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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린 수감자 씨앗 먹자 화학물질 투여 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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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정치범수용소해체운동본부 기자회견장에서의 북한 강제구금시설 증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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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 구타.. 인격모독.. 굶주림.. 성폭행.. 강제낙태.. 살인적 노동.. 그리고 죽음.
인권이 보편화되고 상식화된 2010년 오늘날 지구상 마지막 남은 북한 강제구금시설의 실체를 가감 없이 표현하고 있는 단어들이다.
평안남도 개천 14호관리소, 함경남도 요덕 15호관리소, 함경북도 화성 16호관리소, 함경북도 회령 22호관리소, 함경북도 청진 25호관리소 등 북한에는 과거 중세기에서 20세기 초에나 볼 수 있었던 강제구금시설이 현존하고 있다. 그리고 그 내부에서는 중세기보다 더욱 끔찍한 고문과 살인이 자행되고 있다.
강제구금시설에는 비단 위법(違法) 감시망에 걸려든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도 수감된다. 1972년 김일성은 연설 중 “종파분자나 계급의 적은 누구를 막론하고 그 종자를 3대에 걸쳐 완전히 그리고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탈북자 강철환씨도 조부(祖父)로 인해 요덕 정치범수용소 혁명화구역에서 10년간 수감되었다.
김일성 김정일 부자가 1964년 4월 ‘특별독재대상구역’이라는 이름의 첫 관리소(정치범수용소)를 건설한 이래 지난 반세기 동안 그 속에서 진행된 끔찍한 진실들은 철저히 흑막 속에 가리어졌다. 하지만 90년대 중반에 이르러 그 실체는 점차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북녘에서 대량 탈북이 시작된 것이다.
대량 탈북은 정치범수용소 등 강제구금시설의 윤곽을 더욱 확실하게 만들었다. 북송되어 수용소에 수감된 주민들이 석방 후 다시 탈북하면서 언론을 통해, 그리고 입소문을 통해 그 실체는 한 층 빨리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국내 거주 탈북자 2만명 시대를 바라보고 있는 오늘날, 그 참혹한 실태를 가리었던 베일은 이제 완전히 벗겨지고 있다. 또 정치범수용소의 해체와 독재정권의 종말을 위한 노력들이 정부와 비정부기구(NGO)를 막론하고 지구촌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올해 초 요덕수용소 수감자 254명의 명단을 공개한 정치범수용소해체운동본부(대표 김태진)와 반인도범죄조사위원회 주최로 2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북한 정치범수용소 실태 및 구금시설 내 고문피해자 기자회견 및 컨퍼런스’에서도 현장을 직접 체험한 여섯 명의 탈북자에 의해 참혹한 실상들이 증언되었다.
<북한 강제구금시설의 실상을 증언하는 탈북자들>
첫 증언자로 나선 탈북자 신혜숙(女. 가명)씨는 구류장(재판 이전에 구금되는 시설)과 교화소(교도소) 등 강제구금시설 내의 끔찍한 성(性)학대 실태를 고발했다. 신 씨는 “북송되는 여성들은 돈을 자궁 안에 숨긴다”며 “당국은 자궁 속에 손을 넣어 뒤지기까지 하는 등 인간 이하의 천대를 가한다”고 밝혔다.
그는 “교화소 같은 곳에서는 (식량부족으로) 소의 변에서 채취한 통옥수수 등을 주워 먹기까지 한다”며 “여성 수감자들은 생리대조차 없어서 옷을 찢어 대용으로 사용하고 몸에 둘러서 볕에 말린다”고 설명했다.
유아살해 등 끔찍한 반인륜적 범죄행각 실태도 공개했다. 그는 “중국에서 임신한 채로 북송된 여성이 구류장에 끌려왔는데 처음 10시간 동안 무척 앓았다”며 “이를 방치하던 당국은 출산이 임박해서야 군의관을 통해 여성을 병원에 데리고 갔지만 끝내 아이는 살아남지 못했다”고 밝혔다.
아들을 잃고서 시신조차 찾을 수 없었던 기억에 기자회견 도중 끝내 눈물을 흘린 탈북자 이옥화(女. 가명)씨는 강제구금시설 내의 폭력실태를 증언했다. 이 씨는 “중국에서 기독교를 전파하던 중 체포되어 북송된 뒤 하루 12시간을 고문 받으며 지냈다”고 밝혔다.
그는 “한 줌도 안 되는 식사로 목숨을 이으며 거꾸로 매달리고, 망치로 폭행당하고, 손톱이 뽑히는 등 폭행 속에서도 끝까지 혐의를 부인해 교화소로 이송되었다”며 “교화소에서는 하루 평균 25~30명의 사람이 죽어나갔다”고 설명했다.
