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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급변사태와 代案(대안) 엘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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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명의 남한 내 탈북자를 지원해 그들의 자립을 돕고 북한의 미래를 바꾸는 동력으로 활용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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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에서 언급했지만, 남북한의 미래를 고려하면 북한의 대안 엘리트, 즉 김일성-김정일 정권과 관계가 없고 현대세계의 요구에 부응하는 엘리트의 성장을 추진할 때가 왔다.
그러나 북한 국내에서는 어떤 정치 활동도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지식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대안 엘리트들은 주로 남한에서 형성될 수 있다. 현대적 의식을 갖춘 북한 지식인들에게 남한은 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기지일 뿐만 아니라,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대안 엘리트의 탄생지가 될 곳은 남한의 탈북자 사회다.
한국에 온 탈북자는 이미 2만명이다. 탈북자들의 수도 많아지고 있지만 그들의 사회적 배경이 1990년대 이전보다 많이 다르다.
첫째, 탈북자들 가운데 북한 지식인들이 있다. 둘째, 나이가 젊고 능력도 있고 교육열이 높은 탈북자들이 없지 않다. 지금 한국에서 학령 (7-20세)이 된 탈북 청년의 수는 약 1800명에 달하고 있다.
한국에 체류하는 북한 지식인 출신들은 현존하는 대안 엘리트로 여길 수 있는데, 그들의 잠재력이 적지 않다. 동유럽에서 반(反)체제 작가들의 문화 활동은 사회 변화에 많이 기여하였다. 특히 1960-80년대의 폴란드나 헝가리와 같은 경우에 대표적인 인기 문화인들이 압도적으로 해외에서 망명 생활을 하거나 국내에서 정권과 협력을 의도적으로 피한 작가들이었다.
그들의 작품은 직접적으로 공산 체제를 비판하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정권이 강요한 세계관을 도전하고 그의 허구성과 내부 모순을 솔직하게 묘사했다. 1970년대에 들어와 이들 국가에서 정권을 추종하는 작가가 뜻 갚은 작품을 만들 수 없는 것은 상식이 되었다.
한국에 와 있는 탈북자 가운데서도 작가, 시인, 기자, 영화인 등 출신들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 그들은 남한에서 창조적인 생활을 하기 어렵다. 그들 작품의 주제가 될 수 있는 생활 경험은 당연히 북한 현실과 가깝다. 그러나 유감스럽지만 북한 사람들이나 그들의 경험에 대해 남한 주류사회는 관심이 별로 없다. 이 때문에 북한생활을 다룬 작품은 남한 사회에서 시장성이 별로 없는데, 북한 문화예술인들은 외부 지원 없이 창조적 활동으로 생계를 꾸려가기 어렵다.
이들을 지원하는 방법은 탈북 작가들을 후원하는 것, 그들의 작품을 발표하는 잡지와 출판사를 후원하는 것, 탈북 미술인들의 전람회를 추진하는 것 등 다양할 것이다. 자유북한방송과 같은 대북 방송국도 이러한 대안 엘리트들의 경제 기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문화 활동, 문학 활동이 지나치게 정치화하면 곤란하다. 이러한 활동은 북한 독재정권 약화에 기여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사명이 있다. 대안의 예술· 미술·문학 활동은 역사상 거의 전례가 없는 독재 하에서도 독립적이며 창조적인 문화전통이 없어지지 않도록 했다. 소련의 작가 솔제니친, 체코의 극작가 하벨, 폴란드 바이다 감독과 같은 인물은 각자 국가에서 독재 정권의 거짓말을 폭로하면서 참된 민족 문화의 전통성을 유지했다. 2400만 명이 사는 북한에 이러한 작가들이 없다는 사실은 믿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자신의 사명을 다할 수 있도록 그런 사람들을 먼저 찾고 도와주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을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북한 출신 엘리트 그룹 형성을 추진하는 것이 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북한에서 교육을 받은 지식인들은 북한의 현실을 잘 알고 있지만 현대적 지식을 배우는 데 장애가 많다. 반대로, 학령에 있는 젊은 탈북자들은 남한에서 교육을 받으면 세계 수준의 기술과 지식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남한의 명문 대학교를 다니는 탈북자의 경험을 보면 문제점이 많다. 남한에서 탈북자들이면 대학에 입학하기는 쉽지만 졸업하기 어렵다. 탈북 출신 대학생 대부분은 자퇴, 휴학 등으로 학교를 떠난다. 물론 그들 가운데 능력이 부족해서 떠난 학생들이 적지 않지만 대부분은 그들의 능력과 상관이 없다. 이들은 너무 어려운 도전에 직면한다.
