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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없는 통일, `재앙' 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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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의 남북관계는 호재와 악재가 뒤엉켜 1년 내내 표류하는 양상을 보였다고 봐야 한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 대청해전 등이 대표적인 악재였다면,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시 특사조문단의 서울 방문이나 현정은 회장의 방북 및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 이산가족 상봉 재개 등은 일시적이나마 희망과 기대감을 높인 사건들이었다.
끝까지 경색 국면을 벗어나지 못한 남북관계와는 대조적으로 북미 관계는 하반기 들어 최악의 고착 상태를 벗어나 드라마틱한 반전을 연출했다. 여기자 억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의 방북과 보즈워스 특사의 방북이 기폭제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다.
한반도 주변 정세의 특성상 북미 관계의 해빙이 남북관계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개연성은 항상 열려 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당장의 남북관계가 다소 어렵다 하더라도 조급해 하지 말고, 냉철한 판단과 긴 안목으로 관계개선을 도모하면서 차분히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 北후계 불안정…급변사태 `잠복'
작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에 이어 올해는 김 위원장의 3남 김정은이 약관을 갓 넘긴 나이에 북한의 3세대 지도자로 `지명'됐다는 사실이 확인됨으로써 과거 어느 때보다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한 우려가 많이 제기됐다.
김 위원장이 작년 8월 뇌혈관계 질환으로 쓰러지자 북한은 올해 들어서자마자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에 착수했다.
그러나 미래에 김정은이 후계자로 공식 등극한다 해도 북한 체제가 조기에 안정화될 것으로 보는 관측은 많지 않다. 그의 역량과 성장과정, 북한의 권력구도, 제반 사회.경제 여건 등을 고려할 때 그를 중심으로 하는 북한체제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경우 김일성 주석의 엄청난 `후광'에도 불구하고 노동당 말단 부원으로서 밑바닥부터 지지기반을 다져 현재의 `1인 통치자' 지위에 올랐다.
하지만 1982년생으로 알려진 김정은은 공직 경험이 전무한데다 사회와 격리된 상태에서 성장해 지도자로서의 리더십에도 의문이 제기될 정도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불시에 사망할 경우 김정은의 권력 기반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지배 엘리트 간의 권력투쟁이 돌발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일례로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급변사태 시나리오는 김정은이나 후견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김 위원장 수준의 권력을 구축하지 못한 상태에서 야심을 가진 군부 내 인물이 정변을 일으키는 것이다.
◇ 남북관계 유지와 급변사태 대비 `양 날개'
그러나 급변사태 대비의 필요성을 너무 부각시켜 북한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북한은 남한이 미국과 함께 북한의 정권교체 등 사태를 가정한 `작전계획 5029'를 완성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노동신문을 통해 "흡수통일 망상에 사로잡혀 급변사태니 하며 우리 체제까지 넘겨다보는 기도를 드러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런가 하면 북한의 급변사태 가능성과 관련, 김정일 위원장이 이끄는 북한과 당장 대화할 필요가 없다는 이른바 `단기 대북정책 무용론'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을 계기로 급변사태론이 급속히 퍼지면서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이 일시적으로 `소극적 무대응'의 늪에 빠졌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 시선이 `포스트 김정일'에 쏠려 있는 동안 김 위원장은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을 만나 건재를 과시했고, 우리는 다시 북미 담판으로 급변할 가능성이 상존하는 주변 정세에 대응 방법과 수위를 놓고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는 것이다.
동국대 북한학과의 김용현 교수는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가 불거진 후 남북관계를 정상적으로 진행시키지 않고 북한이 실질적으로 급변사태로 흘러가기를 기대하는 듯한 분위기도 감지됐다"면서 "무엇보다 남북관계에서는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탈북자 2만명 시대…통일 준비는?
곧 `2만명 시대'가 도래한다는 탈북자 문제는 미래 한반도 통일의 시험대 성격을 띠고 있다.
고작 2만명을 제대로 포용하지 못한다면 통일 후 2천400만명의 북한 주민과 `화학적 통합'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서 11월말까지 들어온 탈북자는 2천656명으로 월평균 240명선을 상회한다. 국내의 탈북자수는 1998년까지만 해도 총 947명에 그쳤지만 2002년 1천명을 넘어서면서 급증세로 돌아서 불과 4년만인 2006년에 2천명을 돌파했고, 현재는 1만7천713명으로 집계돼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내년 안에 탈북자 2만명 시대가 오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탈북자들의 국내 정착 실태를 보면 과연 우리가 통일 후 북한 주민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 것인지 의문을 품게 한다.
한 탈북자지원 단체는 최근 국내 탈북자의 58.4%가 자신을 여전히 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남한 사람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은 6.3%에 불과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남한을 택하지 않고 미국, 영국 등 제3국에 정착하는 탈북자들이 빠르게 느는 것도 남한이 이들에게 따뜻한 `새터'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전문가들은 탈북자들이 남한에서 `2등 시민'으로 전락하지 않고 잘 정착하기 위해서는 금전적 지원에 그치지 말고 `생존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탈북자들이 받는 3개월 간의 `하나원 교육'만 갖고는 다양한 계층과 연령의 그들에게 국내 정착을 준비시킬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라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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