이 씨에 따르면 많은 교화소 수감자들이 이전 단계의 구금시설인 구류장에서 각종 질병에 걸려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다. 질병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치료는커녕 오전 6시~오후 10시의 긴 시간 동안 중노동과 굶주림에 시달려야 한다. 집도 없이 땅을 파고 잠을 자다가 떨어지는 빗물을 과도하게 섭취하고 사망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허기를 채우기 위해 수감자들이 밭에 뿌릴 씨앗을 먹자 당국은 씨앗에 독성 화학물질을 주입하기도 했다. 이 씨는 “사람들은 목숨을 돌볼 틈도 없이 먹고 죽고, 굶어서 죽는다”고 참혹한 실태를 비판했다.
28년간의 평안남도 북창 정치범수용소 수감 기간 도중 아버지와 할머니, 남동생을 잃은 탈북자 김혜숙(女. 가명)씨는 수용소 내부에서의 노동력 착취 실태 등을 증언했다. 김 씨는 “시체를 너무 봐서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고 끔찍했던 기억을 회고했다.
그는 북창 수용소에 대해 “산에 3~4미터 높이의 철조망을 친 탄광지역으로서 외부인과의 접촉이 철저히 차단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면회가 허용되는 교화소 이하 구금시설과 달리 정치범수용소는 철저히 격리된 인권유린과 노동력 착취의 지대라는 것이다. 수용소에서 생산된 석탄은 북창화력발전소에 공급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에 따르면 수용소는 외부와는 완전히 다른 사회이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당했지만 수용소 내에서는 우는 것도 허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허술한 집에서 거주하며 비가 새어 들어와도 김일성, 김정일의 초상화만은 온전하게 보존해야 하며, 사소한 잘못에도 살인이 일상화되어 있다. 어떤 사람은 종교를 믿었다 해서 목이 매달렸으며, 어떤 사람은 강냉이를 훔치다가 발각돼 고문을 당한 뒤 이튿날 총살당했다. 남자들은 어디론가 끌려가 자취를 감춰야만 했으며, 여자들은 죽음을 면하기 위해 수십년 간 혹독한 노동이 기다리는 탄광으로 향해야만 했다.
극심한 식량부족 때문에 심지어 사람이 인육(人肉)을 먹는 끔찍한 사건까지 있었다. 김 씨는 “2007년 북송 당시 굶주림으로 기력을 잃고 있던 어떤 중년여성이 아픈 자식을 삶아서 먹어버린 사건이 있었다”고 밝혔다. 굶주림이 사람의 본성까지 잊게 만드는 그 곳이 바로 정치범수용소라는 것이 김 씨의 설명이었다.
함경남도 요덕 정치범수용소 혁명화구역(무기징역 미만의 형량 수감시설)에서 농사 작업반에 배치되어 강제노동에 시달리던 중 수십 번 자살을 기도했었다는 탈북자 김광일(男. 가명)씨는 수용소의 고문 실태를 증언했다. 김 씨는 “굶주린 채 낟알을 앞에 두고 먹지 못하는 고통은 이루 상상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 당시 첫 아들이 굶어 죽자 돈을 벌기 위해 중국으로 도강했다는 그는 “기독교를 접했다는 이유로 간첩혐의가 씌워져 체포되었다”며 “무산군 보위부 구류장에서 족쇄에 묶여 천장에 매달린 채로 수백 차례 구타를 당하다가 급기야 흥분제까지 강제 투여되어 결국 거짓으로 혐의를 자백할 수밖에 없었다”고 북한당국이 약물투여까지 자행하고 있음을 밝혔다.
증언자들 중 가장 최근에 수용소에서 석방된 탈북자 이금난(女. 가명)씨는 “일하던 중 갑자기 잡혀가는 경우도 있었다”며 “기본적으로 결혼이 금지되어 있지만 간혹 임신하는 여성의 경우 아기는 살해해 산에 묻어버리고 남자는 6개월, 여자는 1년간 형기를 연장한다”고 밝혔다.
이 날 증언자들은 입을 모아 “한 많은 삶을 마치고 죽는 사람들이 많다”고 북한 강제구금시설의 해체를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수잔 숄티 미국 디펜스포럼 대표는 “김일성 집권 이래 오늘날 북한은 유엔 세계인권선언이 권고하는 그 어떤 사항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며 “결과적으로 북한 주민들이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박애 받는 사람들”이라고 규정했다. 황우여 한나라당 의원은 “인권은 국가 이전에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8세기 미국의 독립운동가이자 정치가였던 패트릭 헨리(Patrick Henry)는 “나에게 자유를 달라.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말했다. 미국은 당시 영국의 식민지로서 갖은 박해를 받았지만, 인권상황이 지금의 북한과 같이 심각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 아니면 죽음’이라는 절박한 말이 나왔다는 것을 보면 인권이란 조금만 다쳐도 당사자에게 크나큰 고통을 주는 존재임이 분명하다. 하물며 고문과 구타와 살인이 일상화된 북한 강제구금시설의 20만 수감자들은 어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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