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이 스스로를 ‘장군’으로 호칭하는 것에서도 나타나듯 오늘날 북한 체제는 선군(先軍)이라는 단어로 압축 표현할 수 있다. 그만큼 북한에서 군(軍)이 차지하는 위상은 대단히 높으며, 우리의 국방부에 해당하는 인민무력부는 체제의 중추 핵심기관으로 자리 잡고 있다.

1948년 사회주의 정권 출범과 함께 ‘민족보위성’이라는 명칭으로 설치된 인민무력부는 72년 12월 제5기 내각 재편 당시 인민무력부로 개칭되었다. 82년 4월 제7차 내각 재편에 맞춰 정무원(현재의 내각)에서 분리되어 노동당 비서국 소속이 되었으며, 86년 12월 제8차 내각 출범 시기에 최고지도기관인 노동당 중앙인민위원회 직속이 되었다. 현재는 국방위원회 직속 기관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인민무력부는 편제상 총정치국과 보위사령부, 총참모부와 나란히 국방위원장 및 최고사령관으로부터 지시를 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국내 탈북자들의 증언과 통일부 자료에 의하면 인민무력부는 총정치국과 총참모부 등을 모두 총괄하는 상부기관이다.

인민무력부는 또 95년부터 우리의 합참의장에 해당하는 총참모장으로 재직한 김영춘이 작년 2월 인민무력부장에 내정되면서 위상이 급격히 오르기 시작했다.

6군단장과 총참모장을 거치는 등 전형적인 야전통인 김영춘은 김정일의 현지지도 수행 빈도가 잦아 김정일의 최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현재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겸하고 있으며, 2008년 정권수립 6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는 열병보고를 하기도 했다.

비록 북한군의 야전 지휘는 총참모부가 맡지만, 김정은의 생모 고영희의 측근이었으며 현재 국방위 부위원장인 김영춘에 비해 리영호 현 총참모장의 정치적 파워가 약하다는 점에서 총참모부는 인민무력부보다 한 수 아래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리영호와 김영춘은 만경대혁명학원 출신으로서 충성심이 입증되어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경력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리영호에 비해 김영춘이 98년 동해 앞바다 잠수정 침투사건과 같은 해 대포동 1호 발사, 99년 제1차 연평해전, 2002년 제2차 연평해전, 2006년 1차 핵실험 등 실전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은 인민무력부의 위상을 뒷받침한다.

이러한 기능과 위상 때문에 철저히 관리되고 있는 인민무력부는 외부에 알려진 정보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실정이다. 인민무력부는 산하에 대외사업국, 청사경무국, 종합계획국, 일반건설국, 재정국, 공병국, 병기국 등 50여개의 부서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내부 구조 등은 여전히 흑막 뒤에 가려져 있다.

지난해 말, 취재진은 동남아 제3국 현지에서 만난 한 탈북자로부터 국내 최초로 인민무력부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의 이름은 김용화(가명). 김 씨는 그 스스로가 과거 인민무력부 산하 간부였으며, 이를 인정받아 중국 당국의 대북 공작원으로 일한 경력을 가진 인물이었다.

김 씨가 밝힌 그의 과거 공식직함은 인민무력부 산하이자 최고사령부 직속 통신부대의 비화(非和. 보안을 위해 전송신호를 변신해 송수신하는 통신)교환수 군관(장교)이다. 인민무력부에서 근무하면서 최고사령부의 지시를 받는 통신부대 부대원들은 중추 핵심기관인 인민무력부 내부 또는 안팎을 오가는 모든 통신을 연결하는 기밀 업무를 담당한다.

그는 이러한 특수 업무를 담당한 탓에 복무 당시 국내 모 기관 관계자로 추정되는 인물로부터 비밀지시를 받아 판문점 남북회담장으로 직통되는 김정일의 육성지시 등 비화통신 내용을 도청하기도 했으며, 군부(軍部) 내 반체제세력의 암호통신을 엿듣기도 했다.

또 중국으로 탈북한 뒤에는 중국 정보당국에 포섭되어 북한 정보를 캐내는 스파이로도 활동했다고 한다.

스파이 활동에 위기를 느끼고 현재 제3국 주재 외국대사관에 체류하며 망명을 기다리고 있는 그의 증언은 외부에 최초로 알려지는 내용이었기에 사실 취재진도 어디까지 믿어야할지 고민을 거듭했다. 그러나 진지한 자세로 한 치의 막힘도 없이 증언을 쏟아내는 그의 태도 앞에서 취재진은 더 이상 의심을 가질 수 없었다.

