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 말, 고종 시절, 국가의 운명이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롭던 시절, 조정(朝廷)은 무능하였고 대신(大臣)들은 문약하였다. 나라의 운명이 위태로움에도, 그리고 대비할 시간도 있었음에도 문약한 왕이나 대신들은 우왕좌왕하다가 국력을 기를 기회를 놓치고 나라를 결국 빼앗겼다. 지금 우리나라를 보면 그 때와 다름이 없는 것 같다.

적어도 일본이 무력을 과시하던 1875년부터라도 개혁을 하였다면 1910년에 한일합방이라는 수치는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에 그 때부터라도 부국강병 정책을 일사불란하게 추진하였더라면 1895년 청일전쟁이나 1905년 러일전쟁이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허약한 조선을 누구나 삼킬 수 있다고 믿고 청국, 러시아, 일본이 서로 한반도에서 전쟁을 치르면서 자신들의 세력을 과시하였었다.

고종은 궁궐수비조차 할 수 없는 허약한 수비대를 가지고 있어 항상 목숨에 대한 위협을 느끼며 살았어야 했고 급기야 몇 명 되지 않는 일본인들에게 왕비가 살해당하는 극도의 수치를 감내하였어야 했다. 도대체 궁궐수비대조차 제대로 유지할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나라를 지키기를 바랄 수 있었으리오.

개혁을 추진한 개화파 인사들도 성급하고 무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대부분은 청국의 보호를 원했고 그래서 일본이 조선이 독립국임을 선포하였고 청국이 인정하였어도 독립국으로 행세할 줄을 몰랐다. 일부는 러시아에 붙어 조정을 지킬수 있을 것으로 착각하였고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에 몸을 숨기는 일조차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을 등에 업고 개혁을 수행할 수 있다고 믿은 몇 명의 개화파는 무능한 대신 몇 명을 죽이고 쿠데타를 감행하였지만 3일천하로 끝났다. 모두들 성급하고 국제관계의 냉혹함을 몰라 환상에 젖어 개혁의 시기를 놓치고 부국강병의 정책을 실시할 기회도 잡지 못한 채 세월만 낭비하여 결국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지금 한국의 사정도 별로 이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국가의 운명이 위태로움에도 그것에는 대비하지 않고 국론이 극심하게 분열되어있다. 학자들은 알량한 지식을 내세워 미세한 부분적 개혁이 마치 국가를 위대하게 만들기라도 할 듯이 과장하고 있다. 대통령은 국가의 운명을 결정할 전선이 휴전선에 형성되어 있음에도 그것은 무시하고 국내에 여러 곳에 전선을 새롭게 펼치고 있다.

4대강 개발을 하지 않으면 국가가 망할 것 같이 그 재원조달에 국력을 낭비하고 있다. 군은 재원이 부족해 군 현대화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지만 그것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마치 4대강 개발은 이 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추진하고 있다. 그 돈이면 군현대화가 앞당겨질 것이다.

국방과 같이 중요한 일을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는 서해에서 북한 함정을 격퇴시킨 것에 도취되어 북한군의 위험을 무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북한은 서해에 마음대로 포격을 가하겠다고 선언하고 핵무기로 미국과 협상하여 미군철수를 실현하여 공산화 통일을 하겠다고 사생결단으로 나오는데 우리는 동맹국 미국조차 배려하지 않는 무신경으로 일관하여 국가안보가 위태롭게 되어도 다들 천하태평인 것 같다.

그럼에도 조국을 배신하고 북한의 김정일에게 충성한 무리들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국가의 중요한 일들에 참여시키는 무신경이냐 말로 조선조말의 무능한 왕이나 조정을 보는 것 같아 숨이 막힐 지경이다. 반역이 일상화 되어도 그것을 정비할 배짱은 없으면서도 세종시 문제로 국정이 마비되고 4대강 개발 자금 조달 문제로 국가가 혼란상태에 빠졌다.

예나 지금이나 부국강병을 실현하지 못하면 국가의 운명은 위태롭다. 안보를 무시하는 정권은 반역정권이나 다름이 없다.

군대의 효율성을 가장 크게 강조한 사람은 아마 미국의 맥나마라 국방장관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효율성에 바탕을 둔 국방정책은 월남전에서 미군이 승리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국방은 효율성이 목표가 아니다. 국방이 목적은 적보다 압도적으로 우세한 전력을 확보하는 것이며 전쟁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는 것이다. 미세한 효율에 집착하다가 군의 전투력을 상실한다면 그런 군대는 장난감 군대에 불과하다.

미군이 맥나마라의 효율성 관리에서 벗어나 다시 위력을 되찾은 것은 역시 레이건 행정부를 통한 강력한 국방정책 덕분이었다. 그 결과 걸프전쟁에서 미군이 일방적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 그 자신감이 2003년의 이라크 침공에서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지금 한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문약에 빠져 국방을 소홀히 하고 반역자들이 국가적 정책을 난도질 하여도 그 미세한 부분적 효율성에 매료되어 또는 그들의 위선과 거짓에 속아 중요한 국방을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아무리 4대강을 정비하여도 나라를 잃고 나면 무슨 소용인가? 문약한 학자들이 국방을 논할 자격이 있는지 자문해보아야 할 것이다. 자고로 우리나라는 문약한 선비들 때문에 망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선비들이 나라를 세우고 지킬 수 있었다면 왜 중국이 몽고에게 망하고 만주족에게 망했겠는가? 이명박 대통령은 무능한 고종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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