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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나의 겨레.. 상봉의 그 날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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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의 염원 깃든 탈북자 부부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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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건 도강(渡江)과 대륙에서의 힘겹고 머나먼 여정을 거쳐 서울에 정착한 탈북자들을 만나보면 그들이 한 결 같이 하는 말이 있다.
“아마도 통일은 남한 사람들보다 북한 사람들이 더 열렬히 갈망하고 있을 겁니다”
기자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눈시울이 붉어지곤 한다.
그들이 말하는 통일은 독재에 ‘맛’을 들인 북한정권이 눈알이 충혈되어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그런 성질의 통일이 아니었다.
자유, 자유, 그리고 자유.
그것은 그 어떤 대단한 신념과 이념에 의거한 정치적 통일이 아닌, 바로 자유라는 숭고한 이상으로 수놓아진 한반도에서의 감격스러운 민족의 재회였다.
‘상봉의 그 날 기원합니다’
최근 대북 라디오방송국인 자유북한방송(대표 김성민) 앞으로 날아든 편지 한 장의 내용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겉모습은 낡고 평범한 종이 위에 자필로 쓴 흔하디흔한 편지였지만, 그 내용은 천금과도 바꿀 수 없는 눈물과 가슴 아련한 감동을 담고 있었다.
편지의 발신지는 중국.
편지를 작성한 사람은 현재 10년이 넘는 중국 체류 중 지난달 라디오로 자유북한방송을 처음 접했다는 한 탈북자 부부 조OO씨(男)와 성OO(女)씨였다.
97년 남한 망명이라는 용단을 내린 황장엽 前 노동당 비서에게 그들의 심정을 전하는 형식으로 쓰인 이 편지는 독재의 탄압 아래 신음하는 북녘 동포들과 이역만리 타향을 정처 없이 떠돌아야만 하는 탈북자들의 자유를 향한 갈망의 크기를 가늠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우리와 같이 타향에서 인권과 자유가 없이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큰 신심과 용기, 희망, 기쁨을 가져다주시니 정말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립니다”
소박한 필체로 쓰인 편지는 절반으로 허리가 잘려 있는 이역만리 머나먼 조국의 남녘에서 북한의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매진하는 동포들에 대한 진심어린 감사의 뜻으로 시작했다.
“우리 서로 얼굴도 모르는 생면초면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하나의 민족, 하나의 겨레, 하나의 동포로써 마음과 목소리는 일심동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이 평범한 가정부는 안타까운 사연을 하소연 할 길이 없어 동포의 애정을 그리며 또 그리며 이역땅, 중국땅에서한국 하늘을 하염없이 그려보며 바라보며 이렇게 순서없는 글을 올립니다”
부부는 99년 무렵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탈북한 뒤 딸 OO을 낳았다고 했다.
“우리의 세 운명, 세 령(영)혼을 구원하고 주시옵소서..!” 그리고 부부는 중국에서 처음으로 김일성 이외의 신(神)을 접했고, ‘지상낙원’이라던 공화국의 선전과 전혀 다른 진실과 맞닥뜨렸다.
‘아! 현해탄에 흘린 피눈물 그 얼마이더냐. 타향살이 10년! 죽자니 청춘이요, 살자니 눈물이요!’ 그러나 편지에 쓴 표현대로 쫓기는 처지인 그들의 삶은 여느 탈북자들과 마찬가지로 순탄치 않았다.
“우리가 어찌하여, 무엇 때문에, 왜서 여기서 이렇게 수모와 멸시, 갖은 천대를 다 받아가며 짐승보다 못한 인생을 살아야합니까? 인권과 자유가 없으니 발언권이 없고, 몰래 뒤돌아 앉아 자기의 신세를 한탄하고 혼자서 피눈물을 흘려야만 하니 너무나 억울하고 비참합니다. 우리가 무엇이 모자라서 길가의 조약돌보다 못하게 버림받고 짓밟혀야 하며 진정한 보금자리가 없이 부리가 사나운 새처럼 이렇게 마음의 깃을 내릴 곳을 못 찾고 사처로 방황을 해야만 합니까”
담배공장과 벌목장, 오물 처리장, 미장, 쌀 배달, 석탄 등.. 더럽다 깨끗하다 가릴 틈도 없이 안 해 본 일이 없지만 언어가 통하지 않기에 돈 한 푼 받지 못하고 쫓겨난 부부의 심정은 그 어떤 표현으로도 이루 형용할 수 없는 듯 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 공안의 존재도 공포로 다가왔다.
