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상 밖의 2009년 미북 관계

2009년이 끝난 시점에서 돌이켜 보면, 2009년에 전개된 미국과 북한 간 국제관계는 전혀 예상 밖의 모습 이었다. 왜냐하면 북한과 그토록 적대적이었던 공화당의 부시 행정부가 임기를 마치고 물러났고, 대통령 선거기간 중 적대국 지도자들과도 대화할 용의를 밝힌 오바마 행정부가 취임한 것이 2009년 1월이었기 때문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은 긴장과 갈등으로 특징 지워졌던 지난 8년 부시 행정부 (2001-2008) 시절과는 달리, 미 북간 우호의 새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9년 1월 이후, 미국과 북한의 관계는 마주 보고 달리는 기관차라고 비유 할 수 있을 정도로 긴장과 갈등의 연속 이었다. 우선 정부가 출범한 직후 오바마 대통령이 행한 첫 번째 대북 조치는 예상을 벗어나는 것 이었다. 서울의 언론들이 보도 했듯이 “오바마 정부의 첫 대북(對北)정책은'채찍'” 이었다. 오바마 행정부는 출범 후 불과 10일 만인 2월 2일, 미사일 거래와 관련된 북한기업 3곳에 대해 대미 무역을 2 년 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는 협상을 중시하지만 북한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강하게 나가겠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었다.

사실 오바마 행정부가 시작 될 무렵 많은 한국 국민들이 오바마의 대북 유화 정책에 대해 걱정한바 있었지만 오바마를 지지하는 미국의 대북문제 전문가들은 오바마 행정부는 대북 정책에서 절대로 전략적 주도권(initiative)을 뺏기면 안 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었다.

북한은 오바마의 대북조치 이후 미국이 아닌 대한민국을 향해 으름장을 놓았다. 2009년 2월17일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의 대좌급의 대변인이 직접 나서서 이명박 대통령을 “역도” 라고 지칭하면서 남측에 “전면 대결 태세에 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적어도 북한이 한 말을 그대로 믿는다면 남북한 관계는 다 끝났다고 보아도 될 정도로 상황이 급히 변한 것이다. 북한은 모든 약속을 다 무효로 하겠다고 선언 했으며 이후 2009년 한 해 동안 거의 내내 북한은 미사일 발사, 핵무기 실험, 서해 도발 등 각종 군사적 행동으로 한반도 긴장 상태를 고조시켜 왔다.

2. 북한의 도발과 오바마 행정부의 강경 대응

북한은 아마도 오바마 행정부를 약한 정부라고 생각 했는지 모른다. 세계 거의 모든 나라들이 부시정부 보다는 상대적으로 허약 해 보이는 오바마 행정부를 선호 했다. 북한 역시 미국 민주당의 오바마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기를 간절히 원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의 외교정책은 대통령이 바뀌어도 그다지 많이 바뀌지 않는 다는 사실을 간과했고, 또한 ‘오바마 길들이기’ 혹은 ‘오바마 테스트’ 라고 말 할 수 있는 조치들을 취하는 실수를 범하기 시작했다.

오바마 정부는 한미 양국이 연례적으로 시행 해 오던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2009년에도 지속했다. 북한의 도발 태세가 강해지자 키 리졸브 (Key Resolve) 한미 연합 훈련의 규모와 강도는 더욱 커지고 강해졌다. 첨단 이지스 함을 증강 배치했고 훈련연습 기간도 예년보다 길게 늘였다. 한미연합 키 리졸브 훈련이 개시되자 북한은 더욱 격렬하게 비난하며 미사일 발사를 위협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위협에 대처하는 오바마의 국가안보 관리들은 부시행정부에서도 볼 수 없었던 초강경 입장을 분명하게 표명했다.

