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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년 전 KAL기 납북사건, 유엔에서 논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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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기관, 41년만에 1969년 대한항공기 공중납북 사건 진정서 첫 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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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한반도 상공에서 발생한 대한항공(KAL)기 공중납북 사건이 무려 41년만에야 국제사회에서 정식 논의되기 시작했다.
사단법인 북한인권시민연합(이사장 윤현. 이하 북인련)은 17일 “‘1969년 KAL기납치피해자가족회’ 황인철 대표(43)가 69년 북한 대남공작기관이 조직적으로 저지른 대한항공(KAL) YS-11기 공중납치 사건과 관련해 당시 납북되어 억류된 부친 황원(실종 당시 32세)씨의 송환과 생사 확인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유엔 산하 <강제적/비자발적 실종에 관한 유엔 실무그룹(UN Working Group on Enforced and Involuntary Disappearances). 이하 실무그룹>에 정식 제출했다”고 밝혔다.
황 대표의 부친 황원 씨는 영동MBC(현 강릉MBC) PD로 재직 중 서울 출장을 위해 69년 12월 11일 12시 25분 이륙한 강릉발 김포행 대한항공 YS-11기에 탑승했다가 승무원 4명을 비롯한 다른 승객 46명과 함께 북한으로 공중 납치되었다.
당시 이 사건에 대한 국제사회의 규탄이 빗발친 탓에 납치 66일 만에 승객 39명은 귀환할 수 있었지만 북한은 끝내 승무원 4명 전원과 황 씨를 포함한 7명의 승객을 돌려보내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했다.
41년째 북한에 억류되어 생사조차 파악되지 못하고 있는 납북피해자는 유병하(기장)씨, 최석만(부기장)씨, 성경희(스튜어디스)씨, 정경숙(스튜어디스)씨와 황원(MBC PD)씨, 김봉주(MBC 카메라맨)씨, 채헌덕(의사)씨, 이동기(강릉 소재 인쇄소 운영)씨, 임철수씨, 장기영씨, 최정웅씨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KAL기 공중납북 사건 직전인 1969년 봄 아들 인철(왼쪽)씨와 조카를 안고 나들이에 나선 황원(가운데)씨. 황인철씨가 희미하게나마 부친을 기억할 수 있는 유일한 사진이다[사진제공=1969년KAL기납치피해자가족회·북한인권시민연합]> 이 중 유일하게 성경희씨만이 2001년 평양에서의 이산가족상봉에 포함되어 그 기회를 통해 유병하씨와 최석만씨의 생존 사실을 알렸을 뿐 나머지 8명의 납치피해자는 아직 생사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당시 우리 정부 조사결과 발표와 생존귀환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승객으로 위장한 남파고정간첩이 기장을 위협해 기수를 북한으로 돌리게 했으며 38도선을 넘자마자 2기의 북한 전투기가 나타나 납치한 KAL기를 호위했다.
납북피해자들은 최초도착지인 함경남도 함흥시 연포비행장(공군기지)에서 군인들의 통제 하에 모두 독방에 수감되다. 그로부터 4일 뒤인 15일 평양으로 끌려가 평양여관 및 대동여관에 분산 수용되었으며 이때부터 2개월 동안 북한 거주를 회유당하거나 강압당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친인척 관계를 조사한다는 명분으로 성분조사를 실시했으며 김일성 우상화교육 등 사상교육을 경청하지 않거나 비판하는 자는 가차 없이 구타하거나 고문했다.
당시 생존귀환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사건 직후 국제사회의 규탄이 빗발치자 북한은 기장 유병하씨와 부기장 최석만씨에게 협박과 고문을 가한 뒤 자발적으로 귀순한 것처럼 보이도록 북한 매체를 통해 강제 기자회견을 시키기도 했다.
북인련은 “실무그룹 활동의 기본목표는 실종 또는 납치피해자의 현재 소재와 생사를 명확히 밝혀내는 데 있다”며 이번 진정서 제출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단체는 실무그룹의 역할에 대해 “실종자 가족이나 사건을 위임받은 인권단체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기본 요건에 부합할 경우 가해자로 지목된 정권에 사건 접수를 통보해 가해국이 실종 또는 납치피해자의 현황과 생사에 관한 명확한 조사결과를 유엔에 보고하도록 한다”면서 “유엔이 이를 다시 탄원자 측에 전달하며 이러한 과정은 최소 6개월을 주기로 충분히 해명될 때까지 무한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실무그룹은 1970년대 남미 등지에서의 실종문제 심각성을 인식한 유엔이 1979년 유엔총회 결의 제33/173호 <실종된 사람들(Disappeared Persons)>를 통해 우려를 표명한 뒤 1980년 2월 유엔인권이사회 결의 제20호에 의거해 설립한 기구로서 1998년까지 접수된 세계 80개국 이상에서의 약 5만 건에 달하는 사건들을 최소 10% 비율로 해결했다.
실무그룹의 설립을 시초로 다른 인권사안들에 대해서도 당면 국제현안이나 개별사건을 전문적으로 조사하고 해결하기 위한 각종 주제별 실무그룹들이 속속 설립되었으며, 주제별 특별보고관(TSR)이나 비팃 문타폰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 같은 지역별 특별보고관(CSR) 제도 등 새롭고 다양한 특별절차들(Special procedures)로 다각화되어 왔다.
북인련은 지난 2월 황 대표로부터 도움 요청을 받아 제출 서류의 작성, 유엔 접수 및 북한 관계당국으로의 전달 여부와 북한 측 답변 확인, 북한 측의 사실관계 은폐시도 및 의혹에 대한 추가 문제제기 등 실무를 담당하면서 사건 위임단체로 활동하고 있다.
단체는 “실무그룹 작업 과정에서 최소한 피해자 생사여부 등을 알 수 있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유엔의 절차나 국내구제절차 등을 활용해 적절한 피해보상, 명예회복 등의 지원 정책을 이끌어낼 수 있다”며 “만약 가해측이 사건의 존재나 관련성 여부를 전면부인하거나 비협조로 일관해 상당한 사건들이 미해결 상태로 누적될 경우 실무그룹은 문제정권의 행태를 유엔인권이사회나 유엔총회 등에 심각한 우려대상 집단으로 공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북한이 납치피해자의 사망을 주장할 경우 가족의 DNA 감식을 통해 사망시점이나 유골의 진위를 확인할 수 있다”며 “혐의를 부인하기 위해 방송매체에 납치피해자를 등장시켜 자발적 잔류 등을 주장한다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규탄이 더욱 고조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한국으로의 귀환권 선택이 보장되는 조건 하에서의 의사 표시 기회를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12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실무그룹은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북한대표부에 해명 요청을 보낼 예정이다. 북한 정권과 똑같은 효력을 갖는 이 대표부도 6개월 안에 납북피해자의 생사 여부, 소재 등에 대한 해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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