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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철수론과 美國의 고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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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것이 있어야 오는 것이 있다(What goes around comes ar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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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두 가지 난제를 떠맡은 미국이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이다.
2003년 이후 올해 말까지 약 7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이라크 현지에서 사망한 미군은 총 4,369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탈레반 세력이 적지 않은 지역을 점령하는 등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미국이 이처럼 난관에 봉착한 이유는 현대 전쟁의 양상이 장기화(化) 및 전사자 규모에 상관없이 전면전으로 승부를 짓고 패전국을 식민지로 삼아 무자비한 방식으로 저항세력의 싹을 잘라버리던 과거와는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패전국을 마음대로 요리할 수 없기에 전쟁이 장기화되고 저항세력이 활개치며, 이것이 곧 국가 경제 악화와 무자비한 테러로 직결되어 범국민적 반전(反戰) 감정을 촉진하고 전사자를 증가시키는 오늘 날의 환경이 미국을 곤경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둘러 저항세력을 원천 제거하고 전쟁을 종결지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현지에 병력을 증원해야 하지만 자타가 공인하는 국제사회의 맹주로서 전 세계 곳곳에 군사력을 분산시키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전체 미군 병력 130만 중 현재 이라크에 배치된 병력이 15만, 아프가니스탄에 배치된 병력이 3만으로서 양 국에 주둔하고 있는 병력만 해도 20만에 이른다.
나머지 100만여 병력 중에서 유럽과 극동아시아 등지의 해외주둔 미군과 주(州)방위군, 멕시코산(産) 마약의 유입 차단 등 기타 분쟁지역에 파견된 병력을 제외하면 사실상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증원할 병력은 없는 실정인 것이다.
비록 올해에는 35년 만에 처음으로 목표치의 103%를 달성했지만 지난 기간 해마다 줄어들어 온 모병 응시자도 증원 병력 부재에 큰 몫을 했다.
때문에 미국은 2003년 9월 주방위군 1만 명에 동원령을, 5천 명에 동원대기령을 내리고 이후 실제로 2005년 하와이 내셔널 가드(주방위군 명칭) 2천여 명을, 올해 위스콘신주 내셔널 가드 등을 이라크로 파병하는 무리수를 뒀지만 이것도 한계가 있었다.
주방위군은 비록 병력에서는 미 육군 전체의 51%를 차지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생업에 종사하는 민간인들로 구성되어 있어 국민의 거부감이 적지 않은데다 현역에 비해 전투력이 뒤떨어질 수밖에 없어 저항세력을 원천 제거하는 작전에는 부적합했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의 거부감 최소화와 강한 전투력이라는 조건을 충족시킬 존재는 해외 각 국에 주둔 중인 미군 병력뿐이었다.
이를 예감한 부시 행정부는 이미 2000년 집권 직후 해외주둔미군재배치계획(GPR)에 근거해 해외주둔 미군을 전 세계 분쟁 지역에 신속 투입할 수 있도록 배치하는 전략적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 개념을 마련했으며, 반미(反美)로 일관하던 노무현 정권은 2006년 1월 주한미군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유연성에 전격 합의했다.
그리고 3년 뒤인 2009년 말, 월터샤프 주한미군 사령관은 처음으로 전략적유연성과 관련한 주한미군의 해외 차출 가능성을 언급했다.
샤프 사령관은 미국 현지시간으로 14일 워싱턴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주한미군이 미래에 보다 더 (타 분쟁) 지역에 개입하고 전 세계에 배치될 수 있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발언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일 미 육군사관학교에서 가진 대국민연설에서 내년 상반기 3만 병력 추가파병 등 신(新)아프가니스탄 전략을 발표한 직후 나온 것이어서 사실상 주한미군 병력을 빼내 아프가니스탄에 배치할 뜻을 나타낸 것이다.
전략적유연성에 따른 주한미군의 해외 차출은 북한의 2012년 통일강성대국 위협에 직면하고 있는 우리에게 있어서 크나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휴전 협정 이후 반세기 동안 북한이 가장 두려워한 존재가 바로 주한미군이었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에 따르면 장성택 국방위원회 위원은 “지금 남침하면 이길 수 있지만 그 이후(미군 파병) 때문에 전쟁을 일으키지 못한다”고 호언장담했다.
비록 샤프 사령관은 “주한미군의 가족들은 한국에 그대로 남아 있고 군인들도 임무가 끝나면 다시 한국에 돌아올 것”이라고 부연했지만 2012년 한미연합사 해체 이후에는 미군이 의무적으로 한국에 주둔해야 할 근거가 사라진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이 지금보다 악화될 경우 전략적유연성에 따라 주한미군은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10년간 형성해놓은 한미동맹의 파열 및 북한 독재정권의 후원자를 자처하며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국력을 고려하면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주한미군을 붙들어두기 위해서는 병력 부족이라는 미국의 고민을 우리가 해결해주는 수 밖에는 없다.
실제로 미국은 2003년 주방위군 동원령 발표 당시 “동맹국의 병력 파병이 없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았으며, 최근 샤프 사령관도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는 전 세계 다른 곳에 미군이 독자 배치되든 양국군이 함께 배치되든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사실상 한국의 파병을 강력히 희망했다.
국방부는 지난 11일 3백여 명으로 구성된 아프가니스탄 파병군의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주방위군에 이어 해외주둔 미군까지 전장에 투입하려는 미국의 절박함을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규모이다.
2만8천여에 이르는 주한미군을 빼내 전장에 투입하려는 미국에게 겨우 3백 병력을, 그것도 ‘안전함을 고려해 선정한’ 지역을 골라 제공한다는 것은 생색내기에 불과할 뿐이다. 지금 국내 보수진영에서 연대~사단급 부대 파병론이 대두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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