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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분단된 지 65년이 되었다. 통일은 우리의 지상과제다. 그러나 65년이 지나면서 통일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통일문제를 외면하고 오로지 정권적 차원에서의 이득만을 생각하는 근시안적이고 이기적인 동기로 남북문제를 취급해왔기 때문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말하자면 북풍의 수단으로 북한에 접근하다보니 통일문제가 실종된 것이다.
북한은 김씨일가의 왕조체제다. 김일성이나 김정일은 종신(終身) 권력자다. 매 5년마다 선거를 치루고 대통령이 바뀌는 한국과는 사정이 다르다. 그러니 북한은 일관되게 대남정책이나 전략을 구사하지만 한국은 수명 5년의 정권적 차원에서 대북정책을 마련하기 쉽다. 말하자면 정권적 차원의 일시적 이득을 위해 남북통일이라는 장기적이고 거대한 문제는 외면하기 쉽다. 이 격차로 인해 북한은 공세적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되었고 한국은 국력에 비해 수세적인 전략을 쓸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한국의 대통령이 소위 남북 ‘정상회담’을 거론할 때는 대부분 선거용이거나 인기몰이 차원이다. 이 틈을 북한과 친북좌파가 파고 든다. 적장을 만나는 배짱있는 대통령의 이미지를 만들어 그것으로 대통령을 유혹하는 것이다. 뭔가 남북관계에 진전이 있는 것처럼, 뭔가 파국을 면하는 것처럼 위장하여 대통령을 유혹한다. 전두환 대통령도 그러했고 김영삼 대통령도 그러했고 지금 이명박 대통령도 그런 차원에서 김정일을 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다. 다만 김대중이나 노무현은 친북좌파의 어젠다(의제)를 실행하는 차원에서 김정일을 대했다.
작년부터 남북접촉이 긴밀해졌고 금년 들어 남북 ‘정상회담’관련 발언이 대통령의 입에서 직접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요한 통일 의제는 사라지고 오로지 만남의 전제조건을 언급하는 정도에 머물고 있다. 김대중식으로 돈을 갖다 바치지는 않겠다든가 또는 대북지원이 그 전제조건은 아니라든가 아니면 북핵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든가 또는 납북자나 국군포로 및 6.25전사자 유해발굴과 같은 부분적인 문제에 국한되어 있다. 통일은 실종되었다.
모든 일은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힘을 집중할 때 그 목표가 성취된다. 목표 자체에서 통일이 제외되니 통일은 요원한 문제가 되었다. 오히려 친북좌파의 책동으로 인해 평화체제니 평화공존 또는 화해화 협력 등과 같은 영구분단론이 우리들의 의식을 지배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선거를 의식해서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서 남북문제를 사용하게 되면서 남북통일은 오히려 말하면 손해가 되는 문제로 전락하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상회담’관련 발언도 이 차원을 넘지 못한다. 그래서 그 진정성을 의심하게 되고 선거용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그럴 리야 절대로 없겠지만 소위 말하는 남북 정상회담이 이런 식으로 취급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김정일 체제를 유지시킬까 하는 식의 남북회합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김정일체제의 궁극적 붕괴 및 북한의 민주화 그리고 자유민주체제로의 통일을 위한 대전략 차원에서 남북문제는 다루어져야 한다. 이런 대통령이 나온다면 그는 그야말로 위대한 정치가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런 대통령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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