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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짚고 30초' 북한담배는 과연 어떤 모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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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입수한 금잔디, 천리마, 백두한나 등 23종 담배 "인민보안성 생산 담배도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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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 세계적으로 금연(禁煙) 열풍이 불고 있다. 하지만 폐암 및 후두암 유발, 기형아 출산 위험 등 절대적으로 백해무익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애연가의 수는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지난 1월 초 실시한 ‘2009년 하반기 흡연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한국 남성들의 흡연율은 43.1%로 여전히 높은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결과(41.1%) 보다 2%포인트 증가한 수치이다.
국제적으로도 담배는 여전히 골칫거리로 남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세계담배전염병실태(Global Tobacco Epidemic) 보고서에서 흡연 및 간접흡연이 매년 500만 명 이상을 사망하게 만들고 수백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담배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그렇다면 ‘철의 장막’ 뒤에 숨겨진 세계, 북한은 어떠할까?
근래 23종의 북한 담배가 입수되었다. 진주, 푸른하늘, 금잔디, 라진, 밀림(두 가지 종류), 호랑이, 동양, 흰 돛, 광법사, 천리마(두 가지 종류), 희망, 현무, 사슴, 나래, 백두한나(두 가지 종류), 금강산, 선봉, 미래, 평양, 풍산으로 구성된 북한 담배는 모두 곽 포장 형태이며, 대부분 영문 표기가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23종의 북한담배>
남한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한 갑 당 20개의 담배가 들어가 있지만 천리마의 경우 16개이며, 북한 담배는 일반적으로 타르와 니코틴 함량이 표기되어 있지 않지만 평양과 풍산 등은 예외이다. 평양의 타르와 니코틴 함량은 각각 14mg과 1.2mg, 풍산은 각각 15mg에 1.2mg이다.
평양 출신으로 현재 서울에 거주 중인 탈북자 서희남(가명. 男. 41)씨는 “고난의 행군 이후 출시된 제품들”이라고 설명했다. 서 씨에 따르면 북한의 담배생산 공장은 중국에서 수입된다. 확인된 생산 공장으로는 평양백산담배합영회사, 내고향담배공장, 조선동양담배공장, 조선선봉총회사 등이 있다.
인민보안성에서도 담배를 생산한다. 서 씨에 따르면 금잔디 등 곽 정면 상단에 노란색 방패 문양이 있는 담배는 모두 인민보안성이 운영하는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현무 등은 황해도에서 특히 많이 사용된다. 곽 표면의 영문 표기에 대해서는 과거부터 있었다고 서 씨는 설명했다.
서 씨는 “푸른하늘과 동양, 흰 돛과 금잔디 등이 가격이 저렴해 서민들이 피우는 담배였다”며 “푸른하늘과 동양, 흰 돛, 금잔디 1갑의 가격이 350원(이하 구권 기준), 라진이 500원이었다”고 밝혔다.
북한에는 담배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다.
탈북자 호혜일 씨가 펴낸 책 ‘북한 요지경’에 따르면 어느 날 개인이 잎담배를 잘게 썰어 만드는 독초(毒草)인 마라초를 팔기 위해 어떤 할머니가 장마당(시장)에 나와 좌판을 벌여놓고 앞에 ‘돔’이라는 글자를 쓴 종이를 붙여놓았다고 한다. 주민들이 지나가며 뜻을 묻자 할머니는 “뭐긴 뭐겠소? 요 담배 한 모금만 피우면 이 세상이 획 돌아간다고 해서 돔이죠”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저마다 호기심이 생긴 주민들이 할머니의 담배를 앞 다투어 사는 것을 본 옆 좌판의 할아버지가 다음날 ‘팽 돔’이라고 쓴 종이를 붙여놓았다고 한다. 이번에는 할아버지의 담배가 장사가 시작되기 무섭게 동이 나고 말았다.
이튿날이 되자 할머니의 좌판에는 새로운 글자가 붙었다. ‘벽 짚고 30초’였다. 그 말인 즉슨, 한 모금만 빨면 너무나 어지러워 벽에 기댄 채 30초 동안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호 씨에 따르면 그 날 장마당은 할머니의 독무대였다.
북한 담배는 국내에도 출시된 바 있다. 중소기업 (주)엠투씨백산은 지난해 7월 평양의 백산협영회사로부터 타르와 니코틴 함량 각각 13mg과 1.2mg의 독한 담배인 ‘백산’을 수입해 국내에 유통시켰다. 이 담배는 주로 조선족 등 중국인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었다.
북한에서는 최고급 담배도 ‘생산 아닌 생산’이 되고 있다. 지난 8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과거 영국의 담배회사 BAT가 ‘State Express 555’라는 이름으로 판매한 최고급 담배를 ‘NK 555’라는 이름으로 재포장해 작년 2월부터 총 1만5천 갑(약 630만 달러 상당)을 베트남과 필리핀으로 재수출하고 있다.
북한 담배는 정권의 불법적 현금 확보 수단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2006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북한정권은 함경북도 나진에 세계 최대 규모의 위조담배 공장을 운영하며 생산한 담배를 전세계에 밀수하고 있다.
신문에 따르면 북한은 연간 20억갑 규모의 위조담배를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위조담배 생산국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으며, 미국의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는 수년 간 뉴욕, 오클라호마시티, 시애틀 등 1,300여개 지역에서 북한산 말보로 위조담배를 적발했다.
북한의 ‘담배 범죄’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도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러시아산 담배 23만 개비를 스웨덴에 밀반입하려다 세관에 적발되어 체포된 러시아 주재 북한 외교관 부부는 최근의 항소심에서도 1심과 마찬가지로 스웨덴 법원으로부터 징역 8개월형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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