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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측하다. 중학교졸업식 풍경. 옷 벗기는 선배, 옷 벗는 여학생들. 강제적인 것이든 자발적인 것이든 이게 우리 다음 세대의 모습이다. 아무리 ‘일부’라고는 하지만. ‘일부’라 하더라도 그것은 세태를 반영한다. 아비 어미 잘못인가, 못 말릴 아이들 탓인가? 이런 것을 못하게 하는 제어장치도 이제는 없다. 학교도 선생도 부모도 어른도 경찰도 검찰도 대법원도 속수무책이다.
한 마디로 뭐라고 해야 하나? 한 마디로 깽판, 개판, 뗑깡 풍조의 연장선상에 있는 현상이다. 근래의 불법천지, 무법천지가 불러온 필연적인 결말이다. 세상에 두려워 할 게 없다, 세상에 못할 짓이란 없다, 무슨 짓을 해도 경찰이, 사법부가, 선생이, 어른이, 그 어느 누구도 말리고 처벌하지 않거나 못한다...고 하는 ‘규범의 아노미 상태’가 세상을 이 지경까지 이르게 했다. 이게 ‘민주화 후(post-democratization)’ 시대의 총결산이라면, 그래 이게 장차 어디까지 갈지 한 번 구경 좀 해보자. 누가 무슨 힘으로 말려?
하느님이든, 법이든, 도덕이든, 경찰관이든, 아비든, 어미든, 무엇이든, 좌우간 “이래선 안 된다”고 말하는, 그래서 그 말 한 마디에는 아무도 감히 대적할 수 없는 권위 하나는 지켜져야 그게 문명사회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런 게 최근의 우리 사회에선 급속도로 무너져 내렸다. 콩가루 세상, 막돼먹은 세상, 무뢰배 세상, 불한당 세상 바로 그것이다. 일부가 이런 세태를 ‘민주화’ ‘민중화’ ‘해방’ ‘투쟁’ '저항' 운운하며 부추기고 조장한 것도 어김없는 사실이다.
규범, 품위, 질서, 정당한 권위, 명예심, 수치심, 최소한의 금기( 禁忌)의식이 없어진 세상은 이미 문명세상이 아니다. 소돔과 고모라의 성서(聖書)적 기록은 아득한 옛날 어는 시점, 어느 장소에 실제로 있었던 실화일지도 모른다. “무슨 짓이든 해선 안 될 짓이란 없다”고 생각한 세대의 생생한 자멸의 실록(實錄)-.
류근일 2009/2/13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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