첫째, 그들이 중고등 학교로 다니었던 북한에서 몇 개 특권학교를 제외하면 학교 시설도, 교육 수준도 남한 표준보다 낮다. 둘째, 그들은 탈북 이후 중국에서 체류한 기간이 몇 년이 되는데, 중국에서 학교를 다니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셋째, 그들이 익숙한 사회문화, 학교 문화는 남한과 차이가 많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장애는 남북의 교과목 및 교육 내용의 차이다. 북에서 배운 내용은 왜곡과 거짓말이 많고 현대세계에서 아무런 가치가 없는 부분도 많다. 예를 들면 북한 학생들은 김부자(父子)의 가계를 자세히 배우는데, 이런 지식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다.
반대로, 북한 학생들은 거의 영어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컴퓨터 사용법조차 모른다. 그래서 영화 ‘크로싱’의 조감독을 맡은 김철용씨가 “북한에서 무엇을 배웠든 남한에서 다시 배우는 게 좋다”고 했는데, 아주 정확한 말이다. 그래서 이들은 남한 학생들보다 훨씬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출신이면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남한 학생들을 능가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탈북자 가족 대부분의 경제 사정을 고려하면 공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탈북 가족의 소득은 한국 평균 소득의 50% 정도다. 탈북 학생들이 공부를 잘 하기보다 생계를 꾸리는 데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특히, 생활비 문제로 인해 엘리트의 역할을 할 수 있는 탈북자들이 아르바이트와 생활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공부에 전념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탈북 학생들에게는 장학금 제공을 고려해야 한다. 지금은 이들에게 장학금으로 대학교 등록금만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탈북 학생 대부분이 이러한 장학금은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탈북자 전원에게 생활비와 대학원 장학금을 지원하라는 뜻이 아니라, 상위 학생 즉, 엘리트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학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접근은 경제적일 뿐 아니라 공부를 더욱 장려하는 것이다. 장학금을 받을 학생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탈북 학생들의 25-30%이면 될 것이다. 물론 후보자를 객관적으로 선발하기 위해 그들의 성적 그리고 면접을 중심으로 하는 평가 절차를 잘 계획해야 한다. 이렇게 뽑은 우수학생들에게는 월 40-50만 원 정도의 생활비 보조와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는 장학금과 입학 기회가 필요하다. 이 프로그림의 규모를 보면 그리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장학금 지원은 국가를 통해 할 수도 있지만, 장학금을 받을 자격이 있는 학생들이 많게는 전국 100명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재단이나 사회단체들이 충분히 후원할 수 있는 규모이다. 필자는 고생이 많았으나 나중에 잘 적응하고 성공을 이룬 실향민들의 단체에 대한 희망이 있다. 실향민 단체는 장학금을 지원할 능력이 분명히 있다. 그들은 모든 탈북자들에게 주는 것보다 자기 고향의 일정한 지역 출신으로 제한한다고 해도 문제가 안될 것이다.
북한 학생 대부분이 배우기 제일 어려운 과목은 영어다. 탈북 학생들은 북한에서 영어를 접한 적이 거의 없다. 반면, 초등학교 시절부터 학교· 학원에서 영어를 배운 한국 학생들은 영어에 대한 선행경험이 많다. 탈북자들은 그들을 따로 잡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영어 수준이 높지 않으면 영문 교재를 알아보지 못하고 졸업한 다음에도 취업이 더 어렵다. 그래서 탈북자 수준과 특성에 맞는 탈북자 전문 영어학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다. 이에 따른 재정은 탈북자 문제에 관심이 있는 외국의 지원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외국어 공부에서 유학만큼 효과가 높은 방법이 있을 수 없다. 삶이 어려운 탈북 대학생들은 물론 자비로 유학을 떠날 수 없지만 그들을 지원하는 것은 생각보다 절약적인 방법이 있다. 물론 미국이나 호주 유학이 부담스럽지만 필리핀 언어연수는 절약적이며 효율적인 방법이다. 필리핀 유학은 등록비, 생활비, 항공료 등을 포함하는 비용은 한 학기 당 600-700만원이면 충분하다. 물론 이러한 장학금을 모든 탈북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것보다 능력과 열정이 확실한 후보자들을 선발해야 한다. 그래서 매년 TOEFL과 같은 표준 시험에서 잘 하는 10-20명의 탈북 학생들을 뽑아 필리핀 유학을 보내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국가에서 지원을 받기 어려우면 재단과 같은 단체나 후원할 수 있다. 또 문제에 대해 좀더 널리 알려주면 개인도 이 프로그램을 후원할 수 있다. 또 간고한 노력을 거쳐 어려움을 극복하고 잘 살게 된 남한의 고소득자들은 같은 도전에 직면한 북한 출신 학생을 도와주는 것은 당연하고 고매한 일이다.
그러나 북 출신 대학생들이 극복할 장애는 경제문제와 영어 수준 뿐만 아니다. 남한 사회에 대한 지식 부족도 이들의 출세를 어렵게 한다. 그들은 남한의 회사 문화를 잘 모르니 취업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어떤 문제에 집중해야 되는지 잘 모르고 있어 취업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현재 대기업에서 실시하고 있는 인턴제를 탈북자들 중 상위학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 좋다.