“길 가에서 동네 가까운 곳에서 혹시 공안 차의 빽빽 소리를 들을 때마다 우리 잡으러 오지 않는지하여 심장이 쿵쿵 떡방아를 찧고 당장이라도 심장이 멎을 것만 같습니다. 이렇게 마음을 조이며 살아야만 하는 신세....”
중국에서 낳은 딸 OO이의 미래도 부부의 가슴을 무겁게 만들고 있었다. 호구(신분증)가 없는 OO이를 부부는 집에 불이 나 타버리는 바람에 잃어버렸다고 둘러대 겨우 한족(漢族) 학교에 입학시킬 수 있었다.
“제 문화를 배우지 못하고 한족 문화를 배워야 하는 민족의 슬픔, 사회 앞에 떳떳하지 못하고 신분을 감추어야 하고 거짓말을 해야 하는 설음(움). 우리의 이 안타까운 사연 무엇으로 다 형언할 수가 있겠습니까? OO이가 우리가 호구가 없는 줄 알고 ‘어머니! 다른 애들은 다 호구가 있는데 왜 나는 우리만은 호구가 없습니까?’ 이렇게 물을 때마다 가슴이 미여지고 찢어지기만 합니다.
점점 날이 가고 달이 가고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이것 때문에 고민의 고민, 번민의 번민이 쌓여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자식이 영원히 부모를 원망해하고 실망해 할 생각을 하니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여기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편법을 동원해) 한족으로 올릴 수가 있는데 그러면 성도 다 바꿔야 한답니다. 이 도리를, 이 리(이)치를 따져놓고 보면 배추를 무우로, 무우를 배추로 완전히 종자를 바꿔야 한다는 뜻인데 우리가 그렇게 할순 없습니다”
부부는 국적 없는 탈북자 신세에 낳은 자식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차라리 그 때 OO를 낳지 말았으면 하는 심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고통은 통일에 대한 갈망을 더욱 높일 뿐이었다. 부부는 그들의 고통이 어디에서부터 잉태되었는지 알고 있었다.
“하나인 조선민족(한민족)이 왜 둘로 갈라져서 민족의 아픔, 분단의 아픔을 겪어야 하며 망국의 슬픔과 설음을 겪어야 합니까? 한국은 왜 부흥하고 흥성하는데 조선은 백성들이 굶주림에 헤매고 점점 망해만 갑니까? 모든 것이 나라 수령, 령(영)도자, 통치자를 잘못 만나 애매한 우리 백성들이 이런 고통을 겪는 것입니다. 한국은 하나님을 믿는 국가로써 하나님의 축복을 받고 북조선은 무신론의 국가로써 하나님의 저주를 받아 점점 쇠퇴몰락해 가는 것입니다. 의식주-그 작은 배를 채우지 못해 백성들이 뿔불히 헤쳐져서 이렇게 살길 찾아 국경을 넘지 않으면 안 되었던 신세...
언제면, 그 언제면 우리 서로 허심탄회하게 마주 앉아 이야기 해보게 되겠는지, 그 날이 과연 언제일지...”
부부는 그렇게 통일을 염원하고 있었다.
-편지 中 한 민족, 한 겨레의 부르짖는 애타는 목소리-
백두에서 한나(라)로 우린 하나의 겨레
헤여져서 얼마냐 불러 또한 몇해였던가
잘 있으라 다시 만나요 잘 가시라 다시 만나요
목메여 소리칩니다. 안녕히 다시 만나요
부모 형제 애타게 서로 찾고 부르며
통일아 오너라 불러 또한 얼마였더냐
잘 있으라 다시 만나요 잘 가시라 다시 만나요
목메여 소리 칩니다. 안녕히 다시 만나요
상봉의 그 날 기원합니다.
탈북자 조OO, 성OO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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