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에 의하면 내년 1월 8일에는 북한에서 김정일의 3남 김정은에 대한 대대적 행사가 개최될 것이라고 한다. 또한 NK지식인연대의 보도에 의하면 지난 12월 24일을 맞으며 진행한 “충성의 노래모임”에서 후계자 김정은을 칭송하는 노래 “발걸음”이 무대에 오르고 후계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또다시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이번 화폐교환에서도 김정은의 이름으로 500원씩 나누어 주기도 했다. 사실 북한에서 김정은에게 권력을 승계시키기 위한 작업은 벌써 오랜 기간 진행중이다.
그런데 북한의 권력세습작업을 보면서 중국 청조(淸朝) 말인 1908년에 당시 3살이던 부의(溥儀)를 황제로 앉힌 것을 생각하게 한다. 당시 열강의 중국 침략이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었고 한족(漢族)의 독립 기운도 강하게 표출되던 시기여서 청나라의 운명은 그야말로 바람 앞의 등불과 같이 위태로웠다. 그런데 그런 위기를 극복해야 할 황제를 3살짜리 아기로 앉히는 것은 어떻게 보아도 현명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절대권력을 세습하는 왕정(王政)의 한계이고 보면 아무리 나라의 운명이 위급하다고 하여도 달리 황제를 선택할 방법은 없었다. 물론 3살짜리가 아닌 다른 황실의 가족 중에서 황제를 선택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왕가(王家)의 사정에 의해 그가 선택된 것은 막을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결국 청 왕조는 1911년의 신해혁명(辛亥革命)을 거쳐 1912년에 막을 내리게 된다.
북한의 권력세습도 이와 비슷하다. 북한의 김일성-김정일 족벌체제는 현재 북한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를 극복할 능력을 가진 새로운 지도자를 선택할 가능성을 아예 차단하고 있다. 오직 김씨 혈통에서 김정일의 권력을 승계할 사람을 찾아야 하니 단지 김정일 가문이 할 수 있는 일은 김정은이 보통사람보다 뛰어난 지도력을 갖추고 있기를 희망하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 사람의 능력은 특정 성씨(姓氏)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아닌만큼 권력을 세습할 경우 그가 뛰어난 리더쉽을 갖추고 있기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결국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성공할 수 있는 리더쉽을 권력세습에서는 기대하기 힘들다.
경쟁체제의 장점은 경쟁을 통해 사회 어느 구석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뛰어난 자질을 발굴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분명 특정 위치에 있는 사람이 성공할 것 같은데 실제로 경쟁을 붙여 보면 승자가 의외의 인물이 될 수 있다. 이것이 경쟁의 장점이다. 사회구석구석에 숨어있는 실력자를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경쟁체제는 개인의 성공을 통해 사회가 발전하는 체제다. 다시 말해 자유경쟁은 개인을 성공을 사회발전과 연결시키는 제도적 장치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민속씨름이 실업팀에서 프로팀으로 개편되었을 때 이만기라는 특출한 씨름 선수가 나타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공정한 자유경쟁 제도 덕이었다. 또한 프로바둑계에서 이창호라는 걸출한 인재를 발굴할 수 있었던 것도 바둑의 자유경쟁체제 덕이었다.
정치적 리더쉽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경쟁체제는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될지 사전에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오직 선거를 거쳐야만 승자가 판가름 난다. 그런데 그 결과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것일 수 있다. 바로 이러한 경쟁을 통해 국가의 지도자를 선출하는 제도는 그 시대가 요구하는 능력을 갖춘 지도자를 발굴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선거를 치르면서 사회는 발전하게 된다.
아직까지 세습왕조체제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이미 왕은 군림하되 통치는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확립해놓고 있다. 영국의 경우 국왕은 상징적으로 존재할 뿐 현실 정치는 선거를 통한 내각이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 시대상황의 변화에 따라 정권 담당자는 늘 바뀌게 되어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이런 합리적 제도를 갖추지 못한 나라는 발전하지 못했다.
북한의 김정일이 자식에게 권력을 물려주기 위해 권력세습작업을 하는 것을 보면 북한의 체제는 절대로 치열한 국제사회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단지 김씨 일가의 문제라면 김씨 일가가 망하든 흥하든 우리의 관심이 아니다. 그런데 북한에서 김씨 일가의 흥망은 곧 북한의 김씨일가의 군사독재정권의 흥망과 직결되는만큼 북한의 붕괴는 멀지 않았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세습체제로 경쟁체제를 이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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