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안정과 시장경제 말살, 수령경제 회복을 목적으로 하는 북한 정권의 화폐개혁 단행은 지난달 30일 국내 언론보도에 의해 최초로 확인되었다.
 
신권은 5천원을 최고 단위로 하고 있으며, 2천, 1천, 5백, 2백, 1백, 50, 10, 1원과 50전, 10전, 5전, 1전 단위로 발행되었다. 교환비율은 100:1로서 교환한도는 17세 이상 성인 기준으로 1인당 10만원으로 제한되었다.
 
복수의 자유북한방송 통신원에 따르면 화폐교환은 당초 조선중앙3방송 등을 통해 통보한 일정보다 이틀 늦은 12월 2일 오후 2시부터 시작되었으며, 근로자 1인당 신권 기준 500원이 지급될 것이라는 통보도 하달되었다.
 
평양과 남포, 사리원과 해주에서는 2일 오후 2시부터 화폐교환이 진행되었으며, 강원도와 황해남도, 신의주, 혜산, 강계 및 기타 지방 도시들에서는 3일 오전 10시부터 진행되었다. 전국 중앙은행에서 실시된 화폐교환은 5일까지 실태점검을 끝낸 뒤 6일 일제히 마감되었다.
 
약 일주일간의 화폐개혁을 통해 구권을 대체하게 된 신권은 7일 자유북한방송에 의해 국내에 최초로 입수 공개되었다. 1백원 이상 고액권은 김일성 초상화 등 김일성 가계를 상징하는 도안, 50원 이하 소액권은 당 창건 기념탑 등 공산혁명을 상징하는 도안이 채택되었다.
 
화폐개혁과 함께 정권은 한도 초과 금액에 대해 ‘적금’ 형식으로 은행에 입금할 것을 주민들에게 강요했다. 북한 정권은 앞서 1차 북핵위기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던 92년 화폐개혁 당시에도 주민들의 적금을 유도한 뒤 되돌려주지 않는 방식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적금이라는 미명 아래 주민들의 재산을 강탈함과 동시에 2002년부터 제한적으로 진행되어온 시장경제를 말살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던 이번 화폐개혁은 심각한 부작용을 동반했다.
 
복수의 자유북한방송 통신원은 지난달 30일 “(3방송을 통한 화폐개혁 통보와 함께) 장마당 거래가 전면 중단되었다”며 “상인이나 주민 모두 정권의 만행에 거센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긴급 타전했다.
 
통신원에 따르면 함경북도에서는 이 날 오전 10시경 각 시군(市郡) 별로 기관장 및 초급비서가 주재하는 비상회의가 열려 혼란 대처법 등이 강연되었고, 정오부터는 보안원과 보위원들이 담당 지역에 파견되었으며, 인민반회의 등에서는 밤 10시 이후의 통행을 금지하는 방침이 공표되었다.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주민들 사이에서 채권자와 채무자 간의 폭행사건이 발생하는 등 도처에서 발생한 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이튿날인 12월 1일에는 중국 국영 신화통신이 북한 외무성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이 화폐개혁 실시를 평양 주재 각 국 대사관에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6일까지 화폐교환이 실시될 것이라며 구권을 소지한 외국인도 여권 및 환전 증서를 갖춰 은행을 방문해 신권으로 교환할 수 있다고 전했다.
 
같은 날 북한 정권은 주민들에 대한 약탈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복수의 자유북한방송 통신원에 따르면 당국은 “한도 초과 금액을 국가에 무상 제공하는 주민에 한해 돈의 출처와 관계없이 애국자로 평가한다”는 내용의 선전 포스터를 배포했다.
 
정권의 야욕 노출과 함께 주민들의 혼란도 극에 달했다. 
 
통신원은 주민들이 “애국자 우대 약속과는 달리 화폐개혁 이후 정권은 반드시 돈의 출처를 따져 적금에 응한 자들을 반동 취급할 것”이라는 반응과 함께 교환을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으며, 국내 주요 언론은 장마당과 상점 등이 모두 폐쇄된 가운데 장사로 연명하던 여성들이 통곡하다 쓰러지는 등 아비규환이 연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자유북한방송 통신원도 3일 새벽 신의주 5.1거리에 김일성의 초상이 새겨진 구권 5천원권이 갈기갈기 찢긴 채 버려지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보행자들이 이를 방치했다며 주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고 전했다.
 
민심의 이반과 무관하게 북한 정권은 한 층 ‘무자비한’ 조치를 강행할 뜻을 내비쳤다.
 
4일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조선중앙은행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정권이 시장경제를 일부 허용한 2002년 7.1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만연해진 외화 거래 등의 반(反)사회주의적 요소 근절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더 나아가 정권은 민심 이반에 따른 대량 탈북사태 발생 가능성 등에 대비해 국경경비도 한 층 강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7일 자유북한방송 함경북도 통신원은 “국경지역 각 군부대 등에 탈북자에 대한 발포를 허용하는 비상경계 태세가 발령되었다”고 긴급 타전했다.
 
화폐교환이 진행되던 와중인 3일, 화폐개혁에 앞서 김정일이 최고사령관 특별명령을 통해 인민보안성에서 예행연습을 실시했다는 정황도 입수되었다.
 
3일 자유북한방송 통신원은 북한 고위 간부로부터 입수한 정보를 인용해 김정일이 지난달 22일 인민보안성 시찰 당시 작전상황실을 방문해 국방위원회 간부들도 알지 못하는 특별명령을 하달한 뒤 내각 재정성과 보안성이 보유한 특수차량을 전역에 급파했다고 전했다.
 
차량에는 봉인된 지시문이 들어 있었으며 전역 구역보안서에 전달됨에 따라 작전은 13시간 만에 종료되었다. 통신원은 “특수차량과 지시문이 움직이는 경로 등 모든 상황을 지켜본 김정일은 대단한 만족을 표시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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