죤 키팅 태평양 사령관은 2월 27일 ‘오바마 대통령이 명령하면 미국은 북한의 (실험발사) 미사일을 요격해서 격추 시킬 것’ 이라고 호언했고, 빅터 리뉴어트 북미 방공 우주 사령부 사령관은 3월 17일 미 상원 군사 위원회 증언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실험 발사할 경우 이를 요격할 자신이 있다고 대답했다. 심지어는 게이츠 국방장관조차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준비에 대해 이를 요격 할 뜻을 비추었을 정도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위협을 단순히 말로만 경고하지는 않았다. 미국은 미사일 요격을 위한 전문적인 군사 장비를 한반도 부근에 직접 배치했다. 미사일 요격용 항공기인 RC 135 Cobra Ball 공군기들을 한반도 인근 지역에 다수 배치했으며, 키 리졸브 훈련에 참여 하고 있던, 미사일 요격을 전문으로 하는 이지스 함 두 척을 동해상으로 급파하기도 했다.

북한은 이 같은 미국 및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하고 4월 5일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단행 했다. 미국은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지는 않았다. 미국이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지 않은 이유는 그 미사일이 하와이를 향해 날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은 미국 본토에 이를 정도는 아니었지만 3,200Km를 비행, 북한 미사일 사정거리가 과거보다 훨씬 늘었다는 사실을 과시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프라하에서 연설하면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이런 도발에는 행동을 해야 한다. 규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위반은 반드시 벌을 받아야 한다. 말은 의미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지금은 강력한 국제적 대응이 있을 때다. 북한은 위협과 불법적인 무기를 통하여선 안전과 존경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 하였다. 물론 미사일 발사 이후 미국은 즉각적인 대 북한 제제 조치를 마련하지는 못했다.

북한이 이미 한국이나 일본을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해 놓은 상태에서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 하는 것을 보고, 북한의 타격 목표 혹은 전쟁 상대가 미국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북한이 미국까지 날아갈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미국과 전쟁을 “하지 않기 위해서” 이다. 그동안 북한은 미군철수를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미군만 없다면 남한을 침략하고 무력 통일을 달성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북한은 미국이 한국전쟁에 개입 할 수 없도록 하는 온갖 조치들을 고안하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미국까지 날아갈 수 있는 미사일 개발이다.

핵폭탄을 장착한 자신의 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확실하게 공격할 수 있게 되는 날, 북한은 미국에게 한국전쟁에 참전할 경우 북한은 미국 본토를 공격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그럼으로써 미국군의 한국 전쟁 개입을 주저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2012년 4월 17일 전시작전 통제권이 전환된 이후, 미국이 이 같은 상황에 당면하게 된다면 아마도 미국은 남북한 간의 전쟁에 개입, 한국을 도우려는 욕구를 잃게 될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이 미국 본토의 어느 지점을 정확하게 공격할 수 있는 날이 오게 된다면, 그때 미국이 한국에 대해 제공하는 핵우산의 신뢰성도 결정적으로 훼손당하게 될 것이다. 미국이 서울을 구하기 위해 로스엔젤레스를 희생할 각오를 할 것이라고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3. 북한의 2차 핵실험과 미국 및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북한의 도발은 지속되어 5월 25일에는 결국 제 2 차 핵실험을 단행하고 말았다. 이번 핵실험은 1차 핵실험과는 달리 폭발력이 상당 수준에 이르러 최고 20,000톤 정도의 폭발력을 과시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 되었던 폭탄의 파괴력을 능가하는 수준이었다. 미국과 국제사회는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수 밖에 없었다. 기왕의 유엔안보리 결의안 1718호는 북한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미국과 국제사회는 대북 제재 결의안을 쉽게 통과 시키지 못했다. 17일이나 지난후인 6월 12일 겨우 유엔결의안 1874호 가 나올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엔결의안 1874호는 대북 제재안중 그 어떤 것보다 강력한 것으로서 북한에 대한 본격적인 제재가 시작되었다. 한국 정부도 북한 핵실험 바로 다음날인 5월 26일, 그동안 미루고 있었던 PSI 전면 가입을 전격적으로 선언 하였다.

