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일로영일(一勞永逸)”이란 용어를 사용하였다. '한마음으로 함께 노력하면 영원히 번영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해설을 들어보기 전에는 이 네글자단어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기 어렵다. 아마 한문학에 조예가 깊은 사람도 별로 친숙하지 않은 용어라고 생각된다. 나도 이만하면 사회에서 지식인에 속한다. 그러나 나도 이 말을 모르겠다. 왜 이런 말을 굳이 써야 하는지 알 수 없다.
한자를 같이 쓰자고 주장하는 한자혼용론자들도 아마 이 사자성어(四字成語)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지 않다. 한자를 사용하면 바로 이런 문제가 생긴다. 굳이 한자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억지로 한자용어를 만들고 사용하게 된다. 이것은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한 공문서나 연설문 또는 신문과 같은 대중매체에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알아듣지 못하는 국민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가? 어쩌면 어려운 한자를 쓸수록 유식한 것처럼 보인다는 착각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옛날 선비들은 자신들이 선택된 소수의 사람이고 따라서 가능하면 일반사람들이 모르는 글을 쓰기를 좋아했다.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한문을 쓰는 것 자체가 일단 뻐기는 일이 되었다. 우쭐할 때 지식이 뛰어나 우쭐대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읽을 수 없는 글자를 사용하면서 우쭐대었던 것이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그런데 이런 전통이 아직도 남아 있어서 사람들이 굳이 어려운 한자식 용어를 사용하려고 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이 "일로영일“이라는 용어도 바로 그런 성향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을 이야기 했다. 소통은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해야 원활하게 소통된다. 이와 같이 상당한 공부를 한 사람도 알 수 없는 용어를 사용하면 소통이 되지 않는다. 개인 일기장에는 이보다 더 어려운 한자어나 한문을 써도 상관없다. 그러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연설이나 글에서 이런 어려운 글을 쓰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바람직하지 않다. 왜 ‘한 마음으로 함께 노력하면 영원히 번영할 수 있다’라고 말하지 않는가? 지나치게 현학적이라고 해야 할까? 그러나 어떤 지식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말을 단지 어려운 한자어로 썼다고 하여 현학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괜한 쓸 데 없는 짓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의사소통은 잡음(noise)이 적어야 잘 된다. 사람들이 알아볼 수 없는 글자를 쓰거나 단어를 쓰면 그것은 잡음이 될 뿐이다. 의사소통은 누구나 다 잘 아는 말로 해야 잘 된다. 그래서 우리 말과 글을 잘 다듬을 필요가 있다. 우리말과 글을 다듬는 방향은 한자를 가능한 한 쓰지 않는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아무리 한자혼용론자들이 한자는 이미 우리 글자라고 우겨도 역시 한자는 우리말과 맞지 않는다. 그래서 세종대왕이 새로 한글을 만들지 않았는가? 쓸 데 없이 한자를 쓰는 버릇은 버리는 것이 좋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