탈북 학생들이 한국 기업에 들어갔을 때, 나타나는 가장 큰 문제는 그 공동체에 적응하는 것이다. 인턴제를 통해 기업에 들어갔을 때, 어떤 역할을 해야 하고 어떠한 일을 해야 하는지 미리 경험하게 함으로써,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적응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 대안 엘리트들을 형성하는 목적, 대안 엘리트가 앞으로 할 일은 무엇일까?
첫째, 무엇보다 북한의 김부자 독재정권이 그대로 생존하는 단계에서는, 이들 대안 엘리트들이 북한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김부자 독재에 대해 비판적인 의식의 확산을 하는 사명이 있다. 대북방송을 비롯한 다양한 통로를 통해 그들의 의견과 작품들을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 주어야 한다.
또, 최근 휴대폰의 확산 때문에 탈북자 대부분은 북한에 체류하는 가족, 친족들과 연락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한 탈북 대학생 출신은 한국 사회를 더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
둘째, 북한의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이들은 북한으로 가서 다양한 과제를 수행할 잠재력이 있다. 이들 중 북한 민주화운동을 한 사람들은 당연히 새로운 북한에서 정치인, 고급 행정가들이 될 인재로 꼽힌다. 탈김 시대에 이러한 사람들이 없거나 너무 적으면 북한에서 김부자 정권 붕괴 이후에도 실권을 잡을 세력은 노동단 간부출신이나 남한 출신들이다. 그들의 배경과 가치관을 고려하면 간부 출신들도, 남한 출신들도 북한사회를 주도하기 어렵고 북한 인민의 신뢰를 못 받고 북한 사람들을 잘 대표하고 보호하는 세력이 되기 어려울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남한에서 배운 지식을 북한의 현실에 잘 적용하는 대안 엘리트들은 직접 의사, 기술자, 경영자, 학자들이 될 수 있고 북한 전문가들을 위한 재교육을 추진할 수도 있다. 북한은 너무 낮은 경제 수준에도 불구하고 기초 교육은 그리 나쁘지 않는 나라이다. 그래서 북한 복구사업을 할 때 북한 기술자, 의사 등 전문가들을 처음부터 교육을 시키는 것보다 이미 갖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재교육을 하는 방법이 더 합리적인 접근이다. 남한에서 대학교육을 받고 현대적인 기술, 경제 환경에서 활동한 경험을 갖게 된 대안 엘리트들만큼 이 재교육을 계획하고 지도할 인재는 없다.
셋째, 북한 정권이 오랫동안 무너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는데, 이 경우에 대안 엘리트들은 남한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북한의 미래와 상관없이 남북간 소득 및 자유의 차이 때문에 탈북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은 의심할 수 없다. 2019년에는 탈북자가 5만명을 초과할 것은 거의 확실하고 10만명도 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탈북자 남한사회 적응 문제는 갈수록 중요해질 것 같다. 남한에서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성공한 탈북 출신 엘리트들은 젊은 탈북 학생들에게 역할 모델이 될 수 있다.
화폐개혁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의 움직임을 보면 그들은 개혁과 개방을 결사반대하고 시대착오적인 스탈린주의 체제를 끝까지 지키기로 결정한 것은 확실하다.
이러한 전략은 김부자 체제의 종말을 연기할 수 있는 동시에 그 치명적인 위기를 더욱 첨예하게 만드는 정책이다. 우리는 현 단계에서 북한체제의 종말이 언제, 어떤 형식으로 닥쳐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급변사태 준비를 하기 어렵다. 그러나 북한의 미래가 어떻게 되든 상관 없이 북한도, 남한도 다 잘 알고 친김(친김정일) 행위를 하지 않은 대안 엘리트들은 도움이 될 것이다. 사실 현단계에서 구체적으로 예견할 수 없는 급변사태에 대비하는 방법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이들 대안 엘리트 형성 추진은 합리적인 대처 방안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재정적으로 저렴하지만 오랫동안 체계적으로 실행해야 성과가 나올 것이다. 유감스럽지만 최근 남한 사회의 분위기를 보면 이러한 프로그램을 제계적으로, 장기적으로 지원할 정치적 의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처럼 남한 정치인들도 다음 선거까지 구체적인 실적이 오르지 않을 것 같은 계획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래서 필자는 이러한 대안 엘리트 육성 프로그램을 후원, 지도할 세력으로 국가기관보다 단체, 회사에 희망을 걸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부기관이든, 단체든 분명하게 이러한 조치를 취할 때가 이제 왔다는 사실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구소련 레닌그라드 출생(1963)/레닌그라드 국립대 입학/김일성종합대 유학(조선어문학과 1986년 졸업)/레닌그라드대 박사(한국사)/호주국립대학교 한국사 교수(1996)/(現) 국민대 교수 · 역사학/저서 <북한현대정치사>(1995) <스탈린에서 김일성으로>(From Stalin to Kim Il Sung 2002) <북한의 위기>(Crisis in North Korea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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