(國力)으로 직결된다

중국의 체면을 고려해 한미 양 국이 훈련 장소를 동해로 변경했음에도 불구하고 베이징이 여전히 중단을 고집하는 이유는 그들이 아마도 대한민국의 국방력을 얕잡아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구촌 전역이 고도로 문명화되고 세계화된 오늘날에도 국가 간 외교관계를 결정짓는 것은 여전히 힘, 정확히 말하면 무기의 질적 차이이다. 일본이 전범국(戰犯國)으로서 정규군을 보유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수 척의 이지스(Aegis)구축함 및 F-15J와 같은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것도 모자라 최신예 전투기 F-22 랩터(Raptor) 도입에 혈안이 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인류의 역사가 곧 전쟁의 역사였듯 인류 사회에서 힘은 곧 국력으로 직결된다. 이는 불변(不變)의 공식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중국 본토를 타격할 수단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유일한 것이 산둥(山東)반도 등을 공격권에 넣는 사거리 1,500km의 크루즈미사일 현무-3C와 완전무장한 상륙병력 700명과 장갑차 등을 수송할 수 있는 해군의 독도함 및 함대지 타격능력을 갖춘 한국형구축함(KDX) 시리즈, 그리고 주야간 정밀타격능력을 갖춘 F-15K 전투기 등이지만 그나마 중국의 전력에 비하면 양적으로 턱도 없이 빈약하다. 더구나 중국은 비대칭전력인 핵으로 무장하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방력 강화가 절실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군사적 우위 선점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위협적인 존재로 각인된다면 이는 곧 한반도 공산정권의 붕괴와 자유통일(自由統一)로 이어질 것이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에 따르면 현재 북한의 명맥을 쥐고 있는 것은 중국이다. 갖은 진통을 겪은 천안함 사태의 유엔안보리 상정 과정에서도 드러났듯 북중(北中)동맹이 유지되는 한 자유통일은 사실상 어려우며 한반도 평화 또는 실현되지 못할 것이다.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Si vis pacem para bellum)’ 강대한 통일제국을 이룩했던 로마의 전략가 베게티우스가 남긴 격언은 오늘날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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