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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이승만·박정희의 사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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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여의도 중앙당사에 김대중과 노무현의 사진을 걸고 그 제막식을 한지도 이제 보름 가까이 되었습니다. 왜 민주당은 두 대통령, 오늘은 유명을 달리한 두 사람의 사진이 당사에 꼭 있어야 한다고 느끼게 된 것일까 궁금합니다.
민주당은 2003년 열린우리당과 분당하면서, 노 씨의 활동 모습을 담은 스냅 사진도 다 떼버렸습니다. 그 뒤에 여당의 자리에 오른 열린우리당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다시 합치면서, 인기가 바닥을 가던 노 씨의 설자리는 당내에 전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어서 노 씨는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탈당계를 내고 아예 당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2007년 선거에서 당시 민주당 후보는 야당이던 한나라당 후보에게 참패를 당하고 뒷전에 물러나 있었습니다.
민주당의 정세균 대표는 제막식을 할 때만 해도 상복 차림이었는데, 그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 두 분 대통령께서 당으로 돌아오셨다. 두 분이 지켜주신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든든하다. 우리는 과거 ‘차별화’라는 이름으로 기회주의 정치를 한 적이 있다. 사진을 거는 것은 이에 대한 반성과 청산을 의미한다. 이를 계기로 더 큰 단결을 통해 당의 역량을 강화하고 신뢰 받는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며 매우 비장한 각오를 표명했고, 노무현의 측근으로 알려졌던 민주당의 최고위원 한 사람은 울먹이면서, “이 모든 불행은 우리가 만들어 놓은 민주정부 역사를 스스로 부정한 비극에서 비롯됐다. 오늘, 배신과 변절의 역사라는 것과 결별하려 한다”라고 말했다고 전해집니다.
왜 “기회주의”니 “배신”이니 “변절”이니 하는 듣기 거북한 낱말들이 오늘의 민주당 지도부의 입에서 쏟아져 나옵니까. 무엇을 노리고 또 다시 김대중·노무현 두 사람의 행적에 연막을 치면서, 그 두 사람을 국민으로 하여금 명확하게 보지 못하게 하는 겁니까. 그 두 사람 때문에 민주당이 2007년 대선에서 패배했고 정동영은 이명박에게 570만 표나 뒤진 것이 사실 아닙니까. 트로이의 목마를 끌고 나와서 이번에는 승산이 있다고 보십니까. 어렵습니다.
김대중·노무현 사진을 내걸고 보름이 되었는데 아직 민주당에는 이렇다할 변화가 없습니다. 오히려 한나라당이 내세운 17대 대통령이 무슨 연고인지 많이 변한 것이 느껴질 뿐입니다. 오히려 민주당은 또 다른 “기회주의”에 집착하여 새로운 “변절”과 “배신”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고 있는 게 아닙니까.
그 두 대통령의 사진 대신에 공화국을 세워준 이승만과 경제를 살려준 박정희의 사진을 그 자리에 걸어 놓으세요. 그것이 싫으면, 신익희·조병옥의 사진을 거세요. 그렇게만 하면, 차기 정권은 틀림없이 오늘의 민주당이 차지하게 됩니다. 내가 장담합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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