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자 대화를 앞둔 미국과 북한의 '기(氣)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 국무부의 이언 켈리(Kelly) 대변인은 21일 북한의 스티븐 보즈워스(Bosworth) 대북정책 특별대표 초청을 수락할지 여부에 대해 결정된 것이 없다며, 유엔총회 기간에 북한과 접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맡게 될 성 김(Kim) 특사를 뉴욕에 보내 한국·일본 등의 대표와 양자회담을 가졌지만, 북한 대표단과의 만남은 배제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힐러리 클린턴(Clinton) 국무장관을 비롯한 미 행정부 고위 관리들은 일관되게 여전히 대북접촉의 방법이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히려 커트 캠벨(Campbell) 국무부 차관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미 외무장관 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를 아시아뿐만 아니라 중동 등 다른 지역으로 확산시켜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 역시 보즈워스 대표를 초청해 놓고도, 미국이 희망하는 면담 일정에는 확답을 주지 않는다. 미국은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판단에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보고, 보즈워스 대표가 그를 만나 버락 오바마(Obama)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하기를 희망한다. 강석주 제1부상은 지난 18일 평양을 방문한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국무위원이 김 위원장을 면담할 때도 배석했었다.
북한은 미국과 '뉴욕채널'을 열어 두고 거의 매일 오바마 행정부와 전화 접촉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시 만나게 되는 인물들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은 알려주지 않고 있다. 보즈워스 대표가 방북한 후에야, 현지에서 면담 일정을 알려주겠다는 입장이다. 미·북의 이 같은 기 싸움은 양자접촉이 시작될 경우에 대비한 기선 잡기의 측면이 있다.
미국은 북한이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 일정에 대해 확실한 보장을 하지 않을 경우, 성 김 특사를 통한 제3국에서의 회동 등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조선일보 이하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