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아침 조선일보에 난 김홍수 파리 특파원의 칼럼을 보면, 유럽좌파(사회민주당, 사회당)가 청년층, 불루 칼라, 구(舊)동독 지역 주민들로부터도 외면당해 ‘사실상의 죽은 정당’이 되다싶히 했다고 한다. 결론은 그 이유가 그들 정당들이 유연성을 잃고 너무 이념적으로 경직된 데 있다는 것이었다.
사회당 사회민주당은 원래 극좌 공산당의 경직된 마르크스-레닌-스탈린주의에 맞서 유연한 중도좌파 노선을 폈던 정당들이다. 현대국가의 복지적 기능을 확충하는 데 적잖은 기여를 했다. 그런데 그런 정당마저 그들 나름의 경직된 정책 때문에 유권자의 신임을 잃게 됐다면 그 교훈은 “누구든지 한 가지에만 너무 오래 집착하면 굳어버리고 생명력을 잃는다”일 것이다.
유럽 사회민주주의자들은 극좌에 비해서는 유연성을 더 가졌었는지는 몰라도 시장경제에 대해서는 완전히 유연하지 못했다. 반면에 우파는 시장경제 원칙에 보다 충실하면서도 종전의 좌파적인 재분배(복지) 정책의 일부를 수단의 차원에서 원용하는 유연성을 발휘했다. 현대사회에서 경제정책에 관한한 퓨전이 불가피한 측면이 생겼다면, 이에 적응하지 못한 쪽이 인기를 잃고, 그에 기민하게 적응한 쪽이 인기를 얻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결국 한 때 이성적 합리적 좌파로서 한 시대를 산 유럽 사회민주주의자들도 이젠 어는 틈에 늙어 버린 것일까? 시장주의자 이명박 대통령이 ‘친(親)서민’ 경제정책이라는 퓨전을 만들기 시작하자 민주당이 할 일을 잃었다는 이야기도 오늘의 유럽 사회민주주의자들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재미있는 대목이다. 한국의 민주당도 계속 386스럽게만 나가면 계속 소수야당이나 하는 것 아닐지 생각해 볼 일이다. 유연해야 살고 경직되면 죽는다.
류근일 2009/10/6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