취재진은 제3국 모처에서 김 씨와 약 두 시간에 걸쳐 인터뷰를 가졌다. 김 씨가 말하는 인민무력부 내부 실상에 대한 육필증언 녹취록을 오늘부터 시리즈로 연재한다(김 씨의 안전을 고려해 그의 육성이 담겨있는 녹음파일은 본 기사에 공개하지 않는다).

[“1호 청사 1~2층 모두 김정일 집무실. 군부 충상파인 작전국을 지근거리에”]

“258군부대(인민무력부 정찰총국 산하 전자전(電子戰) 담당 258연구소를 말하는 것으로 추정)라기 보다 최고사령부 직속이자 인민무력부 산하에 있는 통신결집소이다”

인터뷰는 김 씨가 자신의 과거를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고향이 함경북도인 그는 인민군 군관으로 10년 가까이 복무했다. 그것도 일반 보직이 아니라 인민무력부 내에서 통신 연결 및 보안을 담당하는 특수 보직으로 복무했다. 때문에 일반인들은 접근을 엄두도 내보지 못할 평양 지하 땅굴기지에서도 긴 시간 근무했다고 한다.

김 씨에 따르면 인민무력부는 모두 13개동의 건물로 구성되어 있다. 인민무력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5개 초소를 거쳐야 하며, 초소는 모두 경무중대(청사경무국을 지칭)가 지키고 있다. 경무관(경비원)들은 전원 자동보총(자동소총)으로 무장하고 있다.

최고사령관 집무실을 겸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김정일의 집무실은 인민무력부 13개 청사 중 1호 청사에 있다. 1호 청사 중 1~2층이 김정일의 집무실이며, 청사 외부에는 사격장과 수영장, 이발소 등 김정일 전용 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2층에는 ‘인민무력부의 핵심’인 작전국 부서들도 있다. 국장실은 3층에 있다. 작전국은 언제든지 김정일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군부 내 충성파가 모인 집단이다. 노동당 통일전선부 요원 출신의 장진성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산하에 적공국(敵工局)을 두고 있는 작전국은 테러, 교란 등 대남 공작을 담당한다.

인민무력부 청사 내에 근무하는 작전국 관계자들은 모두 상좌(上佐. 우리의 중령과 대령 사이에 존재하는 계급) 이상의 계급이며, 매 부서마다 상좌 이상 군관들이 돌아가면서 근무한다. 작전국 간부들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질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작전국 내에 13개 처(부서)가 있다”며 “1처장은 인민군 1~4군단을 담당하는 식으로 매 처마다 담당하는 구역이 다르다”고 밝혔다. 또 1처장이 최고 권한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2호 청사에는 청사관리소가 있다. 비록 명칭은 청사관리소이지만 김정일을 비롯한 고위간부들에게 간식과 음료수 등을 제공하고, 접대하고, 청소를 하는 등 1호 청사를 비롯한 모든 인민무력부 청사 관리를 담당하기에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곳이다. 성(性)적 봉사를 포함한 접대는 특별히 선발된 여군(女軍)들이 담당한다.

때문에 1~2호 청사는 모두 장교로 이루어진 경무관들이 철통같은 경비를 서고 있다. 김 씨는 “1~2호 청사에는 아무나 출입할 수 없고 심지어 청사 소속 차량이라고 해도 통과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오로지 지하도로를 통해서만 출입할 수 있고 이 사실은 1~2호 청사 고위관계자들만 알 뿐 같은 인민무력부 관계자들도 모른다”고 밝혔다.

이같은 기밀유지로 인해 김 씨와 같은 교환수들과 일반 하전사(부사관급 이하 병사)들은 전역할 때 까지 외출이 엄금되며, 가족이 오더라도 면회실에서만 만남이 허락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인민무력부 내 최고사령부 직속 통신부대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교환수 인원은 총 300여명”이라며 “인민무력부 내 교환대(통신기기)만 해도 70개이고 대기성원(비상대기자)도 있어야 하기에 한 개 근무조로 100명이 나간다”고 밝혔다. 또 “교환대 청소를 직접 담당하는 교환수들은 청소도구함을 들고 어디든지 통과할 수 있기에 모든 내부실상을 파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통신부대는 평양에 존재하는 지하 땅굴기지에서도 근무한다. 김 씨는 “과거 전쟁에 대비해 굴착한 땅굴은 평양 지하철보다도 한참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며 “그 안에는 정찰국, 작전국, 간부국 등 인민무력부 핵심부서와 관련된 기밀문건들이 모두 있다”고 밝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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