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논설주간 허남진의 시평을 읽었다. 한 마디로 밥맛 떨어지는 글이다. 해괴한 논리로 대통령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고자 하는 이 글은 신종 플루 보다 더 악하다.

허씨는 김정일이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 발전 업적을 높이 평가하며 그의 통치 스타일에도 관심이 많다고 했다며 변죽을 울렸다. 그래서 김정일이 합리적이며 우호적이고 경제발전에 관심이 있는 합리적 지도자란 인상을 은근히 심어주려고 한다. 그런데 김정일은 경제발전에는 관심도 없었고 오로지 강성대국을 내세워 선군정치로 내닫고 있으며 미사일 발사다 핵실험이다 하여 군사모험주의로 일관하고 있다. 그가 경제발전에 관심을 가졌다면 중국과 같이 개혁과 개방으로 나갔어야 한다. 그러나 그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북한동포가 굶어 죽어도 고난행군만 강조하고 핵무기 개발은 멈추지 않았다. 박정희에 대한 관심을 내세워 김정일이 ‘식견있는 지도자’인양 포장하려는 속셈을 우리는 안다. 바로 김대중이 썼던 숫법이기 때문이다.

그는 “어쩌면 개발 독재로 산업화에 성공한 박정희식 마법을 배워 북한의 헐벗음을 탈피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여 박정희 대통령을 독재자로 은근히 매도하면서도 김정일의 지독한 독재는 언급하지 않았다. 친북좌파들이 즐겨 쓰는 숫법이다. 국민을 ‘졸’로 보는 웃기는 선전선동이다.

그는 또한 “최근 들어 북한이 잇따른 유화적 몸짓을 보이고 있지만 이명박(MB) 대통령은 바위처럼 움쩍 않고 있다. 일부에선 그 이유를 MB가 매파들에게 포위돼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고 말한다. 김정일이 유화적 몸짓을 보이고 있다고 하는데 그가 북한의 금년 신년 공동사설을 읽어 보았는지 궁금하다. 김정일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 단지 한국의 경제지원이 절박하여 어떻게 하든 김대중 노무현처럼 한국이 북한에 퍼다주기 정책을 새로 시작하도록 유도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우리가 김정일에게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김정일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북한동포에 대한 인권탄압을 중단하고 개혁개방으로 나오라는 것이다. 김정일은 변하지 않는데 왜 그는 그가 변한 것처럼 위장하여 김정일에게 지원하도록 만들려고 하는가? 김정일에게 뇌물이라도 받았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매파”에게 포위되었다고 하였다. 그의 눈에는 대한민국을 지키려고 하는 애국세력이 단지 막무가내식으로 대결만 주장하는 매파로 보이는가? 왜 이명박 대통령은 바위처럼 움쩍 않고 있다고 하면서 김정일은 더 강한 외고집, 그것도 최악의 비타협적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언급하지 않는가? 결국 합리적 애국세력을 비합리적 매파로 매도함으로써 이명박 대통령을 어리석은 사람으로 매도하고 있지 않은가? 김정일의 지령이라고 받았는지 의심하게 된다.

그러면서 김정일은 몇 백만이 굶어 죽어도 꿈쩍도 않고 버텨냈다고 하다. 그는 몇 십만이라고 아사자 숫자를 열 배나 줄여서 마치 그것이 별 큰 일이 아닌 듯이 거짓 선전을 하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그러니 우리가 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굴종주의의 표본이다.

그러면서 독재권이 확고한 김정일과 협상하는 것이 우리에게 득이 될 것이라는 식으로 은근히 협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김 이후 전쟁 같은 최악의 상태를 미리 막기 위해서도 북한을 관리할 수 있는 끈을 확보해야 한다”고 하여 은근히 전쟁으로 협박하기도 한다. 전쟁으로 협박하는 것은 북한과 친북좌파가 즐겨 쓰는 숫법이다. 언젠가 북한 대표는 서울 불바다를 거론하였고 김대중이나 노무현은 그러면 전쟁하잔 말이냐고 국민을 전쟁으로 협박하였다. 허씨는 북한에 들어가 대남심리전 교육을 받을 것처럼 능란하게 전쟁협박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허씨는 또한 “아시아담당보좌관을 지낸 빅터 차도 그런 낌새를 눈치 챈 모양이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김정일은 과거 어느 한국 대통령보다도 비즈니스맨 출신인 MB를 만나고 싶어 한다’”고 말하여 마치 김정일이 비즈니스에 관심이 있는 것처럼 포장했다. 그러나 김정일이 경제에 관심이 있다는 징후는 어디에도 없다. 그는 오로지 달러에만 관심이 있다. 그래서 마약도 팔고 위폐도 만들었으며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관광도 재개하자고 조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개방하면 북한의 평균소득을 3천 달러 까지 높혀 주겠다고 하지만 응답이 없다. 무슨 김정일이 비즈니스에 관심이 있단 말인가?

허씨의 글의 절정은 “화통한 성격의 김정일과 원칙·실용으로 무장한 MB. 두 사람의 만남이 궁금하지 않은가”란 말로 나타난다. 김정일을 식견있는 지도자라고 한 김대중과 통큰 지도자라고 한 노무현의 숫법이 생각나는 화법이다. 김정일이 화통하여 북한동포를 굶겨 죽였으며 핵실험을 강행하여 국제연합의 제재를 받았는가? 국제사회가 김정일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제대를 가하고 있는데 무슨 화통한 성격이란 말을 할 수 있는가? 뜬 구름 잡는 식의 허접한 말장난에 불과하다. 이런 허접한 논설이 왜 필요한가? 허씨의 목적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런 허접한 글로 감히 대통령을 들쥐 몰듯이 자신이 설정한 방향으로 몰려고 하는 이 사람은 도대체 누구인가?

