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전임자에게 더는 월급을 주어선 안 된다. 노조는 이제 약자가 아니다. 지금이 전태일 시절인가, 동일방직 시절인가? 공무원이 민노총에 가입해서 반정부 투쟁도 할 수 있게 된 요즘 세상이다. 노조가 작업장을 점거해 경찰을 적으로 삼아 ‘전투’를 벌일 수 있는 것도 요즘의 우리 세태다. 이런 노조에 월급을 줘가며 오로지 그 짓만 하라고 부추기는 머저리 같은 나라는 아마 여기밖엔 없지 않을까?
노조가 약자였을 때 대한민국은 노조 전임자에게 ‘무도동 유임금’을 허용해 주었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자 일부 노동단체는 대한민국의 안전을 떠받드는 동맹군 기지의 평택 이전을 반대하는 대규모 소란에 참가했다. 그것은 한 가지 사례일 뿐이다. 기업들은 이런 노동운동 아닌 이념투쟁을 하라고 노조 전임자들에게 봉급을 지출하는가?
지난 10년 동안 김대중 노무현은 그것을 “잘한다, 잘한다”며 계속 ‘무노동 유임금’을 연장, 또 연장해 줬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는 어찌 할 작정인가? 임태희 장관은 그것을 반드시 폐지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노조가 맹렬히 반발하는 모양이다.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까지 매사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대처해 왔다. 상대방이 독기를 뿜고 대들면 움찔 하고 물러서곤 했다. 그게 아마도 ’중도실용‘?
이번 노조 전임자 봉급 문제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이 또 그런 식으로 나오면 임태희 장관인들 별수가 있을 리 없다. 어설프고, 죽도 아니고 밥도 아닌, ‘중도실용’ 아닌 ‘용두사미’로 끝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명박 정부는 스타일 구기는 정도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숨쉬는 시체’로 전락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일단 칼을 뺐으면 ‘숨쉬는 시체’가 되든지 정부다운 정부로 우뚝 서던지, 결판을 내야 할 것이다.
류근일 2009/10/13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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