결의안이 선언된 바로 1주일 후안 6월 19일 미국 군함은 북한 선박 강남 1호를 추적했다. 남포항을 출발, 북한 무기를 선적하고 있는 강남 1호는 미얀마를 향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국 해군의 추적을 받다가 결국 항해를 포기하고 북한으로 되돌아갔다. 북한의 일거수 일투족이 미국과 국제사회에 의해 차단되기 시작한 것이다. 출항을 했던 선박이 화물을 풀지도 못한 채 다시 출발지로 다시 돌아갔다는 것은 북한 에게는 엄청난 충격이며 좌절 이었을 것이다.

결국 8월이 되자 북한은 억류 중이던 미국인 여기자 두 명 석방, 한국 현대아산 직원 석방, 선원 석방, 클린턴 일행 김정일 면담, 현정은 회장 면담등 유화적인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국제사회는 북한에 대한 제재 조치를 풀지 않은 채 북한을 계속 압박하고 있었다.

4. 북한의 딜레마

대한민국의 이명박 정부와 미국의 오바마 정부의 원칙 준수는 결국 북한 스스로 유화정책을 전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했지만, 북한은 결국 진퇴양난의 기로에 서 있는 듯한 상황이다. 2009년 가을 북한은 스스로도 중심을 잡지 못할 정도로 혼란스런 행동을 보이고 있다. 10월에는 동해를 향해 KN-02 이동식 미사일을 발사 했는가 하면, 11월 10일 대청도 부근의 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은 한국 해군의 반격을 받아 선체가 대파되는 피해를 입고 도주했다. 북한은 12월 초 자본주의의 싹을 잘라버리려는 듯 화폐개혁을 단행 했으나 북한 내부의 반발로 인해 새로운 화폐로 교환해주는 돈의 액수를 계속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초 독재 국가였던 북한이 장바닥의 아주머니들로부터 저항을 받는 처지에 이른 것이다.

그러는 동안 미국은 12월 8일 보스워스 특사를 북한에 파견 6자 회담을 재개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오마마의 친서도 전달되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과연 북한은 이 난관을 돌파할 가능성이 있을까? 북한의 권력자들은 핵무기를 포기하자니 선군정치, 강성대국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것이 두렵고, 결국 핵무기의 포기는 김정일 정권의 붕괴로 연결 될 것 같아 두려워 한다.

그러나 핵무기를 고수하자니, 그 경우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압박 때문에 북한이라는 국가가 아예 기능할 수 없는 나락으로 빠져 들어갈 것이 뻔하다. 김정일 정권이 사는 길 과 북한이라는 나라가 사는 길이 정반대인 상황이 되고 말았다. 3대 세습이라는 권력이양 모습도 명분 없을 뿐 아니라 형제간, 그리고 그들을 지지했던 세력들의 갈등은 또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5. 한미양국이 지켜야 할 원칙

궁극적 위기에 처한 북한은 위기를 개척하기 위한 방안으로 미국과 결판을 바라고 있다. 북한이 그동안 사활을 걸고 개발한 핵무기를 한미동맹의 해체, 혹은 최소한 주한미군의 완전철수와 바꾸자고 말할지 모른다. 북한이 말하는 평화협정 체결이라는 전술의 배후에는 주한미군, 한미동맹문제가 반드시 개입되어 있는 것이다.

한미양국이 지켜야 할 원칙은 바로 미북 양자 협상에서 한미동맹 혹은 주한 미군 이슈는 결코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상 대상으로 고려되면 안 된다는 점이다. 북한의 전략에 넘어가는 일이기 때문이며, 북한 핵문제 해결이 대한민국의 국가안보를 조금이라도 위태롭게 만드는 것이 되어서는 절대로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합적으로 볼 때, 북한이 당면한 현재 모습은 위기 혹은 급변 상태로 빠져 들어갈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이 도래 했을 때 한미 양국은 우선 한반도에 야기될 위협과 혼란에 공동 대처하기 위해 동맹을 튼튼히 하고 사전 대비하는 것이 급선무다.

북한 주민을 안정화 시키고 북한 핵무기가 알 수 없는 세력의 손에 유출 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미양국군의 합동 작전이 필요할 수 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같은 과정의 결말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한미 양국은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그 목표란 궁극적으로 자유민주주의에 의해 통일된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다.

이춘근

이글은 2010년 1월호 NKVision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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