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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딸을 찾아 헤맨 모정(母情)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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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숨 쉬고 있지만 자식의 생사조차 모르는 엄마라는 생각에.." 자필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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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굶주림으로 목숨을 잃던 아비규환의 90년대, 차마 굶어죽는 모습을 볼 수 없기에 중국으로 딸을 떠나보낸 후 뒤따라 강을 건넜으나 10년이 지나도록 아직 소식조차 알 수 없는 한 어머니의 애달픈 사연이 편지를 통해 전해졌다.
사연의 주인공은 올해 환갑을 넘긴 김OO씨. 김 씨의 자필에 의해 작성되어 최근 자유북한방송(대표 김성민) 앞으로 전해진 편지의 발신지는 중국이었다.
90년대 중후반,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에는 모든 것이 비참했다.
소련의 붕괴에 이어진 김일성의 사망과 함께 배급이 끊기고 곧이어 불어 닥친 굶주림의 시련은 모질디 모질었다. 아무 문제없다는 ‘위대한 장군님’에 대한 철석같은 믿음의 대가는 사랑하는 가족의 싸늘한 주검이었다.
도시와 농촌할 것 없이 매 거리에는 풍요로운 곡식과 사랑스러운 미소가 아닌 황량한 대지와 일그러진 고통만이 존재했다.
가족을 잃고 살아남은 자들은 인간으로서의 품위는 이미 오래 전 잊은 채 산으로 들로 떠돌며 닥치는 대로 먹고 또 먹으며 풀줄기같은 목숨을 연명했으며, 그나마 이것도 없어지자 급기야 타인의 소유를 빼앗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김 씨의 가족도 당시 그 혹독한 폭풍의 한 가운데에 갇혀 있었다.
본시 김 씨의 가족은 넉넉하지는 않으나마 더 이상 필요한 것도 필요할 것도 없는, 사회주의 체제 기준에서는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았다.
6.25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에 함경북도 OO시에서 여러 명의 남매 중 하나로 태어난 김 씨는 학교를 졸업하고 공장기업소에서 근무하다 남편을 만나 결혼해 두 아이를 낳았다.
비록 80년대 무렵 남편과 이혼하는 곡절이 있었지만 삶에 큰 지장은 없었다. 직장을 옮겨 자라나는 아이들만 바라보며 열심히 일했으며, 두 아이도 별 탈 없이 장성해 어느덧 번듯한 직장에 소속되었다.
그러나 그 생활은 편지에 적힌 김 씨의 표현대로 영(永)한 것이 못 되었다.
91년 소련이 붕괴되고 김일성이 사망한 94년부터 배급이 끊겨 김 씨가 다니던 직장마저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다.
김 씨도 처음에는 ‘강행군을 참고 견디자’는 정권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조금만 더 참고 견디자는 일념으로 버텼지만 3년이 지나도록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구호는 이미 사람들의 뇌리 속에서 사라진지 오래되었고, 도둑질과 강도, 협잡, 사기와 같은 사생결단의 생존논리가 점차 북한 전역을 뒤덮어갔다.
김 씨 또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지만 삶은 점점 피폐해져 가기만 했으며, 설상가상으로 자식들마저 중병에 걸려 앓아눕게 되었다.
집안의 큰 재산이었던 텔레비전을 팔아 얻은 돈으로 한 달 만에 겨우 병을 치유할 수 있었지만, 후유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허약해진 자식들을 돌보려 해도 집을 비운 한 달 사이 도둑이 들어 집 안에 남은 것은 먼지뿐이었다.
삶의 벼랑 끝에 내몰린 김 씨는 결국 탈북을 결심했다.
하지만 김 씨는 그 결심이 가족과의 영원한 이별로 연결될 줄은 몰랐다. 아니, 알 길이 없었다는 표현이 옳았다.
김 씨는 딸과 함께 강을 건널 것을 결심하고 브로커를 물색했다. 늙은 여자는 필요 없다는 브로커의 말에 김 씨는 일단 나중에 따라가기로 마음먹고 보름이 지난 후 소식을 알려줄 것을 당부한 뒤 딸을 떠나보냈다.
그러나 석 달이 지나도록 딸의 소식은 알 수가 없었다. 브로커로 위장한 인신매매 조직에 걸려 중국 어딘가로 팔려간 것이었다.
진실을 깨닫게 된 그 순간 김 씨는 죽음을 각오하고 강을 건넜다. 굶주림보다 더 무서운 것은 하나밖에 없는 자식과의 이별이었다.
하루가 일 년 같이 긴 세월을 찾아헤메었다.
그리고 10년.
결국 딸은 찾지 못했다. 비법월경의 죄목을 뒤집어쓴 이상 고향에 남겨두고 온 자식도 더 이상 만날 수 없었다.
그 동안 김 씨가 들인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였다. 위험을 무릅쓰고 광고도 냈으며, 딸을 떠나보내기 전 매년 정해진 날에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에도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 머무르다시피 찾아가 보았으나 소용없었다.
“가슴 터지는 옛 그리움과 떠나온 땅에 두고 온 정이 애틋하여 밤마다 꿈 속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도와주십시오. 어떻게 해야될련지 제 운명을 모르겠습니다”
편지에 자필로 쓰인 김 씨의 심정은 가슴 터질 듯한 모정(母情)의 아픔을 담고 있었다.
김 씨가 자유북한방송 앞으로 편지를 보낸 이유도 딸을 찾기 위함이었다. 2004년 첫 단파방송 송출 이후로 줄곧 청취하고 있다는 김 씨가 이제 기댈 곳은 그 어떤 제약에도 구애됨 없이 어느 곳에서나 들을 수 있는 대북방송 하나뿐이었다.
혹 딸이 어느 날 라디오를 통해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는다면 이제 인생의 황혼을 넘어선 김 씨의 마지막 소원도 이루어질 수 있을 터였다.
“터지지도 아니하는 물건이고 타지도 않는 물질이니 이렇게 살아서 숨을 쉬고 밥을 먹고 있는데 내 자식들은 살아있는지조차도 모르고 사는 엄마라는 생각에 저는 죄스럽고 무능한 저 자신이 민망합니다”
하나밖에 없는 자식을 찾는 어머니의 소원은 절박하고, 또 간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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