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화폐개혁 소식이 전해졌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북한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다. 말이 화폐개혁이지 사실상 김정일 깡패 집단에 의한 사유재산의 강탈이다.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는가.

우리의 상식으로 화폐개혁은 대부분 화폐의 명목가치의 조정을 의미한다. 때로는 화폐 단위, 예를 들어 원을 환으로 또는 환을 원으로 변경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나 대부분 액면가치의 절하, 즉 구 화폐 100단위를 신 화폐 10 또는 1의 비율로 교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북한의 화폐교환은 단순한 액면가치의 조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일정 금액 이상은 몰수하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북한의 화폐개혁이 마치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한국 화폐개혁과 비슷하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박정희 시대의 화폐개혁이 일정 금액 이상은 은행에 예치하도록 하였으나 국가가 예금을 강탈하지는 않았다. 당시 일정 금액 이상의 금액을 예금으로 예치하게 한 것은 산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성과가 미미하자 예금 동결 조치도 곧 해제하였다.

그러나 북한의 화폐개혁은, 예를 들어 10만원 이하는 100:1로 교환해 주지만 그 이상은 1,000:1로 교환해 주며, 그것도 30만원이 초과하면 교환해 주지도 않는다. 말하자면 김정일이 강탈하는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도 10만원 이상의 돈은 사실상 가치가 없다. 그래서 1992년의 화폐개혁 때도 두만강에 구 화폐가 무더기로 버려졌다고 하고 이번에도 신의주에서는 김일성 초상이 들어있는 고액권이 일부 태우진 채 길바닥에 버려지는 사건이 발생했다고도 한다.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는가.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는 국민이 안심하고 경제활동에 종사하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위조화폐를 단속하며 은행에 저축한 금액은 언제나 안전하게 되찾을 수 있도록 보장하며 언제 어디서나 화폐의 액면 가치대로 교환이 되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그래야 사람들이 안심하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고 수고하여 번 돈을 은행에 저축할 수 있으면 그리하여 저축액이 늘어나면 그것이 투자 자금으로 전환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개인도 노력의 대가를 보장받을 수 있고 사회도 발전이 보장된다.

그런데 반대로 국가가 개인의 저축을 강탈한다면 국가는 더 이상 공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위에 깡패처럼 군림하게 된다. 마치 마피아 집단이 보호세를 거두어 들이 듯 국가가 깡패 집단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공익을 보호해야 하는 정부가 이런 일을 하는 경우는 역사상 없다. 오직 김정일 깡패 집단만이 이런 날강도 짓을 하는 것이다.

김일성은 토지를 몰수했다. 한국의 친북좌파는 김일성의 토지개혁이 마치 무상몰수무상분배인양 거짓말을 하지만 북한에서는 오직 무상몰수만 있었지 분배는 없었다. 사유재산이 허용되지 않는데 무슨 분배가 있었단 말인가. 새빨간 거짓말이다. 김일성은 토지를 몰수했을 뿐이다.

이번 김정일의 화폐개혁은 주민의 화폐저축을 강탈하는 짓이다. 물론 일정 금액 이상 은행에 예치할 이유가 없으니 은행에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금액을 모두 정직하게 은행에 예치하는 사람을 드물 것이다. 은행에 거액을 예치하면 김정일의 의심을 받을 가능성이 크니 오히려 일정액 이상은 감추려고 할 것이다. 결국 일정 금액 이상은 하루아침에 허공으로 날아가는 셈이다.

북한의 이번 화폐교환을 두고 그 목적을 합리화하는 기사들도 많이 눈에 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화폐개혁을 단행하였다는 설도 있고 신흥부자들을 통제하기 위함이라는 설도 있다. 이런 주장은 그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개인의 사유재산을 몰수하거나 무효로 만드는 것이 마치 정당한 것처럼 여기는 듯한 뉘앙스가 풍긴다. 그러나 무슨 명목으로서든 개인의 사유재산을 강탈하거나 무가치한 것으로 만들 수는 없다. 더구나 공권력으로 그런 무지막지한 짓을 할 수는 없다.

결국 김정일은 배급제도가 붕괴되었음에도 시장경제를 통해 개인들이 화폐자산을 축적한 것, 특히 신흥 부자들이 군이나 간부들과 결탁하여 통제 범위 밖으로 벗어나는 것을 자신의 권력유지에 대한 위험 신호로 보고 이들을 치기 위해 화폐교환이라는 극약처방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어떤 목적이든 이런 행동을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다. 북한 동포도 이 부당함에 당연히 분노할 것이다. 어찌 북한동포가 감당해야 할 이러한 부당한 처지에 대해 우리가 분노하지 않을 수 있는가. 우리가 북한에 태어나지 않을 것을 안심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북한의 동포들의 고통을 우리도 아파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고통을 가하고 있는 독재자 김정일과 김정일을 중심으로 형성된 독재체제를 붕괴시켜 북한 동포를 해방시켜야 한다. 이것이 우리 자유세계 시민의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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