[중앙시평] 박정희-김정일-이명박

박정희 업적 높게 평가한 김정일

박근혜 만나 “묘소 참배하고 싶다”

CEO 출신 MB 만나길 원해

회담 성사되면 실질적 성과물 기대

북한 김정일은 박정희 대통령을 존경한다. 2000년 6·15 정상회담 때 그는 김대중 대통령에게 박 대통령의 경제 발전 업적을 높이 평가하며 통치 스타일에도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그 2년 뒤엔 박 대통령의 큰딸 박근혜 의원을 직접 평양으로 초청하고 더욱 극진한 어조로 아버지를 치켜세웠다.“김 위원장은 제 부친이 나라를 발전시킨 것에 대해 굉장히 평가하는 얘기를 했어요.” 박 의원의 설명이다. 최근 정부의 한 소식통은 당시 김정일이 서울에 올 경우 박 대통령 묘소를 꼭 참배하고 싶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당시도 박 의원은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였다. 이 때문에 그의 방북을 두고 남쪽 대선에 모종의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북측의 고도의 정치 쇼라는 등 해석이 분분했다. 그러나 남북 간 경제 격차를 실감하고 있는 김정일의 입장이고 보면 남북 간 경제력을 역전시킨 신화의 주인공에 대해 관심이 없을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개발 독재로 산업화에 성공한 박정희식 마법을 배워 북한의 헐벗음을 탈피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을지도 모른다. 최근 들어 북한이 잇따른 유화적 몸짓을 보이고 있지만 이명박(MB) 대통령은 바위처럼 움쩍 않고 있다. 일부에선 그 이유를 MB가 매파들에게 포위돼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대북 관계에서 원칙을 강조하고, 이벤트성 정상회담은 의미가 없다고 선을 그어온 지금까지의 MB 대북정책은 나름대로 평가받을 만하다. 한반도 비핵화야말로 촌보(寸步)도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인 점도 맞다. 합의했다 파기하고 뒤로는 핵무기나 만지작거리는 도돌이표 회담은 무의미하다는 설명도 설득력이 있다. 그런 단호함에 보수층은 큰 박수를 보낸다.그러나 남북 문제를 지금 같은 교착상태로 마냥 방치할 순 없다. 일부에선 북한 내부가 큰 어려움과 혼란상태에 빠져 곧 큰 사태로 이어질 것이라고 점치며 그때까지 대북 강경태도를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한이 극심한 식량난과 화폐개혁 등으로 어려움이 크다는 사실은 맞다. 그렇다고 북한 정권이 곧 붕괴될 것이란 예측은 북한 내부 사정을 한참 모르고 하는 소리다. 몇십만 명이 아사(餓死)할 정도로 지금보다 더 혹독하던 1990년대의 ‘고난의 행군’ 시절도 버텨낸 북한이다. 혹 북한이 당장 붕괴한다면 남북 간 국민총소득 차이가 38대1인 상황을 감안할 때 남한엔 끔찍한 재앙이다.북한 붕괴 시나리오에 대한 만반의 대비책을 강구하더라도 한편으론 남북 관계를 새롭게 펼쳐나갈 활로를 개척해야 마땅하다. 그래야 미래를 책임지는 지도자다. 원칙만 강조하며 손 놓고 있는 건 민족사적 관점에서 볼 때 퇴보요 직무유기다. 어쩌면 북한이 궁지에 몰려 있는 지금이야말로 남북 문제에 새 활로를 모색할 수 있는 적기(適期)일 수 있다. 특히 김정일의 건강을 고려하면 그가 건재할 때 남북 관계에 일정한 진전을 이뤄야 할 필요성도 있다. 북한 내부에서 신(神)이나 다름없는 김정일이야말로 극복해야 할 대상이지만 또한 가장 실효적 협상 상대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후계 다툼이 치열할 경우 협상 파트너를 찾지 못해 대화 복원까지 5~10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김 이후 전쟁 같은 최악의 상태를 미리 막기 위해서도 북한을 관리할 수 있는 끈을 확보해야 한다. 남북 간 큰 틀의 로드맵이 필요한 이유다.남북 정상회담을 거론할 수 있는 지렛대는 무엇보다 MB에 대한 보수층의 믿음에 있다. 사실 지난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이 대화 개시라는 역사적 의의에도 불구하고 뒷심을 받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보수층의 반발이었다. 퍼주기 논란에다 이용만 당했다는 등 매운 비판이 쏟아지며 남은 것은 남남 갈등뿐이었다. MB는 최소한 ‘이용만 당하는’ 회담은 하지 않을 것이란 묵시적 믿음을 심어줬다. 이제 그 원동력을 바탕으로 실적을 만들 때다. 핵 포기를 설득하기 위해서도 회담은 유효한 수단이다.MB는 또한 김정일이 배우고 싶어 하는 박정희의 산업화 과정에서 가장 두드러진 현장 주역이었다. 한 수 배우고 싶은 상대가 틀림없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동아시아담당보좌관을 지낸 빅터 차도 그런 낌새를 눈치 챈 모양이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김정일은 과거 어느 한국 대통령보다도 비즈니스맨 출신인 MB를 만나고 싶어 한다”고 진단했다.화통한 성격의 김정일과 원칙·실용으로 무장한 MB. 두 사람의 만남이 궁금하지 않은가. 예전과 다른 뭔가 실질적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고 기대된다. 연말 서울에서 열릴 G20 정상회의에서 한국과 MB의 위상을 한결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도 남북 간 관계개선은 훌륭한 밑반찬이 될 수 있을 것이다.대한민국의 과제가 어디 세종시 문제뿐인가.

[출처: http://news.joins.com/article/638/3968638.html?ctg=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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