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 사석(私席)에서 ‘단일 망상(monodelusion)’이라는 용어를 들었다. 자료를 뒤져 보니 일명 ‘오셀로 증후군(Othello Syndrome)'이라고도 했다. 한 마디로 의처증(疑妻症), 의부증(疑夫症) 같은 증상이다. 배우자의 불륜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불륜의 증거를 음모론적으로 찾아 헤메고, 배우자가 무슨 소리를 해도 믿지 않는 증세, 그러면서도 다른 면에서는 멀쩡하다는 것이다. 오셀로 장군은 그의 충실한 아내 데스데모나를 그렇게 의심해 결국은 그녀를 목졸라 죽이고 파국으로 간다. 셰익스피어의 비극이다.
광우병 소동과 천안함 조사결과를 불신하는 증세가 꼭 ‘오셀로 증후군’ 같다면 지나칠까? 미국산 쇠고기는 먹어도 괜찮은 것이라는 설명을 아무리 해줘도 “지금도 먹지 않는다”고 뻗대는 일부 ‘촛불’의 경우, 합조단 조사결과는 이명박 정부가 국제 조사팀까지도 매수해서 조작한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의 경우, 이건 단순한 사회과학적, 이념적 차원의 현상이라기보다는 ‘오셀로 증후군’ 유(類)의 특이한 ‘마음 차원’의 현상이라 해야 그나마 설명이 될 것도 같다.
“6.25는 북침이다”, “4대강 사업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조리 100% 자연파괴다” “이명박 정부가 전쟁을 하려 한다“ ”김현희는 조작이다“ ”천안함 폭침은 미군소행이다“ ”미국 쇠고기는 청산가리보다 더 나쁘다“...이런 마음 상태는, 설령 북한 잠수정이 어뢰를 쏘는 장면의 영상 증거를 들이댄다 해도 ”조작이다. 그래도 믿지 않겠다“고 할 것이라고 한 어떤 분의 절망적인 개탄을 리얼하게 연상 시킨다.
오늘의 우리 현실을 좌(左)냐 우(右)냐의 사회과학적 잣대로만 갈라 보기 이전에, 건강한 마음 상태냐, 질환(疾患)적 마음 상태냐의 정신의학적 잣대로도 갈라 보야 할 이유가 그래서 다시 한 번 절실하게 상기된다. 아름다움이냐, 추함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류근일 2010/6/27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